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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계속되는 아트로드

14.08.14 4

[ South America ]

 

스스로에게 물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그릴 수 있는 그림을 왜 힘든 여행을 자초하며 그리는가.’

대답은 이렇다.
익숙한 곳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것이 근처에 있어도 무심코 지나가고, 발견한다 하더라도 큰 감흥을 얻기 힘들어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는 모든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진다.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그럴 때면 창틀에 녹슨 색 만 봐도 ‘오 이런데서 이런 예쁜 색이 나오는구나.’라고 느꼈다. 나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예민하게 관찰하고 또 느끼고 싶었다. 물론, 그 안에는 예상 치 못한 위험과 행복이 포함 돼 있을 것이다. 때문에 이 여행이 즐겁고 안전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 중 겪어왔던 힘듦조차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려 했다. 그 과정동안 나도 모르게 조금 더 유해지고 조금씩 성숙해져 갔다.

나의 중남미 그리고 북미여행은
2013년 1월 24일, 스페인에서 페루로 이동한 후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 에콰도르,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과테말라 그리고 쿠바에 이어 멕시코와 짧은 미국일정을 마지막으로 10월14일까지 이어졌다. 총 9개월의 여정이었다.



 

[ART ROAD] 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남미가 시작되다.

 [Peru]

 
No.249
A woman, Lima, Peru

 

 

‘10년 지기 친구 지현이를 만나다.’
Lima, Peru

1월 24일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를 경유 해 페루, 리마로 간다.
계산해보니 환승시간까지 17시간이 걸린다.
‘오랜만에 두 끼를 기내식으로 먹겠구나.’
바르셀로나에서 2시간을 기다려 마지막 종착지 리마공항에 도착했다.
매번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일이 은근히 스트레스다. 그런데 이번엔 고맙게도 카우치서핑 호스트 친구가 공항으로 택시를 보내줬다. 덕분에 교통 걱정 없이 친구의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안녕! 내가 윌리엄이야.”

자신을 윌리엄이라 소개하는 남자가 문 앞에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는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멋쟁이였다. 당시 윌리엄이 무슨 옷을 입었었는지 상세히 기억하는 것을 보면 첫인상이 꽤나 매력적이었나 보다. 윌리엄은 까만 근육질 몸에 하얀색 브이넥 반팔 티를 입고 남색 면바지와 빛바랜 분홍 캔버스를 신고 있었다. 그는 내 배낭을 등에 메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 윌리엄이 키우는 고양이 키티


윌리엄은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 키티라는 귀여운 이름의 고양이를 키웠다. 키티는 내가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가방과 신발, 그리고 옷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윌리엄은 일을 하던 중에 잠깐 나온 거라 바로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그는 나에게 집 사용법(?)에 대한 짧은 브리핑을 해주고 푹 쉬라는 말을 남긴 채 회사로 갔다.

윌리엄이 나가자 짐을 풀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면 너무 피곤해 바로 뻗을 줄 알았는데, 되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분명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았다. 초등학생 시절, 소풍 전날 밤의 느낌과 비슷했다. 눈만 감았다 뜨면 내일이 되길 바랐다. 그렇다. 내가 설렘에 잠 못 이루는 이유는 다음날 10년 지기 친구 지현이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현이는 고등학생 때부터 단짝으로 지낸 친구다. 통학길이 비슷해 함께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 거의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지만 다툰 일이 없을 정도로 잘 맞았다. 아트로드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생각났던 친구이자, 여행 중인 나와 부모님까지 신경 써준 정말 좋은 친구다. 때문에 지현이와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여행 중일 때 천주교 신자인 지현이는 해외봉사활동을 원했다. 때마침 지현이가 알고 지냈던 한 신부님이 남미 볼리비아의 성당의 신부님으로 계셨고, 신부님을 통해 볼리비아 봉사활동 기회를 얻게 됐다. 아이들을 유독 좋아하는 지현이는 봉사를 위해 남미로 떠났다. 하필 시기가 내 여행일정과 일치해 우리는 함께 페루와 볼리비아를 여행하기로 했다. 약 1년 만의 재회였다.

재회 전날 밤은 유난히 길었다.
들 뜬 초등학생은 아침부터 괜히 부지런을 떨었다.

7시50분에 리마에 착륙한다는 지현이를 맞이하기 위해 8시 20분쯤 공항에 도착했다. 그러나 짐을 찾는데 좀 헤맸는지 지현이는 9시가 넘어 출구로 나왔다. “지현아!” 우리는 서로 부등 켜 안고 한참을 제 자리에서 뛰었다. 인천에서 페루로 오는 비행이 복잡해서 그런지 지현이는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도착할 때까지 딱 1시간밖에 못 잤단다. 윌리엄과도 인사를 나누고 우리 셋은 집으로 갔다. 만나면 수다를 떠느라 밤을 꼬박 셀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을 깨고 지현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바로 뻗었다. 많이 피곤했구나. 이기지배.

 

 

-리마에서 지현이와

 

- 윌리엄에게 선물한 초상화

 

 

‘마추픽추. 본 경기는 시작도 안했는데, 몸 풀기부터 K.O당하다.’

- Machu Picchu, Peru

윌리엄 덕분에 리마에서 나스카로 가는 버스표를 저렴하게 구입했다. 그리고 지현이와 처음 경험해보는 (식사가 제공되는) 남미버스를 타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인 나스카 라인으로 향했다. 나스카 라인은 워낙 커서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봐야했다. ‘남미에 왔으면 할 건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가격을 깎고 깎아 80달러에 경비행기를 탔다. 그제서야 거대한 원숭이와 도마뱀과 고래 그리고 기하학적 도형의 나스카라인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후, 90솔 그러니까 약 32달러의 밤 버스를 타고 아침 무렵 쿠스코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미리 알아봐둔 카우치 호스트의 집으로 향했다. 종이에 적어 놓은 친구의 집 주소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도착했다. 쿠스코 호스트 친구의 이름은 이즈마엘이다. 이즈마엘은 정말 페루사람같이 생겼다. ‘페루사람처럼 생겼다.’는 건 까무잡잡한 피부에 작은 키, 짧은 목 그리고 큰 얼굴을 의미한다.

 

- 쿠스코의 호스트 친구. ‘페루사람’ 이즈마엘

쿠스코는 안데스 산맥 해발 3,400m 지점의 분지로 잉카제국의 수도였다. 쿠스코는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잉카인들은 하늘은 독수리, 땅은 퓨마, 땅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는데, 쿠스코는 도시가 땅을 지배한다는 퓨마의 형상을 띄고 있다.

 

 

No. 251
과일시장, Cuzco, Peru

쿠스코는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여행자들이 들리는 도시기도하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기차를 타고 (마추픽추가 있는 도시인) 아구아 칼리엔테로 가는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이 가장 편하지만 그만큼 비싸다. 두 번째 방법은 약 4일 간 마추픽추 트레킹을 통해 가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버스와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기차비용이 부담 되는 사람들이 주로 이 방법을 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즈마엘이 마지막 방법보다 더 저렴하게 가는 법이 있다고 했다.

“더 싸게 가는 방법? 그게 뭔데?”
이즈마엘이 설명을 시작하기 전부터 그의 방식을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1) 쿠스코에서 20솔 현지 버스를 타고 5시간 정도 걸려 산타마리아로 간다.
2) 산타마리아에서 10솔 정도의 쉐어택시를 탑승해 1시간 걸려 산타테레사라는 동네로 간다.
3) 산타테레사에서 5솔정도의 쉐어택시를 잡아 히드로 일렉트리카로 20분 정도 이동한다.
4) 히드로 일렉트리카에서부터 2시간을 걸어 아구아 칼리엔테로 간다.

편도로 50달러가 넘는 기차비와 비교하면 몸은 고생이지만 비용은 35솔, 약 12달러로 절약할 수 있었다.
설명을 듣기 전부터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여행 동료인 지현이의 의견을 물었다.

“지현아, 어떡할까? 편하게 갈까, 싸게 갈까?”
“돈 아껴야지. 싸게 가자!”

돈을 악착같이 아끼며 고생하는 나의 여행방법이 지현이에게 힘들까봐 걱정했는데, 같은 마음이라 참 다행이었다. 우선 짐을 다 챙겨 이동하기는 무리이기에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짐은 이즈마엘에게 맡겼다. 짐을 많이 뺐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묵직했다.

 

- 마추픽추로 향하는 길

다음 날, 나와 지현이는 버스 터미널로 갔다. 그리고 산타마리아 행 버스를 탔다. 이즈마엘의 말대로 약 5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도착했고 모래먼지가 날리는 길 위에서 쉐어택시를 잡았다. 다른 커플여행자와 4명이서 돈을 나눠 산타테레사를 거쳐 히드로일렉트리카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과정이 수월했다. 쉐어 택시도 바로 잡았고, 가격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우리에게 남은 일은 튼튼한 다리로 열심히 걷는 것 뿐이었다.

사실 이전의 네팔 트레킹과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돌이켜보면 2시간정도는 우스웠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바로 무거운 배낭이다. 네팔과 킬라만자로에서는 짐을 들어주는 포터들이 있어 5키로 남짓 하는 배낭하나만 메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족히 10kg의 배낭을 메고 걸어야 했다. 만만치 않다. 이미 등은 땀으로 젖었고, 어깨는 찢어질 듯 아팠다. 지현이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는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즐겁게 걷던 산행이 점차 말을 잃어가며 숨소리만 들렸다. 시간은 흘렀고, 힘들지만 어찌됐건 두 다리는 계속 걷고 있었기에 2시간이 조금 넘어 목적지에 (아구아 칼리엔테) 도착했다. 숙소를 잡았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허리부터 종아리까지 근육이 너무 아프다.내 몸을 과대평가했나보다.

“내일 되면 다리가 더 아파질 것 같은데 어떡하지? 우리 내일도 꽤 걸어야 하잖아.”

그렇다. 내일이야말로 마추픽추로 가는 진짜 중요한 날인데, 본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몸 풀기부터 이렇게 K.O를 당했다. 괜히 억울하다.

 

 

‘잉카의 얼굴 마추픽추’
- Machu Picchu, Peru

No.253
Huayna Picchu‘s face, Machu Picchu,Peru

‘안개가 잔잔하게 낀 날에는 그의 얼굴이 신비로이 아름다웠다.
맑게 게인 날에는 더욱 당당하고 위엄 있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담담하게 비를 맞으며 그들을 위로해 주었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저항 속에서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것.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던 그가 있었다.
그들에게는 그들을 지켜주는 신이 있었다.’

-와이나픽추의 얼굴

와이나픽추를 보며 상상해 본 이야기이다.
마추픽추 옆에는 사람 얼굴모습을 한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가 있다.

 

2013년 2월 2일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잃어버린 도시. 잉카의 얼굴 마추픽추를 만났다.
이 도시는 1911년 발견되기 전까지 아무도 존재를 몰라서 ‘잃어버린 도시’, ‘공중 도시’라고 불린다. 특히 마추픽추는 산꼭대기에 위치해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 있을 때가 많다. 때문에 아래에선 존재를 확인 할 길이 없었다. 수수께끼로 남은 역사와 신비함은 과거로 돌아간 듯, 몽환적 느낌을 준다. 잔잔하게 깔린 안개가 마치 공연장 무대처럼 신비로웠다. 당시 잉카인들의 삶을 상상해봤다. 영화처럼 머리속에 장면들이 그려진다. 그들의 문명과 저항. 그 속에서도 만족하고 받아들이며 자연과 함께한 잉카문명과 사람들이 떠올랐다.

 

 

‘태어난 지 7일 됐어요.’
- Machu Picchu, Peru

 

No.252
Baby LLAMA, Machu Picchu,Peru

페루에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동물 야마
마추픽추에 도착했을 때 관리인 아저씨가 태어난 지 7일 된 야마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초록, 갈색 빛 사이에서 작고 하얀 동물이 금방 눈에 띄었다. 하얗고 앙증맞은 새끼야마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태어난 지 7일 됐어요.’

 

 

- 아기 야마와 함께

 

 

‘페루 스타일’
Cuzco, Peru


No. 254
Peru style, Cuzco, Peru

‘페루스타일’

페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스타일이다. 양 갈래로 길게 딴 머리는 아줌마나 할머니들께서 많이 한다.
땋은 두 개의 머리끝을 끈으로 이어 묶는데, 머리가 길어서 앞으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게 바로 ‘페루 스타일’

 

 


- 쿠스코에서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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