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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답이 없는’ 레고

14.07.11 1

어린 시절, 미처 치우지 못한 레고 한 조각을 밟고 미간을 찌푸린 적이 많다. 기분 같아선 내 발바닥을 찌른 이 못된 레고 조각을 폐기처분 해버릴까 싶다가도 언제 어떻게 필요할지 몰라 분노를 삼키며 레고통에 집어넣는다. 이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해봤으리라 짐작한다. 그만큼 레고는 '너와 나의 유년시절 핫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레고는 1932년, 덴마크의 목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얀센이 자녀를 위해 만든 조립식 블록을 시초로 한다. 올레 아저씨의 직업이 목수였던 만큼, 초기 레고는 나무블록이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장난감 회사 LEGO를 설립하고 장난감 시장을 집어삼킨다. 네임(LEGO)의 유래는 덴마크어로 ‘잘 논다’는 ‘LET GODT’의 줄임 말이다. 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라틴어로 “내가 되다.”란 의미란다. 어쩐지 작은 블록블록이 모여 큰 의미를 만드는 레고 철학과 일치하는 느낌이다.

더 이상 대형마트 레고 코너에서 설렘에 가득 찬 어른을 보는 일이 낯설지 않다. 레고를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부터 각종 액세서리, 예술작품, 영화까지. 레고는 우리네 일상을 재구현하는 좋은 소재가 됐다. 이제 레고가 단순히 장난감이 아닌 하나의 문화상품이 된 것이다. 오늘은 트렌드로 자리 잡은 레고의 ‘화려한 변신’에 대해 이야기코자 한다. 먼저, 330만개의 블록으로 레고 하우스를 지은 남자 이야기다.

”James May의 레고하우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임스는 촬영차 이곳에서 하루를 보낼 예정이다. 침대도 불편하고 난방도 안 되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 “일종의 캠핑 같은 거지, 뭐. 읽을 것만 있음 돼”라며 그가 쿨하게 말했다.

레고 하우스는 말 그대로 레고로 만든 집이다. 다만, 크기가 다르다. 이 집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제작됐다. 레고하우스는BBC <James May's Toy Stories>를 통해 레고가 영국인이 좋아하는 장난감으로 선정되면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됐다. 완구전문가 제임스 메이와 1000여 명의 봉사자가 함께했다. 높이는 약 6m. 침실과 화장실, 각종 생활소품까지 전부 다 레고로 만들어졌다. 

제임스가 레고로 만든 매트릭스와 이불이 덮인 침대 위에 앉아있다. 그가 몰래 침낭을 숨겨 들어왔다는 루머가 있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첫 공간인 부엌. 레고 응급처치키트부터 토스트기, 도마까지. 완벽하다!

 


찻잔, 주전자, 샐러드 접시. 전부 다 레고로 조립했다. 

 


빵 바구니다. 모든 소품은 레고 마니아에 의해 제작됐다. 어떻게 만들었는지 정 궁금하면 일단 몇 시간이나 걸렸는지 물어봐라.

 

포장이 반쯤 뜯긴 초콜릿

 

부엌 뒤에 있는 세탁기. 이건 단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거다.

 

청소기. 기타 아님.

 

거실에 있는 레고 신문과 안경. 혼자서 신문 만드는 데 4시간이나 걸렸다.

 

 

“오!” 부서진 레고 신문에 당황하는 제임스 (사진 출처 : www.dailymail.co.uk) 



레고 회전의자. 제임스가 앉았더니 부서졌다.

 

실제 작동하는 화장실과 샤워실. 물이 줄줄 샌다. 

 

싱크대. 오른편에서 나오는 레고 불빛을 사용할 수 있다. 칫솔도, 사용하던 치약도 모두 레고 블록이다.

 

오리모양의 플라스틱 샤워볼

 

두루마리 휴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사용해도 좋을 듯.

모든 소품이 레고로 제작된 레고하우스는 와인 농장 부지 위에 지어졌다. 약 10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힘들게 제작했건만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힌다. 부지제공자가 포도농사를 이유로 완공 2 주 만에 철거를 요구한 것이다. 설상가상, 이동 비용이 너무 비싸단 이유로 레고랜드가 매입을 거절한다. 철거철회를 위해 제임스는 서명운동과 매입 공고를 추진하지만 지정한 날까지 매입자를 찾지 못했다. 결국 레고하우스는 2주만에 철거됐다. 부지제공자의 포도 사랑이 만든 참사였다.

 


(출처 : www.topgear.com)


레고하우스 내부 영상



 

다음은 레고를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레고 인테리어라 하면 단순히 레고 시리즈를 조립해 선반 위에 올려놓는 일을 생각한다. 하지만 인테리어 소품 역시 기존의 레고 철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은 블록 하나로도, 그것을 조립해서도 멋진 소품이 완성된다. 그만큼 만들 수 있는 개체가 무궁무진하다.

 

1. 레고키보드 

레고 엔지니어 Jason allemann이 만든 레고 키보드. 그는 길가에 버려진 키보드를 뜯어 레고로 리모델링 했다.








<the full keyboard built LEGO bricks>, (출처 : www.designboom.com)

 

레고 키보드 작동 영상



 

2. 아이폰 케이스  

레고사와 Belkin사가 협력하여 “나만의 아이폰5 케이스 만들기”를 소개했다. 케이스 뒷면이 레고판으로 구성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블록을 디자인할 수 있다.







<the new LEGO iPhone case by belkin>, by Belkin (영상출처 www.designboom.com)



레고 아이폰5 케이스 영상

 

3. 아이폰 이어캡 







<LEGO block caps> by KBme2, (사진출처 : www.designboom.com)

 

 

4. 레고 키홀더  



<DIY LEGO key holder 1 : how to make>, (사진출처 : www.think.bigchief.it)


 

 

<DIY LEGO key holder 2 >, (출처 : www.felixgrauer.de)

  

레고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합이 맞는 블록과 블록을 끼워 맞추면 된다. 그럼 의미 없던 한 개의 블록이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러한 레고의 철학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 One source multi use, 그 자체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답이 없는’ 레고는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그게 제임스 아저씨의 레고하우스일 수도, 누군가의 집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일 수도, 그저 장난감일 수도 있다.

심리학적으로도 레고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규칙과 상상력을 동시에 구현하고, 자체적으로 의미가 없는 재료들을 모아 의미를 만들기 때문”이란다. 사실 남녀노소 누구나 레고에 열광하는 건 레고가 그야말로 답이 없어서일 것이다. 자칫 나 하나로는 의미 없다고 느낄 수 있는 빡빡한 사회 속에서 ‘온전한 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행적이 모여 의미를 갖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일일 테니 말이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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