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Features

시류를 읽는 이모티콘

21.08.13 0

카카오톡이나 인스타 DM보다 손편지를 주고받는 문화가 주를 이루었던 학창시절에는 누가 손편지 특유의 감성을 살리느냐가 중요한 잣대였다. 일명 ‘러브장’과 ‘우정장’문화(예: 사랑은 유리고, 우정은 캔이야. 사랑은 깨지지만 우정은 깨지지 않아)아래 자란 우리 세대는 색연필과 싸인펜이 그만큼 중요한 도구였고, 마카만 있으면 부러움의 시선을 한눈에 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 아래 <엠알케이(MRK)>잡지나 <와와109(와와109)>는 자신의 메시지를 재치 있게 전하는 수단이자 트렌드였다. 이렇듯 재미와 센스를 겸비한 문자언어 외의 다양한 표현양식은 꾸준히 다른 형태로 사회/문화적 맥락을 좇아 진화되고 있다.

 

이미지 출처: New Emojis in 2021-2022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사라지고 휘발성 메시지가 남발하는 때다. 그래서 일전처럼 글자수가 제한이 있는 문자를 주고받지 않아도 PC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듯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이러한 메시지 특성은 내가 원하는 때 언제라도 상대와 소통할 수 있는 ‘즉시성’을 가지지만, 그만큼 피로도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또한, 비대면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만큼 발화자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상호작용에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iphone couple icon, 출처:HYPEBEAST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이모티콘’은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2020년 한 해 동안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매자 수는 직전년도 대비 70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로 비대면 소통이 이전보다 주류가 되고, 일상에 재미를 더하는 이모티콘이 대거 제작된 이유도 있다. 또한, 특정 집단에서 쓰이는 사회 방언이 (청소년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모티콘으로 대체되면서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The many shades of middle finger, as seen on iOS 9.1, 출처: The Independent

 

흥미로운 지점은 ‘이모티콘’으로 표상되는 이미지가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와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이폰은 주기적으로 이모티콘을 업데이트 하고 있는데, 거의 매시즌마다 새로 업데이트 된 이모티콘을 둘러싼 논쟁이 일고 있다. 특히, 2015년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문화적 요소로 이모티콘을 꼽았을 만큼 그 영향력이 커지던 시기였다. 아이폰은 이 때 iOS 9.1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신규 이모티콘 150여개를 공개했는데, 이때 처음 손가락 욕(fxxk you)이 등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 외에도 황인종을 노랗게 표기하였다는 인종차별적 비난을 받아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Apple's latest iOS 14.5 update, 출처:HT Tech

 

mojipedia Sample Images for Draft Emoji 14.0, 출처: New Emojis in 2021-2022 

 

최근 공개된 아이폰 이모티콘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17일, 아이폰은 iOS 14.0 업데이트에 ‘K 손가락 하트’와 ‘임신한 남자’, 정면 손가락질, 다양한 인종의 피부 표현을 실현했다. 그러나 소수자 인권과 혐오 담론이 주가 된 시류에서 남자 임산부의 등장은 여러 논란을 야기했다.

 

 

업데이트 된 새로운 이모티콘, 출처: New Emojis in 2021-2022 

 

아이폰 측은 ‘성별의 다양성과 중립성’을 보여주기 위해 이러한 이모티콘을 공개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반면 ‘왕자’와 ‘공주’ 등, 성별을 구분 짓지 않고 ‘왕관을 쓴 사람’을 표현한 이모티콘은 우호적인 반응이다. 이 외에도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색깔이 변한 산호초, 손가락 사이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이모티콘 등, 시의성과 재치를 겸비한 이모티콘도 엿볼 수 있다.

 

Additional emojis, 출처: The Guardian

 

논란이 일었던 아이폰 이모티콘은 내부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만큼 이모티콘을 딱딱한 메시지에 활기를 전하는 용도로만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모티콘은 당대의 문화와 시류를 반영하며 역사를 만든다. 앞으로 어떤 이모티콘이 등장할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