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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다양성, 지영 jiyoung

21.12.07 0

최근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다. 바로 미국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에 한국계 캐릭터 ‘지영(ji-young)’이 최초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세서미 스트릿은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서 1969년에 시작된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약 50년이라는 긴 역사를 지녔다. 사실 그간 아시안 중에서도 한국인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았기에 ‘지영’의 영입은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지영’이 단순히 한국인 캐릭터라는 사실 이상으로 현대의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을 함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들어 강세가 된 한류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BTS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 아이돌, 나아가 <오징어 게임>이 불러일으킨 한류 컨텐츠 열풍은 한국인에 대한 보다 우호적인 관심과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비로소 세계 속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지영, 이미지 출처: CNN

 

“Sesame Street” is welcoming its first Asian American Muppet to the neighborhood. Ji-Young, a Korean American 7-year-old who loves playing her electric guitar and skateboarding, will make her debut next week.

Ji-Young won’t just be sharing her love for rock music and tteokbokki, or Korean rice cakes, on the show. She will also play a role in countering anti-Asian bias and harassment at a time of heightened awareness around the issue.

Sesame Workshop, the nonprofit that produces “Sesame Street,” said it created Ji-Young to support families of Asian and Pacific Islander heritage as part of its racial justice initiative, Coming Together. 출처: 뉴욕타임즈

 

‘지영’의 캐릭터는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세서미 스트리트>에 따르면 ‘지영’의 등장은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이후 증가한 동양인 혐오 현상을 반성하는 데서 시작됐다. 특히 2020년은 흑인과 동양인에 대한 미국 사회의 만연한 차별이 등장했던 시기였다. 그런 맥락에서 ‘지영’은 다수가 침묵할 때 자신의 올곧은 생각을 나타내는 업 스탠더(up-stander)가 될 수 있다. ‘업 스텐더’는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흥미로운 지점은 ‘지영’이 단순히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지적하는 캐릭터일 뿐만 아니라, 해당 캐릭터가 지닌 고유성이 미국 사회에서 지닌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간의 많은 컨텐츠에서는 동양계 캐릭터가 특유의 스트레오 타입으로 등장했다. 두서없이 브릿지를 넣은 머리라든가, 길게 연출된 눈꼬리, 약간은 주눅 들고 소심해서 공부에 특출한 능력을 띈 특성이 그러하다. 하지만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지영은 이러한 편견을 정면으로 맞선다. 대통령을 탄핵하는 시위에서 댄스 본능을 가감 없이 발휘하는 흥의 민족답게, 지영은 자신의 이웃을 설명하는 노래에서 일렉 기타를 치며 화려한 헤드 뱅잉을 선보인다. 또한, 지영은 일렉 기타뿐만 아니라 스케이트 보드 타기에 열정을 발휘하는 7살 소녀로 묘사한다. 무엇보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전통 의상인 한복과 한식이 잘못 알려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복’과 ‘떡볶이’의 등장은 사이다를 선사했다.

 

 

캐릭터 ‘지영’을 소개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대다수 우리 민족은 자신의 이름에 한자를 사용해 의미를 부여한다. ‘지영’ 역시 마찬가지다. 지혜를 의미하는 ‘지’와 용기를 의미하는 ‘영’을 차용해 이름을 만들었다. 실제로 ‘지영’이라는 이름은 여성 이름 중에서도 흔히 접할 수 이름이다.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베스트 셀러가 된 <82년생 김지영>도 이러한 보편성에 기반해 책 제목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맥락 때문인지 일각에서는 세서미 스트리에 등장하는 지영이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여성과 아이를 상징하는 캐릭터로 훌륭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지영'은 동양계 여성 캐슬린 킴(Kathleen Kim)이 연기한다, 출처: 뉴욕 타임즈

 

세삼 미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한국어로 ‘하나, 둘, 셋’하며 숫자를 듣거나 떡볶이와 한복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한류가 문화의 주류로써 인정받았다는 시대적 배경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미깊은 것은 캐릭터가 지닌 상징성으로 보다 친숙하고 쉬운 방식으로 고유의 것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앞으로 지영의 행보를 응원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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