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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나’를 열심히! 우리는 모두 사라진다, 김 아타 (ATTA Kim)

14.05.20 0

자기계발서의 원조 격인 <PRESENT>라는 책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번역이 되었다. 그 책을 읽고 내 방 거울 앞에 ‘Present is the present!’를 써 놓고 수능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살자. 나는 내일을 앞당겨 쓸 수 없고, 어제를 다시 쓸 수 없다. 오직 이 순간에 몰두하자.’라는 문구를 보며 간단하면서도 실천하기가 힘든 책이라고 생각했다.

자기계발서는 읽을 때는 책을 손에 든 ‘그 때’만 열성을 다해서 읽게 된다. 책을 보는 동안은 책에서 말하는 대로 살면 될 것 같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마음을 가다듬기도 전에 일이 터져있기 때문이다. ‘오늘 읽은 책에 1,2,3의 내용들을 꼭 실천해봐야지.’라고 뒤돌아 선 순간, 중간고사 성적이 발표된다거나 지하철에서 내 앞의 자리를 아주머니한테 뺏긴다든가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으나, 그 순간 마음 속에 나만이 알고 있는 폭풍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현실의 일들은 폭탄과 같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다. 대상이 누구건, 인생은 바라던 일들과 바라지 않았던 일들을 함께 준다.


요즘 법륜스님께서 쓰신 ‘인생수업’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특별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강박을 버리라고 하셨던 걸 기억한다. 특별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떤 무언의 의식 때문에 내 자신을 많이 괴롭히고 산다고 하셨다. ‘나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자신을 낮게 보고 현실을 우울하게 받아들인다고 하셨다. 뜨끔 했다. 항상 ‘보여줘야지!’라고 생각했던 나를 만나게 된 것 같아서였다.

그런 부담이 나에게 자꾸 ‘왕년에’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가정법 과거완료’의 시제로 나를 자꾸 본다고 할까? ‘만약 ~했다면, ~ 했을 텐데.’ 라는 악어와 악어 새 같은 한 쌍은,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예전에 그랬지. 그 때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었어! 나의 환경과 주변상황이 나를 그렇게 선택하게 만든 거야!”라며 자신의 과거를 굉장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상하려고 하는’ 매력을 선사한다.

하지만 가정법 과거완료는, 자신을 반성함으로써 오는 ‘지금’의 후회를 밀어내기 위함이다. 그 때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 역시 내가 만들어낸 ‘특별한 나’로 살지 못함에 대한 후회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통과 구별되게 다른’ 나를 생각하며 자신을 되돌아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돌이표처럼 돌아온 ‘지금’이 아닐까 싶다.


한국의 사진작가 김아타(ATTA KIM)는 ‘All things eventually, however, disappear’이라는 문구로 자신의 사이트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특별하게 살려고 했던 것들도, 열정을 붇던 것들도, 결국에는 다 사라지게 되어있다.

김아타는 공(空)사상을 기본으로 작업을 한다. 공사상은 ‘인간을 포함한 일체만물에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불교의 근본교리로, ‘현상계에 나타나는 모든 사물들은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생멸하는 존재이며, 고정불변하지 않다는 것’을 말한다. 김아타의 작업들은 많은 시리즈로 이어져있는데,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시리즈는 <ON-AIR PROJECT>이다.

<ON-AIR Project 142-1>, 191x312cm, 75x123 inches, 2006, chromogenic print

 

<ON-AIR Project 142-5>, 191x312cm, 75x123 inches, 2006, chromogenic print

 

<ON-AIR Project 142-8>, 191x312cm, 75x123 inches, 2006, chromogenic print
(이미지출처 : http://www.attakim.com)

얼음이 녹아가는 과정을 촬영한 <얼음의 독백 (Monologue of Ice)>시리즈다. 존재하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얼음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시리즈는 ‘마오쩌둥’, ‘불상’, ‘마릴린 먼로’등의 조각을 얼음으로 만들어, 얼음이 녹아가는 과정을 20시간 이상의 노출로 촬영했다고 한다. 스스로 녹아 없어지는 마오쩌둥, 불상, 비석들을 보면 지금 우리가 아등바등 살고 있는 모습들이 하찮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의 영화는 과거 일뿐, 지금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래 동영상은 불상이 녹는 모습을 촬영한 김아타의 작품이다. ‘봄소풍’이라는 제목이다.
4일에 걸쳐 불상이 녹는 모습을 그대로 표현했다.   

 

 

두 번째 시리즈는 <장 노출 (Long Exposure)>로, 도시를 8시간 이상의 장 노출 촬영기법으로 촬영한 것이다. 단순히 보면 텅 빈 거리를 보여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의 물결처럼 표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8시간 동안의 도시에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하나의 독립된 개체’라고 생각했던 각자의 사람들은 결국엔 ‘아무도’아닌 것이다. 뉴욕의 타임스퀘어도, 파리의 거리도, 그 어떤 곳도 사람을 품어주지 못한다. 도시를 만들고 메우는 것은 ‘인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가변 하는 대상인 인간은 도시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

<ON-AIR Project 110-2>, 188x248cm, 74x97.6 inches, 2005, chromogenic print

 

<ON-AIR Project 210-1>, from the series “Paris”, 8 hours, 2008

 

 

두 번째 까지는 움직이는 인간과 움직이지 않는 건물과 환경들의 사이가 갈라져, 인간만이 사라지는 인생을 산다고 볼 수도 있으나, 세 번째 시리즈인 <인달라 (Indala)>를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달라 (Indala)>시리즈는 도시의 사진 10000장을 찍어 겹친 모습이다. ‘인달라’는 ‘우주의 모든 것이 그물처럼 얽혀 관계한다.’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아래 사진은 워싱턴과 베를린을 찍은 만 장의 사진을 겹친 것이다.

<ON-AIR Project 051, Washington D.C -10000>, 2008

 

<ON-AIR Project, Berlin -10000>, 2008

 

너무 부정적이라고 할 수도 있으나, 하지만 나는 동의한다.

“모든 것은 사라진다.”

언제, 어떻게 사라질 지 모르는 인생에서 더 이상은 ‘가정법 과거완료’가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도록 두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다시 도돌이표처럼 돌아온 지금의 시간을 열심히 보내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특별한 사람이 된다는 건, 아마 지금을 제대로 살고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너무 먼 곳까지 생각해서 지금을 놓치지 말고, ‘오늘’ 그리고 ‘나’를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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