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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그리며 하는 세계일주: 태양의 섬에서 기절하다.

14.08.29 0

[Bolivia]

 

‘태양에 섬에서 기절하다.’
Titicaca Lake, Bolivia

 

코파카바나는 볼리비아 라 파즈 주의 도시다.
지현이와 내가 코파카바나로 가는 이유는 티티카카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티티카카 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지대에 있는 바다처럼 넓다. 해발 고도가 3,810m로 배가 다니는 호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며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호수다.

 

그리고 볼리비아 쪽 티티카카호수에는 ‘이슬라델솔’이라는 태양의 섬이 있다.
바로 우리가 갈 곳이다!
하룻밤을 코파카바나에서 묵고 아침 배를 타고 태양의 섬으로 갔다.
호수 위에서 바라보는 티티카카호수와 저 멀리 태양의 섬이 보였다.

 

섬에 도착해 지현이와 선착장에서 파는 길거리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말이다.
돌아가는 배 시간을 체크하고, 태양의 섬을 돌아다녔다.

 

 

눈을 홀리는 멋진 건축물이라든가 처음 보는 신기한 동식물은 없었지만,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또한, 호수라고 하기엔 끝이 안 보일 만큼 넓게 트인 지평선과 그런 호수를 더욱 푸르게 만드는 맑은 하늘이 인상적이다. 이게 바로 태양의 섬의 특별함인가보다.

 

 

 - 태양의 섬 풍경

 

그렇게 쉬었다 걷다가를 반복하며 자연을 배경삼아 여유를 부리다 보니 배 시간을 잊었다. 시계를 보니 지금 빨리 뛰어가야 마지막 배를 잡을까 말까했다. 지현이와 나는 뛰기 시작했다. 경사가 오르락내리락하는 태양의 섬, 게다가 지금 우리가 있는 곳부터 선착장까지 1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30분 내에 돌파해야 했다. 우리는 뛸 수밖에 없었다.

“지현아, 내가 먼저 가서 배를 잡아 놓든지 할 테니까, 너도 빨리 따라와.”

 

나는 열심히 뛰었다. 섬을 뛰기 시작한 지 30분이 조금 지났을 때, 선착장이 보였다.
출발하는 배가 있어서 전속력으로 뛰어서 잡으니, 이 배 뒤로 한 배가 더 있단다. 이런.
어차피 지현이도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 다행이다.

 

숨을 돌리기 위해 주변 벤치에 앉았다. 정신없이 긴장한 채로 내리 달려더니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축 쳐졌다. 지현이도 곧 선착장에 도착했고, 우리는 다음 배를 탔다.

 

둘 다 짧은 시간동안 에너지를 방출해서인지, 급격히 피로가 밀려왔다. 나는 배의 창가 쪽에 앉았고 지현이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배가 출발하기도 전에 창가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

 

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속이 미식 거렸다. 처음에는 배멀미를 하는가 싶어서, 호흡을 크게 내쉬며 속을 안정시켰다. 그런데 갑자기 두통이 몰려왔다.

‘아, 토할지도 모르니 배 뒤로 나가 있어야겠다.’

“지현아, 내가 토 할 것 같아서. 좀 나갈게.”

 

지현이와 내 옆에 앉은 두 사람을 지나쳐 의자 사이의 좁은 통로로 나왔다. 배 뒤쪽으로 이동하려 하자, 안전요원이 위험하다며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른손을 입 앞에서 돌리며 토할 것 같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 눈앞이 하얘졌다.

그 뒤로 기억이 없다.

.

.

.

“일어나봐. 물! 물 뿌려봐. 정신 차려!”

 

‘뭐지, 왜 이렇게 시끄러워...’

주변이 소란스러워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니 사람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은 소리치며 물을 뿌리고, 허브 잎을 코 밑에 댔다.

 

‘내가 왜 여기에 누워있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내가 기절을 한 것이다.

 

사람들은 팔다리를 일으켜 앉히려고 했다. 뱃머리 쪽에 앉아있던 한 서양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적극적으로 응급처방을 하고 계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의사였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 할까. 배에서 기절을 했는데, 배에 의사가 타고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곧 정신을 차렸고, 배 갑판에 앉았다. 의사 아줌마가 일어나 의자에 앉으라며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부축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일어날 수 없었다. 또다시 마비가 찾아온 것이다.
아프리카 여행을 할 때 빅토리아 번지 점프를 하고 손과 얼굴에 마비가 왔다. 그 후, 이렇게 큰 마비가 온 건 처음이다.

 

이번엔 얼굴과 손뿐만 아니라, 허리, 배, 하체까지 마비가 왔다. 그러니 아무리 부축을 해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다리로 땅을 짚을 수 없어서다. 마비상태라는 것을 전해야 하는데, 영어로 ‘마비’가 뭔지 몰랐다.
“지금 일어날 수가 없어요.” 계속 이 말만 반복했다.

 

정신이 드니 지현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현이는 울고 있었다.

“지현아, 괜찮아. 근데 내 손 좀 주물러줘. 마비가 왔어.”

지현이는 울면서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손에 마비가 오면 근육이 수축되면서 손가락이 말린다. 그래서 꼭 닭발처럼 보인다.

“지현아 또 닭발이 됐어. 하하”

지현이는 내가 가끔 손에 마비가 온다는 것을 알고, 그 모습을 본 적도 있는지라 닭발이 된 손을 보며 같이 웃었다.아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친구가 쓰러졌는데 손을 보며 둘이 히죽거리니 의아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온몸을 관통했던 마비증상이 풀리기 시작했다. 다리를 움직여보니, 일어날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의자에 앉았다. 나를 계속 주시하던 의사 아줌마는 가지고 있던 과자와 초코우유를 가져다주셨다.

“이거 먹어요. 에너지 충전해야 돼.”

 

한차례 태풍이 지나간 것 같던 배가 안전히 코파카바나에 도착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씩씩하게 배에서 내렸다.
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은 병원에 가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의사 아줌마는 몸이 정상이 아니니, 항상 조심하라는 말을 하셨다. 나보다 더 놀란 지현이는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며 아이스크림콘 하나를 사주었다.

 

왜 쓰러졌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아마도 일사병일 거라 짐작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태양의 섬이라는 이름과 너무 걸맞지 않은가.

 

‘태양의 섬에서 일사병으로 쓰러지다.’

 

 

 

 

 
‘볼리비아 표 댕기’
Bolivia

 

 

- No.256 볼리비아 댕기, Bolivia

 

 

페루와 마찬가지로 볼리비아 여성의 전통 스타일 역시 양 갈래 머리다.
길게 땋은 머리끝에 악세사리를 단다.
모양과 색은 다양하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오히려 동양적이다.
한국의 전통머리도 딴머리가 기본이고 머리끝에 댕기를 달지.
그렇다면 이것이 볼리비아 댕기라고 생각하면 될까?

 

 

 

 

‘오루로 카니발의 진짜매력’
Oruro, Peru

 

내게 ‘기절’을 안겨 준 태양의 섬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다.
한 외국인 커플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커플이 ‘오루로 카니발’을 즐기러 갈 것이라는 했다. 나는 그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였기에, 귀가 솔깃했다.
‘오루로 카니발?’

 

커플 덕에 알게 된 오루로 축제에 대한 정보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검색했다. 오루로 카니발은 매년 2월에 열리는 음악, 댄스, 수‧공예품 축제다. 하루 종일 화려한 퍼레이드와 세레머니가 열리며, 볼리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축제이자 세계무형유산이다. 때문에 2월이 되면 수많은 현지‧외국인 방문객들이 볼리비아를 찾는다. 코파카바나 일정을 끝마쳤을 때가 2월 7일이었다. 마침 축제가 다음 날부터 3일간 이어진다고 했다. 어쩜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지현아, 우리 이건 꼭 가야해!”

 

하지만 코파카바나에서 오루로까지 직행버스가 없었다. 볼리비아의 수도인 라파스로 이동한 후, 다른 버스를 타고 오루로로 가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버스를 갈아타며 오루로 축제 ‘빅데이’ 하루 전날 밤에 도착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다짐하며 6시 반 알람 맞추고 잠들었다.

 

6시에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지도 않았는데 눈이 절로 떠진 이유는 퍼레이드 소리 때문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일찍 나왔다.

원래 퍼레이드를 관람하려면 티켓을 사서 의자에 앉아야 하는데, 우리는 티켓을 사지 않고 길가에 서서 보거나 바닥에 앉아 봤다.

 

우선 아침을 먹기 위해 근처 식당에 갔다. 닭이 들어간 수프였는데, 우리나라의 백숙과 모양과 맛이 비슷했다. 익숙한 맛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퍼레이드가 시작하는 길로 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었고, 우리는 그 틈으로 들어가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쿵쿵하는 박자소리와 커다란 음악소리와 함께 화려한 행진이 이어졌다..

 

 

- 흥겹고 화려한 오루로 축제

 

행렬은 계속됐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하고 큰 행렬이었다.

 

흥이 많은 지현이는 음악 소리와 파워풀한 춤사위에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다가 퍼레이드 사람들이 지현이를 행렬 사이로 데리고 가 함께 춤을 췄다. 쌀쌀한 날씨였지만, 날씨에 구애받지 않은 시원한 의상이 그들의 열정을 나타냈다. 신기하게도 ‘축제’는 쌀쌀한 날씨와 무거운 의상 그리고 높은 구두의 불편함을 없애버렸다.

 

 

 

 

또한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의상과 가면 그리고 동원된 많은 사람들이 흥미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남녀노소 모두 함께 하는 축제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대부분의 퍼레이드는 젊은이들의 참여가 많다. 하지만 오루로 축제는 뒤뚱뒤뚱 걷는 어린 아이부터 60세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함께였다.

 

 

No.256 The Oruro Carnival-Ⅰ, Bolivia

귀여운 옷을 입은 아이가 행렬 앞에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포즈를 취해주는 팬 서비스까지. 행진에 참여할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평소에 신어 본적 없는 10센티가 넘는 높은 구두를 신고 춤을 추는 할머니들의 모습. ‘힘들진 않을까.’라는 생각보다 ‘즐거워 보인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고, 적어도 몇 주는 연습했을 군무를 실수 한 번 없이 해낸다.
젊은이들 또한 그들만의 에너지로 퍼레이드를 이끌었다.

 

 

 

남녀노소가 함께하는 축제, 그것이 내가 느낀 오루로 축제의 최고의 매력이다.

 

No.257 The Oruro Carnival-Ⅱ, Bolivia

 

뜨거운 열정과 즐거운 에너지로 가득한 축제의 행렬은 밤새 계속됐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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