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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의 고전문학

21.11.11 0

책을 즐겨 읽던 아빠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녹아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접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god가 불렀던 OST의 <올림푸스 가디언즈>가 전부라 그 함의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당시의 아빠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의 플롯이 그간 오랫동안 전해 온 고전에 있음을 설명했던 것 같다. 그 후 성인이 되어 고교 시절 담임선생님이 학부 시절에 만들었다는 ‘밥 먹기 세미나’를 리메이크 했다. 각자 다른 대학과 전공에 진학한 친구들과 만든 그 모임은 ‘함께 밥 먹기’를 가장한 독서 모임이었다. 운영방식은 간단했다. 매달 읽고 싶은 책을 완독한 후 읽는 동안 떠올랐던 감상을 논의하는 것. 처음에는 당시 유행하던 책들을 선정했지만, 시간이 거듭할수록 자연스레 우리의 관심은 고전으로 향했다.

 

열린책들 고전 MIDNIGHT, 이미지 출처: <열린책들> 블로그'

 

그중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어린 왕자>, <변신>, <인간 실격>, <모래의 여자> 같은 고전소설은 유년 시절 동화책으로, 학창시절 교과서 지문으로 접했던 글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그렇게 한때는 카프카에 빠져 그의 일대기를 추적하며 그에 관한 각종 서적을 섭렵했고, 진심으로 불우한 그의 인생을 대신해 아파했었다. 서서히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장미’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것도, 아빠가 말했던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의미를 이해한 것도, 자연스레 고전을 찾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였다. 똑같은 책일지라도 읽는 사람의 시점에 따라 감상이 다르다던데,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나아가 고전이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이해할 수 있었다.

 

열린책들 고전 NOON, 이미지 출처: <열린책들> 블로그

 

그만큼 시중에는 다양한 출판사의 고전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고전을 택하는 각자의 기준은 다양하다. 그 기준은 출판사일 수도, 책을 번역한 사람일 수도, 단순히 책 표지 디자인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요소들이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독자로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다수가 국내에서 유명한 출판사의 서적들을 택하기는 하지만,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고전을 찾는 일은 흥미롭다. 그리고 최근 <열린책들> 출판사는 창립 35주년을 맞아 새로운 형태의 고전을 선사했다.

 

NOON, 출처: 교보문고 

 

눈에 띄는 점은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이다. 주로 형광톤의 화려한 색감으로 구성된 이번 표지는 언뜻 보기에 디자인 서적같은 인상이다. 뿐만 아니라 다소 얇은 두께로 제작되어 기존 고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다른 신선함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번 세트는 두 종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오>를 뜻하는 NOON 세트와 〈자정〉을 뜻하는 MIDNIGHT 세트라는 점이다. 책 목록 역시 흥미롭다. 실제로 <열린책들>은 수많은 고전 중에서도 일명 ‘걸작’이라 불리는 대표작을 엄선하여 작업을 진행했다.

MIDNIGHT, 출처: <YES24>

 

각각의 세트는 부여받은 카테고리에 따라 밝고 경쾌한 작업(NOON)으로, 또는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MIDNIGHT)의 작품으로 구성성되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창립 35주년’이라는 라임에 맞춰 각 세트의 가격도 35,000원으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사실 10권이나 되는 고전을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접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이 외에도 표지 디자인과 같은 컨셉의 굿즈를 제공한다고 하니 개인 소장용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우수한 고전인 셈이다.

 

NOON 세트에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 알렉산드르 뿌쉬낀의 벨낀 이야기,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의 백야, 아서 코넌 도일의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푸른 십자가가 들어 있다.

MIDNIGHT 세트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에드거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 레프 똘스또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기 드 모파상의 비곗덩어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 안똔 체호프의 6호 병동,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 들어 있다.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출처: <열린책들> 블로그


때로는 ‘예쁜 디자인’이 독서에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리고 <열린책들>의 고전 역시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듯 싶다. 2021년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 각자의 무드에 맞는 고전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아마 고전은 늘 그렇듯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깨달음을 선사할 것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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