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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2부>

14.06.23 1

[인터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 <1부> 에서 이어집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

준호 : 개인적으로 저희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은 ‘손잡고’ 작업이었어요. 거대 기업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엄청난 금액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남발한 문제인데 저희 눈에 이 사건은 너무나 비정상적인, 한국 사회의 가장 미친 부분 중 하나로 보였어요.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너무 없었다는 거에요. 이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손잡고’라는 기구가 출범했고, 저희가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어요. ‘손잡고’가 출범하는 자리에 많은 시민 단체의 저명한 원로 분들과 방송사들도 모였고 디자인을 맡은 저희도 함께했죠. 그런데 그분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참 뿌듯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디자인계가 이렇게까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나 싶어 씁쓸했어요. 디자인계 원로, 교수 분들도 이런 문제에 충분히 공감하고, 작업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경철 : 저는 ‘고래밤’ 이 기억나네요. 그때까지 한 작업 중에 가장 반응이 좋기도 했고 정말 힘들게 만들었거든요. 아이들을 위한 후원 행사로 풍선으로 고래를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그 날 정말 추웠어요. 2013년 가장 추운 날이라 한 명이 10분 촬영하고 한 명은 그 동안 손 녹이면서 고생했는데 그만큼 작업이 잘나와서 좋았습니다.

어진 : 내부 작업으로는 최근에 진행한 강정 프로젝트를 꼽고 싶습니다. 강정 프로젝트는 지난 2011년 가장 크게 다뤄졌던 국내 이슈였어요. 당시에는 많은 활동가와 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주목했었죠. 그런데 3 년이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어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약 일주일 동안제주도에서 주민분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우리 주변에는 또 다른 강정이 산재하고 있어요. 그런 사건들이 우리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손잡고) 출범식. (관련기사보기)

 

- '고래가 그랬어' 후원의 밤 '2014 고래밤' 홍보영상

 

- '끝나지 않은, 강정' 프로젝트

 

 

마음의 '채무'를 디자인으로 갚고 있다고 했다. 무슨 뜻인가

어진 : 항상 제 자신을 비겁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위에 동참하지만 회사에 돌아가서는 내키지도 않는 국책 사업의 디자인을 하고 있고, 술자리에서 울분을 토하지만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면 너무나 무기력한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비겁함에서 오는 죄의식이 커졌고 그것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현재가 아무리 어둡다 해도, 이렇게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어 준 세대가 우리는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앞선 세대에 대한 채무감을 갖고 조금이나마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의 역할, 그 이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철 : 집회에 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나는 그저 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디자인 작업으로 목소리를 내면 그래도 내가 조금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껴요. 물론 현장에 나가는 행동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 운동에 조금 더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을 지속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준호 : 단순히 의뢰 받아 작업하는 것도 영향력이 클 수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작업한 디자인은 그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문제는 디자인의 영향력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거에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큰 문제가 드러나도 사람들은 그 기업을 욕하지 그 기업의 브랜딩을 진행한 디자이너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잖아요. 정말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담아 작업하는 디자이너라면 애초에 그 작업을 맡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약 맡아서 작업했다면 큰 죄책감을 느낄 것인데 사실 한국 사회에 그 정도로 자신의 작업에 책임감을 느끼는 디자이너는 몇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무책임한 태도가 결국 디자이너를 주어진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하청업체’ 정도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결국 디자이너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더 많은 분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선거에 꼭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좀 더 나아질 거에요.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바꾸는 만큼 바뀐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리고 ‘노동자’라는 개념에 대한 교육이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듣는 어색한 단어이기 때문에 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왜곡된 면이 많아요. 지금의 인식대로라면 교사, 공무원, 경찰 등은 노동자가 아니고, 비정규직은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으니 그 프레임 안에서는 결국 정규직이면서 생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노동자라 할 수 있겠네요. 이건 정말 잘못된 것 같아요. 어느 회사의 대리이든 팀장이든 혹은 기자든 프리랜서 디자이너든 자영업을 하는 사장님이든 우리 모두는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노동자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여러 사회문제가 절대 나와 관계 없는 일이 아니라는걸 알게 될 것이고, 정치인들의 어떤 정책이 본인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지 더 쉽게 알 수 있을 거에요.

 

 

자체 프로젝트는 무엇이 있나

어진 : 클라이언트 작업 이외의 것은 모두 자체 프로젝트라 보시면 됩니다. 작년에 진행한 ‘나랑 상관 없잖아’가 일상의실천 이름으로 진행한 첫 자체 프로젝트였어요. 그리고 ‘일상의 물건’은 사석에서 이야기 나누다가 달력을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저희 작업물들,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컨텐츠들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있습니다. 또 ‘끝나지 않은, 강정’ 프로젝트는 우연한 기회에 활동가 분을 사석에서 만나 심각성을 알게 되어 일주일 가량 강정에 머물며 주민 분들을 인터뷰하며 작업했어요. 저희는 이렇게 무언가를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여 만들었다기 보다는 즉흥적으로 시도하는 편입니다. 무한도전이 그러하듯 저희도 무심코 뱉은 말도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경철 : ‘일상의 물건’이 조금 이슈화 되면서 저희 스스로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디자인 스튜디오와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 약간 벅차더라구요. 나중에 더 잘되면 담당자가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잘 팔려도 인력 소모가 심해서 큰일이에요(웃음).

준호 : 최소한 1년에 한 번은 자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해요. 현재 진행중인 것은 ‘난센여권’입니다.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으로 곧 한남동 테이크아웃 드로잉에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6월 17일 - 7월 30일)

 

- 2013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여름 정기회원전에 참여한 일상의실천 첫 자체프로젝트 '나랑 상관 없잖아' 

  

- 일상의 물건 소개영상 (바로가기)

 

- '난센여권'프로젝트 전시 (전시기사보기)

 

 

일상의실천이 기획한 디자인 세미나 '집합'은 무엇인가

‘집합’은 저희가 자체적으로 기획하여 모교에서 진행하는  세미나입니다.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금 더 열려있는 마음으로 다가가 다양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년 5월에 1회를 진행했고 올해는 9월에 두 번째 집합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앞서 언급한, 선배가 후배들을 기합을 주고 때론 구타를 하기도 했던 집합이란 악습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아직도 이어지고 있더라구요. 자기들 작업도 엉망진창이면서 왜 그렇게 후배들을 힘들게 하는지.. 그렇게 모교에서 일어나는 잘못된 일들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어요.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해야 하는 건 디자인에 대한 논의지 선후배간의 복종문화는 아니잖아요. 후배가 선배들과 작업에 대해 대화하는 것에 움츠러들지 않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일단 올해까지는 저희 학교 출신의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는데 만약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디자이너 분들도 모시고 함께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일상의실천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디자인 세미나 '집합' 

 

 

일상의실천은 왠지 학구적인 느낌도 들고 항상 고민과 토론을 할 것 같다. 평소 팀 분위기는 어떤가

저희와 친한 다른 스튜디오 사람들처럼 엄청나게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에요. 당연히 저희끼리 웃고 떠들기는 하지만 그 안에 사회 문제에 대한 풍자와 조소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모두가 그럴 수는 없겠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저희처럼 비판적인 태도로 살면 좋겠어요(웃음). 같이 술도 자주 마시고 작업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많이 나누는데 외부에서 보기는 조금 무거워 보일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저희가 디자인 이외에는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취미가 없거든요. 그래도 셋이 생각하는 바가 비슷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아참 종종 다같이 노래방도 다녀요(웃음).

 

 

일상의실천에게 일상의실천이란

어진 : 제게 일상의실천은 정말 일상인 것 같아요. 엊그제 준호가 새로 맡은 작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악몽을 꿨다고 했는데 그 얘기가 참 반갑더라구요(웃음). 우린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작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중압감을 작업 시간 이외의 일상에서도 느끼는 거라 생각해요. 개인적인 목표로는 나중에 제 아이에게 아빠로서 부끄럽지 않은 스튜디오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준호 :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부터 느끼기에 보통 서른 후반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는 즈음이 ‘꼰대’가 되는 시점인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그 이전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머지 않아 그 나이가 되겠지만 일상의실천은 제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긴장의 끈을 유지하게 해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단순히 작업에 대한 긴장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의 사회적인 의미를 끊임없이, 자연스럽게 상기시켜주니까요. 아마 혼자였으면 못했을 거에요.

경철 : 일단 단순히 시간만 따져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는 곳이 일상의실천이고, 제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에요. 함께 일하는 친구들 덕분에 사회적인 의식을 지켜갈 수 있고 지켜보는 저 눈들 때문에 작업도 더 집중해서 할 수 있으니 일상의실천은 제 삶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상의실천 각 팀원들이 추천하는 디자이너/아티스트는?

준호 : 사진작가 노순택 씨를 추천합니다. 페이스북의 직장 입력란에 ‘거리’라고 적어두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문제가 있는 모든 현장에 나타나 사진에 담고 계시니 정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이죠. 일상의실천이라는 이름이 저희보다 더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대추리에서는 마을 분들의 사진을 찍어드리기 위해 그곳에서 2년 동안 사진관을 운영하시기도 했구요. 그분을 통해 작업을 대하는 진중한 태도와 행동력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진 : 디자이너 박우혁 씨를 추천합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그분의 작업을 좋아했고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본인의 명성을 과시하지 않고 묵묵히 작업하시는 그 어떤 ‘뚝심’이 작업으로 온전히 드러난다는 것이 참 멋있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해요.

경철 : 연기백 작가를 추천합니다. 최근에 전시를 통해 알게 된 분인데 특별한 설명 없이 작품만 보아도 공들임의 시간이 고스란히 묻어 나오는 것을 느꼈고 작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꼭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노순택 사진 에세이 <사진의 털>
http://suntag.net

 

진달래&박우혁 <뮌 기억극장>
http://www.typepage.com

 

연기백 <인왕산이 보이는 남쪽 창이 있는 방>

 

 

디자인 스튜디오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생각보다 현실은 참 냉혹합니다. 취업을 추천하기도 좀 그렇고 창업을 추천하기엔 무책임한 것 같아요. 만약 정말 스튜디오 창업을 하고 싶다면 ‘왜’ 하고 싶은지 깊이 고민하길 바랍니다. 무언가 자신만의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트렌드를 따르는 멋지고 예쁜 작업을 하고 싶어서 창업에 도전하면 금방 한계에 부딪힐 수 있습니다. 저희를 포함해서 디자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범주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소규모 그룹들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요. 하나의 방향에 국한돼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기 보다는, 자신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너무나 자주 마주치는 고난 때문에 쉽게 포기한다면, 차라리 좀 더 빨리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의실천
http://everyday-practice.com
http://www.facebook.com/ilsanguisilcheon
http://everyday-objec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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