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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 사진작가 여 지

14.07.23 0



# 2012년 여름. 영업 실무 OJT를 위해 선배가 담당하는 강남 성형외과를 방문할 때였다. 그때는 신참이라 군말 없이 선배를 쫓아다녔고, 영업을 한다는 데 꽤나 자부심이 있었다. 선배는 의사와 끊임 없는 대화를 나눴다. 가끔 이야기가 지루해지면 으레 옆에 있던 내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대부분의 성형외과 의사는 남자였는데, 남자인 선배와 의사는 죽이 척척 잘 맞았다. 예를 들면 “원장님, 얘가 이번에 들어온 신입입니다. 혹시 후배가 성형한다고 하면 싸게 해주실래요?”, “허허, 손댈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뭐 이런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자주 나눴다. 어떤 분은 대놓고 내 눈을 보며 “수술하면 진짜 잘 될 눈인데 왜 안 해요? 싸게 해줄게~”라며 역(易)영업을 시도했다. 나는 그 옆에 그저 어리버리 하게 앉아, 그들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네요.”라고 영혼 없이 말했다.


# 강남 성형외과 주축 영업 9개월.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었다. 신기한 점은 이 여성들 대부분이 개와 함께 당당히 산책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당당함은 ‘컬처쇼크’ 였다. 압구정은 이래도 되는 곳인가 싶었다. 영업이 잘 되는 성형외과에서는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해당 병원 앞 약국에는 ‘중국어, 일본어’로 된 “어서 오세요! 약은 0000원 입니다.” 문구가 붙어있었다. 영어는 기본, 러시아어까지도 가능했다.  





# 어느 날, 의료사고가 났던 병원 앞을 지나가게 됐다. 가족들이 시위를 하고 있었다. 땡볕 아래, ‘내 딸을 살려주세요.’라는 피켓을 든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사건의 요지는 이랬다. ‘가족의 동의 없이 이십 대 초반의 여성을 전신마취했다가 식물인간이 됨’. 가슴이 먹먹했다. 
장사가 잘되는 성형외과는 영화 <300>속 군대와 닮았다. 전진, 또 전진.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마저 실전에 투입된다. 그들은 환자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전신마취를 한다. 이윽고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 이 세계에서 정말 ‘신’이 되어버린 의사들은 무수한 사고를 입막음과 돈으로 처리하고 있다.







강남 성형외과를 경험했던 9개월은 짧지만 길었다.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수많은 여성들, 바삐 환자의 이름을 호명하는 코디네이터들, 가슴에 들어갈 실리콘 감촉에 놀라던 내 모습, 그리고 ‘before and after’가 확연한 지하철 광고들. 과연 저 성형외과 의사들은 어떤 ‘정신과 관념’을 가지고 환자를 마주하고 있을까? 
‘의느님’께 축복받을 준비가 끝난 여성은 수술대에 오른다. 완벽한 신체와 얼굴을 갖기 위해서는, 좀 더 완벽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수술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작가 ‘여지’는 성형 직후의 여성에 주목했다. ‘완벽미(美)’를 추구하는 <beauty recovery room>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여지는 현재 외모로 스트레스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폭/거식증을 앓는 여성도 촬영하고 있다.



여지의 작업은, 어찌 보면 진부하다. 우리에게 성형이 익숙한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성형으로 예뻐졌다’는 명제는 ‘나는 오늘 점심을 먹었다.’ 정도의 일상이 돼 버렸다. 
그래선지 여지의 작업은 우리나라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다. (The Guardian, BBC Brazil, National Geography Blog, Huffington Post, Dazed and Confused 에서는 ‘top photography stories in 2013’에 선정되었다.) ‘성형 강국’에서, 사회적으로 부여된 여성의 몸에 관한 시각을 잘 풀어냈다는 평이다.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모두 우리나라 사람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좋은 것은, 여지의 사진이 우리 사회의 숨기고 싶은 ‘자화상’을 비추기 때문이 아닐까?



<Draw on me>시리즈에서 작가는 자신의 몸을 이끌고 뉴욕 브룩쿨린 시장에 나간다. “나는 완벽해지고 싶어요. 어디를 성형수술 해야 할까요?”라는 글을 쓴 채로. 몇몇 사람들은 어디 부위를 고쳤으면 좋겠다고 표시했지만, 일부는 ‘고칠 곳이 없어요’ 혹은 ‘Anywhere’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할 필요가 있다. 이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다.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외모가 예뻐진다고 해서 스스로를 사랑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래 영상은 도브에서 만든 광고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You are more beautiful than you think.)”는 메시지를 전한다.영상은 FBI 몽타주 전문가인 길 자모라(Gil Zamora)가 7명의 여성의 얼굴을 모른 채 외모에 관한 설명만으로 몽타주를 그린 것이다. 영상에는 몽타주 전문가가 등장한다. 그는 여성 모델이 자신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말을 듣고 첫 번째 몽타주를 그린다. 그 후, 새로운 여성이 등장하여 처음 등장했던 모델의 생김새를 묘사한다. 전문가는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몽타주를 그린다. 마지막으로 두 개의 몽타주를 비교한다.



결과가 어땠을까?
두 번째 몽타주가 첫 번째 몽타주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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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진심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는 이에게 성형의 덫은 항상 함께인 것 같다.
성형을 ‘자기 발전’의 일환으로 즐기는 것은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형을 하지 않는 내 모습이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일은 그르다. 왜냐면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가 비싼 돈을 내고 받아야 할 치료는, ‘자기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법’이 아닐까.

 

(작품출처 jiyeo.com)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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