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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하학, 우주, 여자 : Super Freak Records 아트 디렉터 김주승

14.08.19 9

 

2013년, R&B/힙합 계에서 찬사를 받던 JINBO가 <Fantasy>로 돌아왔다. 몽환적이고 우주적인 JINBO의 선율은 <fantasy>로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저 먼 곳에서 아련히 울리는 “fantasy in mind, galaxy in mind”의 선율은 환상처럼 들린다. 그리고 앨범 아트웍을 보는 순간, 환상이 증폭된다. 보랏빛과 자주색의 오묘한 조합과 반짝임. 몽환적 감상을 제대로 살렸다. 이 ‘적절한’ 아트웍을 누가 디자인 했나 했더니 Superfreak Records의 아트디렉터 “레어버쓰”란다. 그리고 8월의 한적한 오후, 레어버쓰 김주승의 작업실을 찾았다.

* 객원 에디터 : 노효준

 

Superfreak Records

2013년 JINBO를 필두로 의기투합한 인디펜던트 레이블. 멤버로는 사일리(sailli), 에이직 (Aezik), 비앙(viann), 아이아이아이(I ii i), 250, Beautiful disco, Rarebirth가 있다.

 

 

 

 

ABOUT. Rarebirth

디자이너 김주승은 자신에 대한 탐구가 많은 사람이다. 그는 ‘김주승’이란 이름 대신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hipman과 Rarebirth를 꼽았다. 힙맨은 말 그대로 ‘엉덩이’, ‘똥구멍’을 의미한다. 힙맨의 이미지는 섹슈얼 하며 조악하고 기괴하기까지 하다. 힙맨으로서 김주승은 사회 비판을 서슴지 않으며 그를 통해 자신의 자유욕구를 실현한다. (“똥구멍으로 말한다”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반면, rarebirth로서 김주승은 몽환적, 우주적 디자인을 통해 SuperFreak Records의 비주얼 작업을 담당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물에 일일이 정사면체 로고를 박았다. 언뜻 심플한 타투 문양처럼 보이는 정사면체는 rarebirth 작업 곳곳에 묻어있다. 힙맨이자 레어버쓰, 그리고 디자이너 김주승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좌) 디자이너 레어버쓰로서의 작업물  (우) 힙맨 김주승으로서의 작업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반갑다. SuperFreak Records 아트 디렉터 김주승이다. 현재 Rarebirth로 활동하고 있으며 슈퍼프릭 레코즈의 앨범 디자인 및 시각 자료를작업하고 있다. 디자이너로서의 개인 작업도 물론이다.

 

Rarebirth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하고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

‘유니크’함, ‘날 것’을 뜻하는 “rare”와 그것을 ‘탄생’시키는 “birth”의 합성어다. 딱히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단지 디자이너로서 활동할 때 예명이 필요했다. 주로 슈퍼프릭에서 하는 비주얼 작업 때 사용하는 이름이다. 사실, 아직까진 “rarebirth”보다 김주승으로 불리는 게 좋다.

 

Rarebirth의 작업물에는 언제나 정사면체가 등장한다. 의미는?

일종의 사인이다. 최소한의 점 3개가 모여 면이 탄생하는 것처럼, 면 안의 3개의 선은 정사면체를 구성한다. 이처럼 가장 최소한의 것들로 많은 메시지를 담아내자는 의미다. 보통 작업 끝에 정사면체를 배치하는데 항상 사이즈와 자리를 달리한다. 재미가 쏠쏠하다.

 

대학시절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전공과는 살짝 다른 (그래픽 디자인 & 아트디렉터) 길을 택한 이유는?

엄밀히 말하자면 제품디자인을 선택한 것 조차 내 전공과 달랐다. 이공계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계속 그림을 그렸고 흥미가 있었다. 그렇게 미술학원 한번 다닌 적 없이 디대에 진학했다. 전공은 제품 디자인이었지만 그 외에도 흑인음악, 일러스트, 드로잉 등 워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래픽 디자인과 앨범 아트웍을 그리게 됐다.

- 김주승이 작업한 제품디자인. 레어버쓰와 힙맨과는 다른 느낌이다.

 

 

SuperFreakRecords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 JINBO와 나는 뮤지션과 팬의 관계였다. 그저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SNS을 통해 진보와 소통했다. 가끔 팬 아트를 제작해 보여드리기도 했다. 단지 팬으로서 만들어 드린 건데 평소에 좋게 봐주셨는지 새 앨범 아트웍을 제안하더라. 흔쾌히 하겠다고 했다. 그 결과, <FANTASY> 앨범 디자인을 맡았다. 그 때부터 슈퍼프릭의 비주얼 작업을 담당했고 자연스레 슈퍼프릭 레코즈의 “아트 디렉터”로 불린다. 솔직히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명칭이다. 쑥스럽다.

 

JINBO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그렇다. 진보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때로 디자인 작업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을 제공해준다. 사실 슈퍼프릭 레코즈 멤버들이 모두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포스터, 아트웍, 서적 등 영감을 줄 만한 작품/자료를 추천한다. 많은 도움이 된다.

 

 


앨범 아트웍 작업 시 디자인 구상은 어떻게 하는가. 멜로디나 가사를 통해?

음악을 시각화 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가사를 통해 음악을 시각화 하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다. 만약 ‘사자’라는 타이틀의 앨범이 나왔다고 하자. 그런데 ‘사자’를 소재로 앨범을 디자인하면 재미 없지 않은가? (물론 그 방식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나는 대신 사자가 할퀴고 간 흔적, 사자의 갈퀴 등 대상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을 하는 편이다. 물론 음악을 몇 번이고 듣다 보면 그에 적합한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이 과정 자체가 영감이 되기도 하지만 JINBO의 경우, 앨범에 대한 전반적 해석이나 곡 설명을 보여준다. 때론 곡의 주인으로서 음악의 방향과 레퍼런스가 될만한 이미지와 영상을 보여준다. 그럼 그것을 참고하여 구상을 한다.

 

앨범 아트웍을 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나

“뻔한 건 만들지 말자”는 주의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데 중점을 둔다.

 

슈퍼프릭 작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과 이유는?

아무래도 freakloud - Superfreak 1st compilation album이다. 슈퍼프릭 내 모든 아티스트가 함께 만든 첫 작품이라 애착이 남다르다. 당시 나는 호주에 있었는데도 앨범 아트웍을 맡아 의미가 크기도 하다.  (Freakloud 바로듣기)

- freakloud by Superfreak 1st compilation album

 - superfreak records ping N ping project artwork

 

 

슈퍼프릭 pingNpong 프로젝트란

슈퍼프릭 프로듀서 비앙(Viann)과 함께 매주 음악과 아트웍을 만드는 프로젝트다. 남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각자 묵혀둔 음악과 아트웍을 활용해 매주 새로운 결과물을 공개하고 있다. 다양한 정보가 생성되고 잊혀지는 SNS환경에 걸맞는 스피디한 작업을 하고 싶었다. 작업은 자유롭게 이뤄진다. 비앙이 아트웍을 토대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내가 음악을 듣고 그에 어울리는 아트웍을 제작하기도 한다. 사실 ‘일’이라기 보다 ‘둘만의 놀이’로 생각하며 흥미롭게 작업하고 있다.

(ping N pong 바로듣기) 

- SuperFreak Records의 월간 프로젝트

 

rarebirth로서 슈퍼프릭에서 본인이 이루고 싶은

인디펜던트 레이블과 대중음악 레이블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중들의 눈치를 덜 본다,”는 점이다. 때문에 인디 레이블로서 슈퍼프릭이 ‘더’ 눈치보지 않고 ‘더’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

 

 

ABOUT. Hipman & 김주승

 

 

대학시절 1년간 (12년 12월 ~ 13년 11월) 호주에서 지냈다. 김주승에게 호주란?

한국에서 답답한 일상에 지쳐있을 때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작정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농장에서 일을 하기도 했지만, 호주는 상당히 여유로운 곳이었다. 그런 배경 덕분에 나 역시 그런 삶을 살았다. 더군다나 내가 있던 지역은 한국인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나는 자연을 좋아하는데 그 때 찍은 사진이 현재 작업에도 많이 활용된다. 어쨌거나 여유로운 환경에서 지내다 보니 작업에 몰두하기 좋았다. 그 결과, 1년 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디자이너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 같다.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내 삶의 터닝 포인트였다.

 

김주승의 포트폴리오는 “여성, 신체, 기하학, 패턴, 우주”를 떠오르게 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작업 키워드는 무엇인가.

얼추 비슷하다. 굳이 뽑자면 우주, 여성, 기하학, 풍자 정도?

 

평소 작업을 보니 여성의 신체에 관해 굉장히 관심이 많다. 여성의 가슴이나 골반, 다리, 엉덩이 등. 남성보다 유독 여성의 신체를 표현하는 이유가 있나

아마 나뿐만 아니라 모든 남성들이 남자인 자기 몸보다 여성의 몸이 아름답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닌가?) 여성신체의 곡선이 부드럽고 유하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오브제로 많이 활용했다. 또한 나는 여성의 몸과 우주를 자주 엮어 작업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우주와 여성이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잘 모르겠다는 점에서. 근데 사실 둘 다 잘 모르겠다.

 

 

사회 문제나 병폐를 다룬 작업들이 많다.평소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가

나이가 들며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사실, 내가 사는 세상인데 관심이 없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과거에야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으면 사회 이슈에 대해 모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SNS의 타임라인만 살짝 내려도 다 알 수 있다. 나는 디자이너도 ‘세상’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힙맨이 이런 나의 욕구를 실현한다. ‘풍자’라는 형태로 말이다.

 

힙맨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힙맨의 의미와 탄생비화는?

힙맨은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탄생한, 별 의미 없는 더럽고 야한 캐릭터였다. 당시에는 친구들을 놀릴 때 재미로 써먹는 캐릭터였는데, 성인이 된 후 사회이슈와 부패를 풍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진보적이고 할말 많은 좌파 캐릭터다. 하지만 매번 이렇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건 아니고, 재미를 위한 이벤트도 한다. 실제로 힙맨 티셔츠를 생산해 주변 지인들과 물물교환을 하기도 했다. 힙맨은 레어버쓰와는 또 다른 나의 자아이자 메신저다.

- Hipman's commercial image


- 김주승은 힙맨을 티셔츠로 제작해 주변인들과 물물교환했다.

 

 

영감을 얻는 나만의 방법

딱히 방법이 없다. 영화를 보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혼자 길거리를 걷는다. 사실, 영감을 얻을 루트는 굉장히 많다. 흑백사진만 모아둔 tumblr, 10번 넘게 봐도 신기한 vimeo 채널 등. 클릭 몇 번만 하면 전세계의 사진, 일러스트레이터, 조각, 영상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을 보면, 영감이라기 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어떻게 해결하나

작업이 잘 진행되지 않을 때,혹은 의도 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잠시 멈춘다. 그리고 새로운 작업을 한다. 그러다 보면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작업이 새로운 작업에 활용될 때도 있다. 물론,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안주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기도 한다.




추천하는 아티스트

아트 디렉터 Row digga. 국/내외 구분 없이 자신만의 경력을 쌓는 분 중 가장 깨어있고 열정적이다. 작업 또한 일품이다. 그 외로 특정 아티스트 이름을 외우는 일은 드물지만 두 명의 해외 사진작가를 추천한다. 초현실 작가 Bill Brandt와 Kishin Shinoyama다. 렌즈의 왜곡을 이용해 찍은 작품을 볼 때마다 빠져든다. 다시 한번 여성의 신체가 아름답고 신비함을 체감한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

슈퍼프릭 아트디렉터로서 기존에 그래픽과 앨범 아트웍을 제작했다면, 앞으로는 영상 및 사진 등 다방면의 아티스트와 협업하여 디자인 할 예정이다. 아티스트로서 김주승은 타인의 시선에 구애 받지 않는 ‘나만의 색’을 표현할 것이다.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아티스트’란 명칭은 40살쯤 불려도 좋을 것 같다.

 


김주승

www.rarebirth.com
www.facebook.com/rarebirth
instagram.com/rarebirth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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