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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취식'과 '풍자'의 사이

22.01.26 0

약 두 달 전, 중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비리비리’에 한 대학생의 동영상이 게재된다. 해당 동영상은 조회수 36만 회를 기록하며 약 2천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그만큼 영상의 내용이 논란 아닌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중국의 한 예술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학생 ‘쩌우야치’. 영상은 그녀가 무려 3주 동안 무전취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물론 그녀가 여느 자연에서, 혹은 SNS를 통해 일면식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의의 도움을 받았다는 훈훈한 내용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영상이 논란이 된 것은 그녀가 무전취식을 한 장소가 고급 호텔이나 공항 일등석 라운지 같은 비교적 고급 장소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소 외에도 쩌우야치는 각종 레스토랑과 쇼핑몰에서 무료로 음식을 대접받거나 보석을 걸치는 등, 태연한 행적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공항에서 몸을 씻거나 호텔 라운지에서 잠을 청해야만 했다. 이 기이한 실험을 하는 동안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노동을 하지 않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야기만 듣고 보면 그녀의 행실은 일반 노숙자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심지어 ‘이케아’에서 발을 닦는 그녀의 모습은 우리가 아는 노숙자의 모습과 쉽게 오버랩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가 일반 노숙자와 변별되는 특성은 그녀가 일반 노숙자와 달리 ‘명품을 휘감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 명품이 모두 가품이었다는 점. 나아가 가품으로 치장한 그녀를 그 누구도 가짜로 의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쩌우야치, 출처: yahoo

 

그녀가 이러한 기이한 행동을 한 이유는 ‘중국 내 부의 불평등’을 메시지로 전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외신에 따르면 쩌우야치는 “정작 부가 향해야 할 곳은 빈자인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현 사회를 풍자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체제에 대한 비판은 아니었다’는 입장도 전해진다. 아무래도 중국이 현 체제에 대한 비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영상을 통해 이름을 알린 그녀가 한 예술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하니 현대예술 같다는 감상도 자아낸다.

 

그녀는 21일 동안 부자행세를 하며 고급 서비스를 받았다, 출처: losreplicantes

 

그녀가 제작한 영상은 외모지상주의뿐만 아니라 ‘빈익빈부익부’ 같은 천박한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영상에 등장한 고급업체들은 실상 겉모습만 화려한 그녀에게 속아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서비스를 제공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흔히 SNS에 중독되어 명품을 구매하고 이를 게재할 사진만 찍은 후 환불을 한다거나, 가짜 명품이 진짜보다 더 잘 팔린다는 사실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세태는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똑같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이 있다고 할지라도 ‘없어 보이는’ 사람과 ‘있어 보이는’ 사람의 세계가 조금씩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자기 발전적 요소로 이용한다면 건강한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치면 파멸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마치 영화 <캐치미 이프유캔>이나 ‘서울대 레전드 사기사건’이라 불리우는 이륻ㄹ이 그렇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는 이와 비슷한 맥락의 콘텐츠들이 쉽게 흥하고 있다.

 

 

올망졸망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 그리고 좋은 학력과 나이에 맞지 않는 풍부한 재력은 그녀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만들었다. 그만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던 그녀는 최근 가품 사용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평소 그녀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품을 다양하게 소개하며 일명 ‘금수저 컨셉’으로 유명세를 탔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해당 컨셉으로 부와 명예를 얻었기에 가품 사용이라는 치명적인 결점이 대중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최근 논란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대중들의 반응을 보면, 쩌우야치가 행했던 실험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더러운 민낯을 가감 없이 목격한 것 같아 떨떠름한 기분이다.

 

@pixabay

사건이 일어난 후 일각에서는 가품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은데도 전혀 몰랐다며 심리적인 효과에 대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젊은 여성과 명품’에 열광하게 만들고 과거와 달리 ‘부잣집 막내딸’, ‘금수저 컨셉’이 선망의 대상이 된 사회에 대해 씁쓸함을 표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불과 10년 전에는 ‘가난하고 자수성가한 아이돌’이 먹히는 컨셉이었다면, 지금은 ‘강남출신의 명품을 두른 금수저 아이돌’ 컨셉이 더 잘 먹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자본주의가 과거보다 더 구조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시에 성범죄를 저질러도 잘만 활동하는 남성 연예인 및 인플루엔서와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가품을 사용한 여성’에 대한 관심보다 덜 하는 점, 나아가 그녀가 하락하는 모습을 마치 스포츠처럼 즐기는 현상에서 여성혐오를 발견하기도 한다.

 

@pixbay

 

최근 발생한 일련의 논란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단순히 ‘가품을 이용한 이런 재미있는 일이 있었네.’에서 나아가 우리가 사는 사회에 대해 반추할 수 있다는 점이 예술의 역할이 아닐까. 때문에 ‘무전취식’과 ‘풍자’는 서로 대척지점에 있는 반대의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그 자체를 나타내는 두 개의 단어가 아닐까 싶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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