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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1부>

14.06.23 0



현대사회에 있어 디자인의 가치와 역할은 점점 중요시되고 있다. 물론 상업적으로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디자이너의 ‘철학과 책임감’이 온전히 담긴 디자인이 조금은 더 가치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다양한 방식으로 디자인에 건강한 가치를 담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일상의실천 소개

일상의실천은 대학 동기인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이 함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각자 다른 곳에서 활동했지만 워낙 친한 친구고, 디자인의 목적에 대한 고민이 많아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싶다는 점 등 서로 통하는 부분이 많아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습니다. 그리고 모두 술도 좋아하구요.(웃음)

 

멤버 소개

경철 : 가장 중요한 역할인 회계를 맡고 있습니다(웃음). 그리고 주로 웹, 영상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진 : 술자리를 담당하고 인쇄물 작업을 주로 합니다. 사실 디자인 툴에 약해서 인쇄물 기반의 작업만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저희가 대학교 때 타이포그라피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라 그쪽에 관심이 많은데 준호는 조금 더 물성에 집중하여 연구한다면 저는 조판을 만들거나 타이포그라피 작업 자체의 완성도에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준호 : 음..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뉜 것 같긴 한데 제 얘길 하려니 어렵네요. 저는 그냥 얕고 넓게 맡고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 왼쪽부터 김경철, 김어진, 권준호 

 

 

어떻게 모인 팀인가

어진 : 저와 경철이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면서 본질은 숨기고 겉만 꾸미기에 바쁜 작업들에 염증이 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둘의 힘으로 더 의미 있는 일을 진행해보고자 퇴사 후 ‘핸드프린트’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다양한 시민 단체와 함께 작업했습니다. 생각해보니 핸드프린트는 일상의실천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겠네요.

준호 : 꽤 오래 전부터 저희 모두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여러 문제에 경각심을 갖고 디자이너로서 보탬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실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왔어요. 두 친구가 먼저 스튜디오를 시작했고 제가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함께 뭉치게 됐죠. 저는 제 작업 자체가 발언이 되길 바랬고, 어진이와 경철이가 하고 있던 활동은 다른 사람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었기 때문에 셋이 함께하며 얻게 된 시너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핸드프린트 시절에 작업한 녹색연합 소식지 '녹색희망'

  

- 권준호의 타이포그라피 설치작업 'Life:탈북 여성의 삶'. 2011년 크리에이티브 리뷰 올해의 작업에 선정되었다.

 

 

주로 어떤 작업을 하나

인쇄물을 기반으로 작업하지만 매체에 제한을 두지는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란 굉장히 넓은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을 몇 가지로만 국한시키는 건 편협한 생각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작업은 결과물이 사진으로 나올 수도, 새로운 무언가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작업한 ‘녹색연합 활동보고서’를 예로 들면 결과물은 인쇄물이지만 표지를 만드는 과정이 조금 색달라요. 편집작업만큼 표지에서 보여질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녹색 연합이 말하는 ‘환경’을 이전처럼 진부하게 표현하지 않기 위해 밀양 송전탑 이슈 등과 연결시켜 직접 구조물을 만들고 풍경을 색종이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했어요.

 

<2013 녹색연합 활동보고서>

 

 

 저희가 만드는 달력 ‘일상의 역사’도 비슷한 작업이에요. 결과는 인쇄물이 포함되어 있지만 단순한 달력이 아닌, 존재감 있는 달력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자라면서 항상 봐오는 달력에는 국경일만 표기돼 있는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날짜가 그것 밖에 없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억해야 할 우리 일상 속의 역사적 기념일들을 표기했어요. 이외에도 표현 방법은 엄청나게 다양하기 때문에 저희처럼 무엇이라 규정지을 수 없는 작업 방식들도 좋은 시도라 생각합니다. 

- 일상의 역사. 사진작가 노순택과의 협업 작업으로 하단의 사진 부분을 엽서로 활용할 수 있다.

 

 

비영리 혹은 시민 단체와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준호 : 저는 대학교 때부터 학교 내부의, 그리고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는 집합 문화도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교수를 포함한 학교 전체적인 구조의 문제라 생각했어요.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 시키고 싶어 졸전 도록에는 학교의 문제를 다루는 인터뷰를 수록했고, 졸업작품에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잡아 작업했었죠. 이전에 이런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업들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때론 너무 어두워서 주제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고, 비판의식을 담으면서도 디자인 자체의 완성도에도 많은 신경을 썼던 기억이나요. 지금도 그 당시의 태도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학교 다닐 땐 저희 셋이 지금처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공유하거나, 서로의 생각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저는 유학 중에 계속해서 이런 고민들과 작업을 이어갔고, 어진이와 경철이는 조금 더 현장에서 활동하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기 때문에 이렇게 한 곳에 모이게 됐어요.

경철 : 타이포그래피 동아리인데 준호 형은 자꾸 후배들에게 디자인보다도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니까 제가 뭐라고 하기도 했었어요(웃음). 그런데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 문제들을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점점 많아졌어요. 그러다 지금처럼 활동하게 된 것은 예전에 다니던 브랜드 에이전시에서의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당시에는 작업을 의뢰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로고를 만들어 주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포장해주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회의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진 :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자주 나갔던 2008년 즈음에 명박산성이라 불리는 그 모습을 보고 너무 화가 났어요.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에 일단 시민단체 분들을 무작정 찾아 다녔어요. 디자이너가 아니라 한 명의 시민으로 그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만나 뵌 시민 단체 분들께서 반가운 마음에 제게 간행물 등을 주셨는데 이게 정말 읽기 힘들 정도로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더라구요. 그걸 보고 돌아오는 길에 디자이너로서 이런 부분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경철이와 함께 회사를 나와 핸드프린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 권준호의 졸업전시 도록(上), 졸업작품 '찢어진 깃폭'(下) 

 

- 핸드프린트 시절에 작업한 2012년 녹색당 선거공보

 

 

어떤 단체와의 작업이 가장 좋았나

컨텐츠에 담기는 내용은 변한 것이 없지만 저희가 작업함으로써 더 읽기 편해지고, 의미를 전달하기 용이해지니 단체 분들도 점점 저희를 더 믿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약 3 년 정도의 시간 동안 여러 단체와 작업하면서 얻게 된 고무적인 부분은 기획 단계부터 저희가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거에요. 그렇게 신뢰를 쌓는 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특히 녹색연합과 월드비전 그리고 가장 최근에 함께한 환경정의 분들은 저희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게,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 좋습니다.

 

- 2013 월드비전 사업 재무 보고서

 

- 환경정의와 함께 작업한 '우리가 미세먼지에 대처할 시간, PM10'

 

 

비영리 혹은 시민단체와 작업하면서 느낀 좋은 점과 아쉬운 점

어진 : 생각보다 좋은 점은 별로 없긴 한데(웃음).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디자인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죠. 배우는 부분도 많고 저희가 더 견고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일을 하면서 신뢰가 쌓이면 디자이너와 활동가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분노하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연대의식이 생기기 때문에 물질적으로 좋은 점 보다는 오히려 저희가 의식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준호 : 저는 아쉬운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재능기부라는 예쁜 이름 뒤에 숨은, 일종의 ‘재능착취’를 당연하게 요구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요. 가치에 동의하는 연대의 마음으로 저희도 기분 좋게 좋은 작업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단체인데도 불구하고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한번도 돈 주고 맡겨 본 적이 없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도 봤어요. 저희가 스튜디오 운영의 목적을 수익창출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지속 가능한 수준의 보상조차 받지 못한 다면 결국 그들과 저희 모두에게 독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저희가 동의하는 가치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금액을 매우 낮춰드리고 일을 진행하면 어쨌든 그분들도 돈을 지불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가 형성 되기도 해요. 저희는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재능기부’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는 돈을 주고 일을 맡기는 ‘하청 업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특히 규모가 큰 단체는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디자인 결정에 있어서도 불협화음이 생기는 경우도 많구요. 그렇기 때문에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게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일이에요.

 

 

어진 : 좋은 일을 한다는 취지는 물론 좋지만 그것을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는 것이 정말 폭력적이라 생각해요. 저희가 좋은 점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부분들도 이야기하는 이유는, 정말 예쁜 마음으로 그런 일을 맡았다가 상처 받고 결국 지쳐 나가떨어질 수도 있는 힘없는 대학생 친구들을 위해서에요. 재능기부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경철 : 제가 느낀 가장 힘든 점은 조금 더 작업적인 부분에 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 잘 디자인 된 작업물을 별로 접해보지 못하신 분들과 일하는 경우도 있어서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설득해 가는 과정이 정말 힘들어요. 애초에 철옹성을 쌓고 저희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는 분들도 있구요. 이런 문제들이 모두 아직 신뢰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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