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김물길

[365 ART ROAD] 여행 중 장사에 도전 - Part2 : 밀라노 골목길에서 가방을 팔다

14.07.03 7

 

[ Milano, Italy ]

 

 

약 5개월 전, 내가 마다가스카르를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그 때 너무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했고, 장사를 하면 잘 팔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가방을 저렴하게 구입해 좀 더 비싸게 되파는 장사를 해보기로 했다. 장사를 하기에 적합 한 곳은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가방을 마다가스카르에 밀라노로 보냈다.

‘여행 중 장사에 도전하다-Part.1 그 준비’ 참고

 

내가 보낸 가방은 밀라노 공항까지만 배송돼서 누군가 공항으로 가 가방을 수령해야 했다. 나는 밀라노에 사는 친구 ‘피아’에게 메일을 보냈다. ‘내가 짐을 밀라노로 보냈는데, 그 짐이 공항으로 까지 밖에 안 간대. 정말 미안하지만 공항에 가서 내 짐을 받아 줄 수 있니?’ 라는, 아주 공손하고 미안한 마음을 담은 장문의 메일이었다.
그러나 피아의 답장은 차가웠다.
‘그 문제는 미리 나와 상의를 했어야 하지 않니? 너를 이해 할 수 없어. 나는 요즘 너무 바빠 공항에 갈 수 없어. 게다가 우리 집과 공항은 너무 멀어.’ 귀찮아할 수 있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피아의 반응은 뜻밖이었다.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물건은 보내졌다. 그녀가 날짜에 맞춰 밀라노 공항에 가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고, 못 가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고맙게도 피아는 그녀의 친구를 통해 가방을 받아주었다. 덕분에 가방들이 공항에서 폐기처분 당하는 비극적 결말은 피할 수 있었다. 첫 장사도전기의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 밀라노로 향하는 히치하이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히치하이킹을 해 밀라노에 도착했다. 곧장 가방을 보관하고 있는 피아네 집으로 갔다. 피아는 장사를 한다는 것에 결사반대했다. 유럽에서 허가증 없이 장사를 하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처벌도 엄격하다. 혹시나 장사를 하다 경찰 검문에 걸리면, 그 길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힘들게 가방을 공수한 탓에 이대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잘못돼도 내가 잘못된다.’는 생각으로, 가방을 짊어진 채 거리로 나섰다.

 장사를 하려면 장소가 중요하다. 자리가 장사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밀라노까지 히치하이킹 해준 커플에게 좋은 장사자리를 추천받았었다.  장소는 밀라노 브레라 미술대학 근처 골목길. 직접 가보니 가짜 명품을 파는 흑인들과 그림을 파는 사람들, 핸드메이드 기념품을 파는 상인 등 많은 사람들이 뒤섞여있었다. 나는 그 곳에서 장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골목 모서리에 있는 건물이 눈에 띄었다. 내 첫 불법 장사가 그 건물 계단에서 시작됐다.

 

 

- 장사가 시작되다

 

밀라노에 함께 온 한국친구와 한 팀이 됐다. 나는 가방을 팔고 친구는 망을 봤다. 보따리를 바닥에 깔아 경찰이 나타나면 물건을 챙겨 도망가는 다른 불법상인들과 달리, 나는 아무런 준비도 돼있지 않았다. 그저 경찰이 올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온 넓은 천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가지런히 가방을 세웠다. 다시 봐도 너무 예뻤다. 골목을 지나가는 행인들 눈에도 부디 가방이 예쁘게 보이기를 기도했다. 
드디어 첫손님. 가방이 예쁘다며, 직접 만든 것이냐고 묻는다.
 “직접 만든 건 아녜요. 전 지금 세계일주를 하고 있는데, 그 중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서 사온 핸드메이드 가방이에요.” 대답이 손님의 호기심을 자극했는지 내 여행이야기에 흥미를 표했다.  이런저런 질문이 오갔고 손님은 가방을 구매했다.
그녀가 내 첫손님이 된 것이다.

 

- 나의 첫 손님

 

나는 가방을 약 4~5유로에 구입했고 밀라노에서 20~25유로에 판매했다.  이대로 가방을 다 판다면 큰 쌈짓돈을 벌 수 있는 쏠쏠한 기회였다.첫 손님이 스타트를 일찍 끊어준 덕분인지 첫날 장사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경찰도 나타나지 않았고 날씨도 좋았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딱 2시간만 장사를 했을 뿐인데 110유로라는 큰돈을 벌었다. 날이 어두워지면 길거리 장사는 의미가 없어서 해가지자 마자 장사를 마쳤다. 시작부터 징조가 좋았다.

둘째 날. 아침 일찍 첫날과 같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경찰이 눈에 띄었다. 나는 손님과 얘기를 하고 있었고 경찰이 내게 다가왔다. 정말 큰일 났다싶었다. 그가 다가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경찰은 밝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나를 보더니,
“네, 좋은 아침입니다.” 하고 답한 후, 허가증을 검사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갔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골목길의 불법상인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경찰이 내가 먼저 인사를 했기 때문에 봐준 것인지, 인사를 안 했어도 그냥 넘어가줬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확실한건 천만다행이라는 점이다. 장사는 계속됐다. 가방도 잘 팔렸다.  그런데 점심시간 무렵, 어느 화가부부가 이곳이 원래 자신들의 자리라고 했다. 나는 순순히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맞은편 골목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았다. 화가부부는 직접그린 그림들을 계단에 펼쳐놓았다. 그들은 내게 장사 허가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경찰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렇게 둘째 날이 지나갔다. 90유로를 벌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맘에 들어 구입한 이 가방이 다른 사람 눈에도 띌 것이라는 나의 판단이 증명되는 날이었다.

 

 

- 장사 셋째 날, 장사 중에도 계속되는 그림 그리기

 

셋째 날. 금요일이라 대학생과 사람들이 많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다들 주말이라 도시를 떠났는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만큼 장사도 안됐다. 게다가 비가 오려는지 하늘도 우중충하다. 말 그대로 공친 날이었다.

넷째 날. 아직 가방이 조금 남았다. 장사 첫날엔 가방이 많아 눈에 띄고 예뻤는데, 여러개가 팔려나가자 빈 공간이 생기면서 판매가 저조해졌다. ‘가방 자체로 눈에 띌 수 없다면 나라도 눈에 띄자!’는 생각으로 독일 베를린 중고시장에서 구입한 알록달록 블라우스에 검은 챙 모자까지 쓰고 장사를 했다. 마케팅이 적중한 것일까. 가방이 10개가 팔리는 기적을 발휘했다.


- 장사 마지막 날, 떨이장사 파격세일!

 

마지막 다섯 째날. 화가부부가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마지막 장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가방들이 조금씩 더 줄어들었다. 순간, ‘이 가방을 팔지만 말고 선물을 하는 것은 어떨까?’싶었다. 그러자 밀라노에서 나를 도와준 많은 친구들이 떠올랐다. 나를 재워 주고 챙겨준 친구들, 밀라노까지 차를 태워준 커플, 또 그들을 통해 알게 된 좋은 친구들까지. 손가락으로 한 명 한 명 세다보니, 10명 정도였다. 마침 오후 5시경, 가방이 한개가 팔리자 남은 가방이 10개가 됐다. 곧장 장사를 접었다. 그 중에 한개는 같은 골목에서 매일 함께 장사를 했던 예술가 할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렸다. 할아버지 역시 너무 고맙다며 자신이 직접 그린 엽서 두 장을 선물로 주셨다.

그렇게 남은 가방 9개를 들고 집으로 돌아와 밀라노의 고마운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뜻밖의 선물로 기뻐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내 기분도 날아갈만큼 좋았다.

 

 

- 정든 화가아저씨와의 추억 나누기


- 가방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친구

밀라노에서 펼쳐진 5일간의 가방장사가 성공리에 마무리 됐다. 큰돈은 아니지만 돈도 벌었다. 그만큼 소중한 돈이다.
기적이라면 기적 같은 경험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부터 시작 된 나의 장사 도전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No.227
Focus
Milano, Italy

 


No.228
Milano, Italy

 

 

‘거리의 악사’
- Zagreb, Croatia

 

No.218
거리의 악사
Zagreb, Croatia

 

No.221
거리의 악사
Prague, Czech Republic

 

그 도시의 멋진 풍경
그 지역의 맛있는 음식
그 거리의 아름다운 선율
거리의 악사들은 거리거리에서 우리의 귀를 배부르게 한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7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