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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Van, Picasso> -2. 현대판 반 고흐씨

14.08.05 0


<Self - portrait, 자화상> Vincent Van Gogh 

 

 

* 작년 겨울, 매서운 추위를 뚫고 도착한 그곳엔 <별이 빛나는 밤>과 반 고흐가 있었다. 미술과 거리가 먼 전공을 가진 탓에 그의 예술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를 물으면 망설임 없이 ‘고흐!’라고 답한다. 예쁜 빛을 띠는 물감이 덕지덕지 붙은 특유의 그림이 좋다. 본래 꽃을 좋아하는 내게 그의 꽃 그림은 함박미소를 안겼다. 하지만 왠지 모를 음울한, 고흐의 자상화 속 눈빛이 뇌리에 박혔다.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평생을 신경쇠약증에 시달려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 이 불쌍한 화가의 눈빛에 제대로 매료된 모양이다.   

 


* <반 고흐 in 파리>전이 2012년 11월 8일부터 2013년 3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렸다. 전시는 고흐가 파리에 머물렀던 2년동안 그려낸 유화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Irises, 붓꽃> Vincent van gogh, oil on canvas, 71 x 93cm, 1889



고흐는 가난했다. 앞서가는 그의 창조성을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폐쇄적인 성격은 사람들이 그를 무시하고 조롱하는데 명분을 줬다. 그림이 팔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평생 동생 테오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했다. 몇 개의 캔버스를 x-ray로 찍어보면 또 다른 그림이 등장한다.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연습한 종이 위에 그림을 덧댄 것이다. 자화상 너머 드러나는 여자의 가슴. 고흐는 어떤 감상을 가지고 자신의 눈, 코, 입을 그렸을까.




X-ray photo of <Self portrait> Vincent van gogh, 자화상 너머로 여자의 가슴이 보인다.

 

무엇보다 고흐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노력’과 풍부한 ‘예술 감수성’때문이다. 그의 초기작은 (네덜란드시기 : 1881-1885) 어둡고 음울하다. 테오는 “이렇게 우울한 그림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밝은 느낌으로 그려보라.”고 권한다. 고흐는 동생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그래서 꽃을 그린다. 밝은 색감을 표현하기에 꽃을 그리는 만큼 연습이 되는 일이 없어서다. 그렇게 수많은 꽃을 그렸다. 검정 톤의 그림이 갈색으로, 노랑색으로 빛을 갖췄다. 사실 감정사들은 많은 꽃 그림의 정확한 시기를 판별하지 못한다. 다만 꽃이 얼마나 졌는지, 어느 시기에 피는 꽃인지를 구별하여 “대충 이 시기겠군.”한다. 그린 그림이 하도 많아 따로 서명을 하지 않아 그렇단다. 그만큼 고흐의 습작은 단순  ‘천재’라기에도 많은 양이다. 나무판자 앞뒤로도, 캔버스를 덧대고도 그림은 계속됐다.

 



<Sunflowers, 해바라기> Vincent van gogh, oil on canvas, 91 x 72cm, 1888



<Irises, 붓꽃> Vincent van gogh, oil on canvas
가난했던 고흐는 모델 섭외 비용이 없어 꽃으로 습작을 했다. 



<협죽도가 있는 정물> Vincent van gogh, oil on canvas, 73 x 60 cm, 1888


좀 더 발전적이고, 우리가 ‘아는’ 고흐의 그림이 많을수록 관람객은 늘었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색채)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고흐는 전례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천재다.”는 명제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듯 했다. <SOLD OUT>이 대부분인 상품과 남는 상품이라도 건지려는 사람들. 복잡복잡 한 아트숍 풍경을 보자니 암울했던 고흐의 삶과는 대조적이다. 만약 고흐가 살아있다면, 지금 이 광경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마 그를 ‘알아주는 시대’를 타고나 ‘세기의 화가’ 피카소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을는지도 모른다. 슬픈 고흐의 눈이 생각나, 그를 이쪽 세계에 데려오고 싶다 생각했을 때 <Doctor who>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Doctor Who, season5 episode 10 : Vincent Van Gogh> 

- 미술 역사에서 반 고흐가 차지하는 정도가 얼마나 됩니까?
- 어려운 질문이군요. 일단 제겐 반고흐는 최고 중에서도 최고에요. 틀림없이,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하며 사랑받는 화가일 겁니다. 그의 컬러에 대한 감각은 매우 뛰어나며 찢어질듯한 아픔을 예술적으로 아주 아름답게 승화시켰죠. 아픔이 초상화된 경우는 많지만 자신의 격정과 아픔을 즐거움과 환희, 거대한 우리 세상으로 표현한 바는 전례가 없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테죠. 제 사견으로는 프로방스의 평지를 방황하던 이방인이자 야만인은 단지 세계 최고의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최고였던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영상은 2010년, 현대 오르셰 미술관. <고흐관>은 그의 작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그 중엔 타임머신의 도움을 받아 이를 지켜보는 고흐도 있다. 큐레이터는 그를 “틀림없이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화가”라 칭한다. 무시와 조롱으로 가득 찬, 자신의 세계와는 비교되는 현대의 평가에 눈물이 가득한 고흐. 과거의 불운한 삶이 현대의 평가로 보상받는 듯하다. 실제로 이 에피소드는 <Doctor Who> 시리즈 중 역작으로 꼽힌다. 고흐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는 리뷰가 유독 많다.


엉뚱한 상상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고흐의 삶을 애닯아 하는 많은 현대 작가들이 “고흐의 현대 ver”을 재창조했다. 현대 속 고흐는 과거의 삶처럼 우울하지도, 구슬퍼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폐쇄적인 그의 성격은 현대에서 ‘작업할 때 예민한 예술가’쯤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되레 사람들은 고흐의 천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첨단의 작업실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별이 빛나는 밤>을 배경으로 아이패드 속 <해바라기>를 들고 있는 고흐.
자신의 일에 있어서 ‘고집’있고 다
소 ‘신경질적’이었다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 

 


첨단시설이 마련된 고흐의 작업실. 커피를 마시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을 작업 중이다.

 

그렇게 완성된 현대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원작과 달리 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현대판 고흐의 자상화1

 


현대판 고흐 자상화 2

 

 


마초를 떠올리게 하는 자상화3. 귀걸이와 목걸이, 타투가 인상적이다.

 

 


스마트 폰을 떨어뜨려 슬픈 <영원의 문턱에서>. 고흐의 원작에 스마트 폰을 합성한 것 뿐인데 작품이 유쾌하다.



귀를 잘라 병원에 입원하게 된 고흐. <귀가 잘린 자화상>

 

‘귀를 잘랐다’는 명성 때문인지 이비인후과 의사로 변신한 고흐

 

 

고흐의 귀를 물어 뜯는 마이크 타이슨. 수아레즈도 연상케 한다.

 

석탄대신 쓰레기를 옮기는 현대판 <석탄을 옮기는 여자 광부들>

 

캔버스 화와 wii, 피자헛, play boy, 여자와 함께 있는 <아를의 반 고흐의 방>.
만약 현대의 고흐라면 부와 명성을 얻었을 테니 실제 장면일지도 모른다.  

 


성인잡지 <play boy>가 놓여진 반 고흐의 <의자>

 


맥도날드가 눈에 띄는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


출처: www.freakingnews.com

 


그렇게 사람들의 애정을 받은 ‘현대 고흐’는 고갱과 이루고자 했던 ‘공동체’가 실패해도 귀를 자르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어쩌면 시대를 잘못 만나 불우했던 그의 환경이 지금의 고흐를 더 빛나게 하는 요소일수도 있다. 흔히 사람들은 ‘불운한 요소’에 더 깊게   감명받고 또 반응하니까. 그래서 고흐와 피카소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게 아닐까? 고흐를 우리 시대로 소환하고자 하는 바람은 이런 마음에서 기인하는 듯 하다.


그러다 우연히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고흐의 편지를 봤다.
그는 이미 자신이 ‘시대의 불운아’임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테오야, 나는 미래를 예견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한다는 법칙은 알고 있다. 10년 전을 생각해보자. 그때는 모든 것이 달랐지. 환경, 사람들의 분위기… 그러니 앞으로 다가올 10년 동안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의 작품은 남을 것이다. 나는 내가 한 일을 후회하지 않을 테다.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中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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