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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렀던 자리에 당신의 모든 것이 있어요! 김청진의 <맛있는 저녁이든 아니든>

14.06.09 2

<좋은아들되기>, 150 x 150 cm, Digital Print, 2011
(이미지 출처 : http://www.keemkeemkeem.com/dinner.html)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을 할 때, 포털 사이트를 통해 누구누구의 블로그에 들어가 맛집을 검색해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블로그와 스마트 폰이 보편화 되면서 페이스북에 음식을 먹기 전 사진들이 많이 올라왔고, 인스타그램은 음식 사진이 많이 올라와서 ‘먹스타그램’으로 까지 불리곤 한다. 여전히 직장인들의 점심메뉴 고르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숙제이며, 가장 중요한 하루의 일정이다. 그러니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일일까 싶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 중 ‘식욕’은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먹기 전의 음식들’을 찍는 것은 그 순간의 기억을 남기고 싶어서 일수도 있지만, 나의 욕망이 ‘곧 이루어질 것’에 대한 기쁨과 환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람들은 숟가락을 드는 순간, 처음의 ‘예쁜’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먹는다’는 욕망이 지나간 자리를 우리는 돌아보지 않는다. 아름답고 예쁜 음식들이 철저히 사라진 그 광경을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욕망의 끝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미 내가 원하는 것은 모두 채워졌기 때문이다.

작가 김청진의 작업들을 보면 ‘먹다 남은’ 음식 사진이 주를 이룬다. 작업을 보면서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런걸 찍었을까 싶기도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욕망의 시작’에 관심이 있지, 이 작가처럼 ‘욕망이 성취되고 남은 흔적’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는 한정식 집을 갔을 때 음식을 먹다가 남은 부산물인 냅킨과 찌꺼기 같은 역겨운 것들이 있는데, 사람들이 새롭게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서 다른 더러운 것들을 잊게 되는 과정이 신기했다고 한다.

<자신의 여든다섯번째 생일을 위한 잔치에 살짝 서글픈 마음이 들어 웃는건지 우는건지 구분이 안 되는 외할아버지의 생신잔치에서 눈치보며 밥 먹다가 플래쉬 펑펑 터뜨리며 찍은 잔치상>, 166 x 120 cm, Digital C-Print, 2010

 

 

<살짝 가기 싫은 마음에 억지로 끌려가 맥주와 남은 회만 먹은 안면도 대학원 MT>, 150 x 104 cm, Digital C-Print, 2008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먹는 과정은 삶의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먹기 전 화려한 모습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음식을 보려고 찾아온다. 사진도 찍고, 어떤 음식인가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 대상에 아낌없는 사랑을 준다. 그러다 사람들의 욕망이 채워진 후, 형체와 존재감이 없어진 음식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서울특별시 성북구 맥도날즈 삼선점 빅맥라지세트>, 44.5 x 27.5 cm, Digital C-Print, 2007

 

 

 

<습습한 날엔 버거킹>, 55 x 55 cm, Digital C-Print, 2011

 

삶도 그렇다. 잘나갈 때의 사람은 오로지 ‘나’만을 생각하게 된다. 나의 머문 자리를 돌아 볼 여유를 갖지 않고,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만 몰두하며,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을 때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욕망의 성취가 끝이 나는 순간, 화려한 모습이 사라진 자신을 보며 주변을 돌아보지만 남은 것이 없음에, 중간 중간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음에 후회와 허무함을 느낀다.

얼마 전, 회사 동료에게서 같이 일을 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람은 정말 일을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겸손하지 못하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던 사람이었다. 주변에 너무 적이 많아 그 사람이 내려갈 날만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동안 해온 거짓말이 탄로 나서 회사를 스스로 나와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욕망의 시작도 중요하지만, 욕망이 이뤄진 끝의 순간을 위해 항상 자신을 다독이고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이 잘 이루어지는 동안, 다시 말해 ‘인생이 잘 풀리는 순간’, 자신이 머문 자리를 한 번만 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을 돌아보며 ‘도와주어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먼 길을 가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다.

 

 

<신동욱이 친구들을 위해 차려준 저녁식사>, 70 x 70 cm, Digital C-Print, 2007


욕망의 시작은 언제 어디서든 이뤄질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들은 욕망이 끝난 지점, ‘당신이 머물렀던 그 자리’에 남아있다. 당신이 머물렀던 곳의 사람들, 당신이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었던 사람들의 기억 속 ‘당신의 자리’에 의해,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도 하고 영원히 닮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나’를 한 번씩 돌아보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이룰 인생의 마지막, 욕망의 끝을 잘 맞이하기 위한, ‘나 자신’에 대한 책임감이 아닐까 싶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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