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김월

잘 만든 MD 하나가 관객의 지갑을 연다!

14.08.19 0

 

몇 해 전, 뮤지컬 <모차르트!>를 보러 난생처음 성남에 갔다. 초행길인지라 공연장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본의 아니게 길잡이 역할을 해 준 것은 모차르트의 얼굴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차르트의 실루엣 (뮤지컬 <모차르트>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이 새겨진 파일을 들고 가는 사람이었다. 이 상황에서 뮤지컬 MD를 든 사람이 향할 곳은 공연장뿐이었고 예상은 적중했다.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다.

얼마 전부터 뮤지컬 커뮤니티에 'MD 사려면 오래 줄 서있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종종 보인다. 대체 뭐 때문에 이 난리인지 궁금해 MD 구매 후기 글(이자 자랑글)을 검색했다. 그제야 냉정한 뮤덕 -뮤지컬 덕후- 과 관객의 지갑을 열어제낀 원인을 알았다.

 

관객의 주를 이루는 2-30대 여성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요즘 젊은 아가씨들이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보틀' 텀블러를 MD에 도입해 “어머나, 저건 사야 해.” 반응을 이끈 기획자 안목에 물개 박수를 치고 싶다. 물론, 이전에도 텀블러는 꾸준히 출시됐지만 내 돈 주고 사고 싶지 않았다. 그치만 이렇게 트렌디 한 텀블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 정도라면 뮤지컬 속 한 장면에 이입돼 자신도 모르게 회전문을 팽팽 돌고 있더라는 뮤덕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대부분 뮤지컬 MD부스는 카드 놉! 온니 현금장사다. 카드 수수료 없이 알짜배기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니 투자만 잘하면 수입이 꽤 짭짤하다. 사실, 뮤지컬 <드라큘라> 기획팀이 뽑아낸 상품 퀄리티는 생각보다 훌륭하다. 대충 이미지나 로고만 박아 넣거나 편집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프로그램 북을 MD랍시고 내놓는 기획사들도 많은 편인데, 이 정도면 시장조사뿐 아니라 뮤지컬 수요층(성별과 연령)을 고려한 상품을 제대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공연 10주년을 맞는 뮤지컬 <헤드윅>과 조정석, 송창의 등 화려한 캐스팅의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기획사 쇼노트의 경우도 MD개발에 큰 힘을 쏟고 있다. 다소 딱딱한 공식 홈페이지보다 관객과 소통이 쉬운 블로그와 SNS를 이용해 관객이 원하는 상품의 종류나 디자인을 선별해 투표를 열기도 한다. 관객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하는 MD가 제작됐으니 신 나게 구매를 하면 되고,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하러 온 일반 관객은 고퀄의 MD부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공연기획사는 새로운 뮤지컬이 올라올 때마다 관련MD를 출시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경우, 주인공 엘리자벳을 연상시키는 액세서리 종류를 출시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전(全)공연을 담은 DVD를 내놓아 특화된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뮤지컬이 가진 성격과 스토리를 반영함으로써 (요새 문화산업에서 크게 각광받고 있는) '컨텐츠'를 ‘상품화’하는 좋은 예다. 최근 공연기획사들의 MD제작 솜씨를 보면 아낌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소비자층이 누구며 어떤 성격인지 확실히 알고, 입맛에 맞는 디자인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고 또 빠져있다고 해도 굳이 안 예쁜 굿즈에 돈 쓰기는 싫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아, 텀블러도 우산도 이미 가지고 있는데 마음이 흔들린다.

 

 

이미지 출처
오디뮤지컬컴퍼니 트위터
공연기획사 쇼노트 트위터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공식 홈페이지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