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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가전제품

21.12.01 0

결혼을 하거나 독립을 했을 때 나만의 공간에 꼭 두어야 할 몇 가지 필수품들이 있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기술 또한 발전하기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시류마다 다른 특징을 띄지만, 대체적으로 큰 줄기는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냉장고와 텔레비전, 세탁기 같은 필수가전이 필요하다. 특히 주방에 구비해야 할 가전제품은 먹고사니즘과 직결되기에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한두 푼이 아닌 제품의 가격은 우리에게 현실과 이상 앞에서 부단히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제품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체감하는 사실은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는 처음부터 좋은 제품을 써야한다’는 어른들의 조언이다.

 

Traditional Freshness with BESPOKE, 출처: <보그>, <삼성전자>

 

사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가전제품은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김치의 민족’ 답게 김치만 취급하는 김치냉장고를 개발할 만큼, 우리는 민족 특성과 기술의 결합에 진심인 편이다.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국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한 때는 ‘백색 냉장고 시대’라 불릴 만큼 냉장고에 이렇다 할 특성이 없었다. 그나마 백색가전에 특징이 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당시는 ‘냉장고의 암흑기’라고 지칭되었다. 바로 백색 냉장고 위에 덕지덕지 붙은 꽃 모양의 데코레이션 때문이었다.

 

 

Traditional Freshness with BESPOKE, 출처: <보그><삼성전자>

 

그러한 시류에서 2019년 삼성이 내보인 <비스포크 냉장고>는 백색냉장고의 종말을 알리는 동시에 소비자가 제품 선택 과정에서 기능만큼이나 디자인을 염두할 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비스포크(bespoke)’라는 네이밍에 걸맞게 이용자가 원하는 컬러와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선사함으로써 하나의 디자인 혁신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 추석 무렵, 패션지 <보그>와 함께 진행했던 비스포크 화보는 그야말로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Traditional Freshness with BESPOKE, 출처: <보그><삼성전자>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그간 올드한 이미지였던 냉장고에 전통 컬러를 입혀 한국적인 이미지를 표상한 것이다. 노랑, 옥색, 자주색 등으로 표현한 컬러는 기존의 전통문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다. 사실 자칫 촌스럽게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컬러는 함께 연출된 나전칠기, 소쿠리, 갓 등의 전통적 아이템과 모델이 입고 있는 한복과 더불어 힙한 이미지를 자아낸다. 이러한 접근이 더욱 신선한 것은 냉장고와 식기 세척기 없이 모든 것을 손으로 해냈던 과거의 이미지와 버튼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현대의 이미지가 교차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인스타그램에는 현재로 표상되는 가전제품과 과거 전통 요소의 현대적 해석이 콜라보된 작업이 많기 게재되어있다.

 

삼성 케어 가전 <십장생도>, 출처: 삼성전자 인스타그램

 

같은 맥락에서 최근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모두의 풍속도>가 떠오른다. 해당 이벤트는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영감을 얻어 개최된 이벤트로 최근 코로나19로 함께 모일 수 없는 사람들의 애환을 달랬다. 이용자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의 의상과 표정, 포즈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커스터마이징 캐릭터들이 대거 방출됐다. 재미있는 지점은 풍속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형이 과거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반해, 그들의 몸짓과 움직임은 MZ 세대를 표상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캐릭터 중 하나는 아낙네의 모습을 하고 걸그룹 ‘에스파’의 ‘ㄷ춤’을 추고 있거나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등의 모습이다. 이렇듯 이질성에서 비롯하는 재미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MZ 세대의 흥미를 이끌었다. 실제로 해당 이벤트는 개시한 지 하루만에 10만 명의 이용자를 모으기도 했다.

 

모두의 풍속도, 출처: <궁중문화축전>

 

조선시대 그림이 Z세대의 손을 거쳐 새 생명을 얻는 과정에서 오래된 콘텐트인 고전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소비 트렌드가 엿보인다. 수용자가 취향대로 가공하고 공유하면서 몰입하게 만드는 상호작용 콘텐트가 Z세대의 호응을 얻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마케팅에 적극 반영하는 게 요즘 문화예술계 추세다. 출처: 중앙선데이

 

 

Traditional Freshness with BESPOKE, 출처: <보그><삼성전자>

 

세계적으로 K-콘텐츠가 주류가 된 지금, 가전제품의 위상도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입증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우리의 것’을 어떻게 발전시켜야할지 고민해야할 것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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