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비서 국비, 구삐

21.08.19 0

운 좋게도 코로나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가 되면서 다른 사람보다 일찍 백신을 맞게 됐다. 직업상 많은 사람과 대면해서 사적인 외출은 자제하고 있지만, 막상 백신을 맞는다고 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앞섰다. 어느 백신이든 부작용이 있다지만, 그게 나의 이야기가 되면 어떨지, 반대로 정말 효과가 있으면 앞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감도 들었다. 그렇게 우선 접종 대상자임을 고지받고 관련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거주지와 인접한 병원목록에서 내가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편의도 받을 수 있었다.

 

 

인연이 있던 병원에 백신을 신청하니 신청 이력을 알리는 메시지가 왔다. 메시지는 접종일자와 시간 및 장소, 그리고 백신 종류가 게재되어 있었다. 접종 하루 전에는 예약 내역을 상기시키는 메시지가 한 차례 더 전송됐고, 접종을 마치자 후유증에 대한 정보와 2차 접종일자를 알려주었다. 때문에 직접 백신 관련 정보를 검색할 필요 없이 알려주는 대로만 하면 됐다. 다만, 메시지 전송자의 이름이 귀여워 인상에 남았는데, 메시지 발송인은 ‘구삐’라는 ‘새 같은(?)’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국민비서 구삐, 출처: 정책브리핑 

ㄱ펴보니 ‘구삐’는 ‘국민비서’를 자청하고 있었는데, 그가 하는 역할들이 분명 비서이기는 했다. 알고 보니 구삐는 행정안전부에서 출시한 개인별 맞춤형 알림서비스로, 코로나 백신 접종 외에 운전등록면허증 갱신, 과태료 납부, 건강검진일을 고지하는 ‘알림서비스’와 전자통관, 공무원연금, 자연휴양림, 민원사무를 안내하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백신 접종을 통해 구삐를 접하게 되어 당연 질병관리청에서 출시한 코로나 관련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백신 접종 외의 사무 또한 볼 수 있어 신선한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편리하다’는 점이 특장점이었다. 특히 매번 바뀌는 디지털 트렌드에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에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로 공공업무를 전함으로써 놓치기 쉬운 정보를 다룬다는 점도 구삐의 큰 장점이다.

 

국민비서 구삐, 출처: 충청북도 공식블로그 

 

구삐의 마스코트 역시 귀엽다. 전반적인 구삐의 모습은 토끼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동물이 아닌 로봇으로 알려졌다. 두 개의 귀 중 한쪽 귀는 항시 접혀있으며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보이는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 의구심이 드는 건, 헤드셋처럼 보이는 기계가 정작 귀 옆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구삐가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주로 텍스트로 소통하는 구삐에게 장식뿐인 헤드셋이 그다지 큰 장애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상큼함을 더하는 민트색 몸 색깔에 흰색 상의는 최고의 조합이며 목 앞에 착용한 정부 마크가 달린 사원증 역시 신뢰도를 상승시킨다. 마치 직장인이 많은 거리에서 사원증을 목에 건 사람이 왠지 더 전문적이게 보이는 심리적 반응 같다. 특히 언제나 웃고 있는 구삐의 표정은 업무를 보고받는 사장으로서(?) 에너지를 전해준다. 이렇듯 구삐는 비서 그 자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공모전 포스터와 후보들, 출처: 행정안전부 

더욱이 구삐 마스코트가 의미있는 건, 캐릭터 디자인과 이름 역시 국민의 선택을 통해 정해졌기 때문이다. 구삐는 작년 2020년 9월경 국민공모전을 통해 디자인과 이름을 공모받았고, 1차 선발전을 통해 같은 해 11월 대국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최종결정 되었다. 사실 최종으로 결정된 이름은 ‘국민비서’의 줄임말 ‘국비’였지만, 캐릭터다운 귀여움을 가미한 ‘구삐(Goopy)’로 결정됐다. 국민의 의견이 반영된 마스코트인 만큼 그 의미가 더 특별해진 것이다.

국민비서 구삐 웹사이트, 출처: 국민비서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복지 차원에서 국가가 수행하는 역할의 범위도 넓어졌다. 그만큼 바쁜 현대인에게 무료로 봉사하는 비서라니 너무나도 유용하다. 물론 시국이 시국인 만큼 구삐는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느라 바쁘지만, 앞으로 어떤 다양한 비서 업무를 수행할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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