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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침략자, 인베이더 그래픽

14.09.03 0


몇 년 전 파리로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먼저 다짐했던 것은 ‘스페이스 인베이더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겠어!’ 였다. * <파리의 스노우 캣>에서 처음 언급된 인베이더 그래픽 타일은 여행 내내 작은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 파리의 스노우 캣 - 만화가 권윤주가 2004년에 출판한 파리 여행기. 그녀는 나른한 고양이 ‘스노우 캣’을 의인화하여 그의 시선을 빌려 파리 여행기를 서술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는 1978년 타이토 사(社)에서 선보인 아케이드 게임으로 화면 위에서 내려오는 외계인을 물리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단순한 슈팅 게임이다. 스코어를 계속해서 갱신해나가는 단순성 때문인지 이 게임은 일본 전역에 100엔 품귀 현상을 일으켰을 정도로 밀리언셀러가 되었다. 현재도 신(新)버전이나 아이폰 앱 용이 따로 나올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자랑한다.

 

 

 

게임 유저뿐만 아니라 여행자나 예술가들에게도 스페이스 인베이더는 매력적이다. 스노우 캣이 경험했던 것처럼 파리 골목마다 교묘하게 붙어있는 동명의 그래픽 타일은 막상 찾으려면 없고,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마법처럼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은 <레 미제라블> 시절, 오래된 파리를 걷고 싶은 이들에게 신선함과 재미를 선사한다.

실제로 이러한 형태의 ‘기습적이고 은밀한’ 공공미술은 영국의 뱅크시(banksy)를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뱅크시가 스스로 ‘예술 테러리스트’ 라 명명하며 사회 비판적 성격이 강한 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것과 달리 ‘인베이더’는 (동명의 프랑스 작가) 본인의 존재를 숨기면서도 대중적인 소재를 통해 보는 사람에게 친근감과 반가움을 제공한다.

인베이더의 타일 그래픽 작업은 그래피티가 다양한 소재와 방식으로 변형되고 또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픽셀 아트, 혹은 모자이크 타일 아트와 친숙한 소재의 결합은 단순히 건물의 외벽에만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인테리어 소품과 설치작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 인베이더가 표시된 세계지도

 

인베이더의 작품 활동은 1998년, 파리에서 시작됐다. 이제는 범위를 넓혀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 도시마다 인베이더 그래픽이 위치한 지도가 배포되었으며 여행자들은 표식을 어디서 얼마나 찾았는지 서로 공유한다. 이는 인베이더 그래픽이 단순한 부착을 넘어 대중에게 친근한 ‘놀이거리’가 됐음을 보여준다. 현대예술이 일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인베이더 작품의 큰 장점이다.

 

 - 대전시립미술관

우리나라 역시 인베이더 침략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대전시립미술관(위 사진)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 하이커>展을 꼽을 수 있다. 인베이더는 전시에 초청되어 자신의 흔적을 ‘공적으로’ 남겼다. 어느새 유명인사가 된 그는 여러 국가에서 초청받는 아티스트다. 물론 인베이더를 언제 남기는지, 그의 존재가 누군지는 비밀이다. 친한 지인과 가족조차 그의 행적을 모른다고 하니 말 그대로 침략자(Invader)로서 임무를 충실히 행하고 있다. 그는 완성된 타일 그래픽을 모두가 잠든 밤에 몰래 부착해놓고 사라진다.

 

 

- 작업중인 인베이더

그의존재를 더 만나보고 싶은 독자에게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여행을 떠나서 무작정 거리를 걷는다. 둘째, 다큐멘터리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Exit Through The Gift Shop)>를 관람한다. 물론 앉은 자리에서 인베이더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게 가장 빠르겠다.

 

사진 출처 
www.space-invaders.com
www.spaceinvadershunting.blogspot.kr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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