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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展

21.08.01 0

문화역서울284,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展

 

얼마 전, 출퇴근길 버스 정류장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목격했다. 집 근처 정류장에 하차해 초록색 신호로 바뀔 때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초록빛의 무언가가 발아래서 깜빡이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들었더니 신호는 어느덧 초록으로 바뀌어 있었고, 사람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파에 등이 떠밀려 길을 건너고 보니, 초록색 신호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깜빡임이 발아래서도 지속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내 신호등이 빨간빛으로 바뀌자, 발아래서 깜빡이던 조명도 이내 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신호등 라이트 

나중에 알고 보니 발아래 조명은 횡단보도의 신호와 연동된 넛지 디자인으로, 보행자들이 신호대기 중 차도로 뛰어드는 것을 방지하고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제작된 구조물이었다. 아마 대다수의 보행자들이 신호를 대기하면서 휴대폰을 하므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듯 했다. 세상 아이디어가 좋다 싶어 일상에서 만나는 횡단보도마다 잘 들여다보았는데(거주하는 지역 대부분의 횡단보도는 이러한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최근 방문했던 전시에서 해당 신호를 다시 조우하게 되어 기쁜 마음이 밀려왔다.

 

 

높아지는 빌딩, 수많은 시설물, 사라진 여백. 개발만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도시가 공공디자인을 만나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골목과 도로의 경계석에는 꽃과 나무가 피어나고, 지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녹색공간이 곳곳에 생겨난다. 문화역서울284에 만들어진 공원은 공공디자인 가치 탐험을 하는 여러분의 휴식처다. 잠시 쉬어 앉아 다양한 녹화프로젝트를 살펴보면서, 회색빛 도시를 편안하게 물들이는 공공디자인의 은은한 힘을 느껴보자. 출처: <문화역서울284>

 

사실 처음에는 지자체 공무원 중 누군가의 좋은 아이디어쯤이라 생각했는데, 발아래 조명은 당당히 ‘공공디자인’이라 불리는 영역에 속해있었다. 물론 관련 일을 하며 ‘넛지 디자인’,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했지만, 이렇게 가까이 공공디자인이 있었을 줄이야. 그간 이론으로만 접했던 개념을 일상의 장면에서 직접 마주하니 ‘이런 게 디자인이구나!’하는 깨달음이 들었던 것이다. 멀고도 낯설게만 느끼던 디자인이 그야말로 일상에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바깥에 나서면 반드시 마주치는 공간, 그래서 항상 안전하고 편안해야 하는 공간인 거리에 공공디자인이 ‘배려’를 입히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스몸비’들의 안전을 위한 디자인과 쓰레기 투기를 줄이는 디자인, 폭염을 대비하는 그늘막 등 거리에서 일어난 혁신은 흔한 일상에 자연스럽게 젖어든 공공디자인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누구나 낯선 거리에서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역과 시설의 위치 정보나 방향 등 주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정보사인이 잘 정돈되어 있다면 시민들은 편리하고, 도시는 한층 더 쾌적해질 것이다. 쉬운 표기와 픽토그램을 활용해 읽기 편해진 표지판, 여럿이 모이는 문화시설에서의 이동 편의와 안전한 대피를 돕는 정보사인은 처음 방문한 곳에서도 더 이상 헤매지 않게 만든다. 출처: <문화역서울284>

 

 

그리고 지금 <문화역서울284> 에서는 이렇듯 작고 사소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공공의선을 추구하는 디자인들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지방의 유명한 시장을 활성화시킨 공무원의 기발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도모하는 공공 소사이어티, 그리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을 생각하는 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대표적 공공시설인 놀이터. 이제는 장애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변화하고, 노년층을 위한 고령 친화 놀이공간이 새로 만들어지는 등 장애와 세대를 포용하는 초세대 놀이터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이용자의 특성에 따라 그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는 놀이터에서 ‘놀이시설물’의 새로운 의미를 만나보자. 출처: <문화역서울284>

 

여러 오브제 사이에서도 인상이 깊었던 장면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였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유기도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마주할 수 없었는데, 전시장 가득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찼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음성은 녹음으로 연출되었지만 최근 ‘노키즈 존’으로 혐오와 관련한 여러 가지 담론으로 시끄러운 지금,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더 많이 연출되기를 바랐다.

 


더 많이 대화하는 학교, 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난 재밌는 학교,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공공디자인의 노력이 학교의 미래를 바꿔 놓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시도를 살펴보면 앞으로 변화할 학교의 모습에 더욱 큰 기대감이 생긴다, 출처: <문화역서울284>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만 하는 일이 아니다. 공적인 이익을 위해 세상을 개선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공공디자인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주체들이 공적인 이익을 위해 개선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공디자인이다. 재난 상황을 대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하는 기업, 디자이너, 시민의 위대한 협력과 활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출처: <문화역서울284>

 

그 외에도 전시는 거리와 학교, 동네 골목길과 지하철 등 일상에 스며든 공공디자인을 다룬다. 개개인의 이익보다 사회 구성원의 ‘선’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시는 매우 기능적이고 흥미롭다. 그럼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라는 이름아래, 일상에 녹아있는 다양한 공공의 이야기를 만나보길 바란다.

 


전시기간 2021년 6월 30일 – 2021년 8월 29일  
운영시간 AM 10:00 - PM 7:00 (*월요일, 설날 당일 휴관)
관람료 무료
장소 문화역서울284 (서울특별시 중구 통일로1)
문의 문화역서울284 / 02-3407-3500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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