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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HIP)과 동물

22.02.14 0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며 올해의 동물인 호랑이에 대한 마케팅이 눈부시다. 호랑이가 가진 특유의 이미지 덕분인지 우리에게 친숙한 귀여운 캐릭터부터 카리스마 있는 연출까지, 제품을 다를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서다. 그만큼 기업 마케팅으로 올해의 동물을 차용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익숙하다. 그리고 올해는 유독 다양한 호랑이의 모습이 눈에 띈다.

153 어흥이, 출처: 모나미

 

문구 기업인 ‘모나미’와 아이스크림 회사 ‘베스킨라빈스’ 그리고 ‘레고 코리아’는 호랑이를 차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카리스마 있는 호랑이의 이미지를 귀여운 캐릭터로 활용하여 대중들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동물원에서나 실제로 접할법한 호랑이인데, 어째선지 우리는 호랑이에 친숙하다. 아마 어릴 적 언어를 습득하며 ‘동물’과 관련한 어휘를 통해 제일 쉽게 호랑이를 접해서 일수도 있고, 호랑이가 가진 매력적인 이미지에 압도당해서 일수도 있다.

 

Gucci tiger, 출처: GUCCI

 

그리고 귀여운 호랑이 캐릭터가 아닌 실제 호랑이를 마케팅에 활용한 패션 브랜드도 있다. 바로 <구찌>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임인년 새해를 맞이하여 ‘구찌 타이거(gucci tiger)’ 라인을 선보였다. 이번 라인에서는 호랑이 프린트를 이용한 아우터와 셔츠, 드레스는 물론, 구찌 로고에 포인트를 더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는 독보적인 분위기와 특유의 감수성으로 인기몰이 중인 구찌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때문에 이번 신상 라인이 구찌만의 카리스마를 강화했다는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실제로 구찌가 선보인 화보에는 실물 호랑이가 등장하여 모델 근처를 거닐거나 제 할 일을 한다. 모델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영상 속 호랑이는 바닥에 엎드리거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 틈을 거닐고, 식탁이나 주방 위를 자연스럽게 오른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집에서 반려하는 강아지나 고양이가 떠오른다. 그와 동시에 압도적인 크기와 카리스마 있는 호랑이의 얼굴이 오버랩되며 좀 전과는 다른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동질감과 이질감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출은 화보에서는 호랑이의 카리스마로, 영상에서는 친숙함으로 소화된다. 또한, 여러 인종으로 구성된 모델과 레트로한 호텔 라운지 그리고 호랑이의 등장은 동서양을 아우르는 이미지를 전하기도 한다.

 

 

Gucci tiger, 출처: GUCCI

 

분명 구찌의 ‘타이거 라인’은 새로운 시도다. 공존하기 힘든 요소들이 한 공간에 녹아있고, 그 어떤 위화감도 들지 않아서다. 그러나 이러한 ‘위화감 없는 호랑이’의 등장이 되레 구찌를 비판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바로 ‘동물학대’ 논란이다. 실제로 광고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본디 가졌어야 할 야생성을 잃은 모습이다. 물론 이러한 특성이 인간 친화적인 모습으로 ‘호랑이가 등장하는 화보’를 가능케 했지만, 호랑이의 야생성을 잃게 만든 목적이 단순히 ‘촬영’에 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세계 여러 동물보호 단체들이 구찌를 비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호랑이를 단순히 제품을 돋보이게 할 수단으로 활용했고, 호랑이의 야생성을 제거한 이유가 비단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호랑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며 영상과 신기술의 발달로 ‘위화감 없는 호랑이’의 연출이 CG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Gucci tiger, 출처: GUCCI

 

구찌는 이와 같은 비판에 화보 촬영동안 인도적인 과정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호랑이를 등장시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권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지금, 구찌의 이와 같은 해명은 큰 힘을 얻지 못하는 듯하다. 더군다나 구찌는 몇 년 전부터 ‘지속 가능한’을 모토로 탈 모피와 기후위기, 기후 행동에 앞장섰기에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

 

Gucci tiger, 출처: GUCCI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말 학대 논란이 연상된다. 해당 드라마는 낙마 장면 촬영 시 실제 말을 사용하여 가느다란 끈으로 말을 강제로 넘어뜨렸다. 문제는 촬영 장면 전후로 촬영에 임한 ‘사람’은 돌보았지만, 촬영에 이용된 ‘말’의 안위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결국,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해당 장면이 수면 위로 떠올라 학대 논란이 일었고 촬영에 이용된 말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을 파악한 결과 공영방송인 KBS가 동물과 함께하는 촬영에서 그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음도 확인되었다. 논란은 방송국이 현재까지 동물을 어떻게 소비했는지로 이어져 동물 학대에 대한 시의적 논의에 불을 지피게 했다. 그렇게 해당 드라마는 폐지 찬반 논란으로 이어졌다.

 

 

구찌의 ‘호랑이’ 논란과 KBS <태종 이방원>의 ‘말 학대’ 논란은 국가와 분야는 다르지만 동물을 소비하는 인간의 방식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특히, 명품 패션 업계는 과거에서부터 모피 채취 및 패션쇼 연출 시 과도한 환경파괴로 꾸준한 논란을 일고 있다. 또한, 비단 방송국뿐만 아니라 유투브와 같은 개인 채널에서도 동물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각별히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인류가 존속하기 위해 환경보호와 다른 생명체와의 공존이 필수인 시대인 만큼, 패션과 방송업계에서 더이상 동물을 힙(HIP)의 한 요소로 적용하지 않길 바란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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