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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오마주를 보여주마!

14.09.17 1

최근 가요계에 일고 있는 표절 논란은 독특하게 음악적인 것이 아닌 뮤직비디오나 전체(혹은) 부분적인 컨셉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논란은 한 단어로 종결된다.

바로 '오마주'

네티즌들 사이에서 표절 의혹이 돌기 시작하면 소속사는 '오마주 입니다.' 라며 일을 해결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대체 오마주가 뭐길래 표절의 ‘치트키’로 사용되는 걸까.

오마주(Hommage)란, 프랑스어로 존경, 존중을 뜻하며 예술 분야에서 존경하는 작가나 작품의 영향을 받아 비슷한 작품을 창작하거나 원작 그대로를 표현하는 것(두산백과사전)을 의미한다. 다른 창작자의 작품에서 차용한다는 점에서 ‘패러디’와 ‘모티브’의 개념과 맥을 같이 하지만 '원작/원작자를 존경하는 차원에서 재창작 된다.’는 점이 오마주의 가장 큰 특징이다.

 

<킬빌 Kill Bill : Vol.1, 2003>

가장 대표적인 오마주의 예는 <킬 빌>(2003) 속 청엽정 난투 장면과 이소룡의 유작인 <사망유희>(1978)속 술집 난투극을 들 수 있다. <킬 빌>의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유명한 쿵푸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취향과 존경을 자신의 작품 속에 담았다. 여기서 우리는 표절과 오마주의 극명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표절은 원작이 알려지면 곤란해지는 것이고, 오마주는 원작을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한다!

 

이쯤 되면 슬슬 패러디와 모티브의 특징도 궁금할 것이다. 개념을 소개하기 앞서 이 장르에 가장 많이 등장했을 한 여성분을 보고 넘어가자.

 

<L.H.O.O.Q. 수염난 모나리자> 마르셀 뒤샹,  유화, 퐁피두센터 소장, 1919

 

<모나리자로서의 자화상> 살바도르 달리, 사진,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 1954

피렌체의 조콘다 부인. 바로 모나리자가 그 주인공이다. 현대미술의 거장 마르셀 뒤샹(누군지 모르겠다면 뒤집힌 변기를 떠올리면 된다. 그 변기에 싸인 후 출품까지 하신 분이 바로 이 분이다.)은 모나리자의 얼굴에 콧수염을 붙이고 "L. H. O. O. Q"이라는 알파벳을 적어 놓았다. 아마 조콘다 부인이 이 작품을 보았다면 뒤샹은 포돌이와 조우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 다섯 개의 알파벳을 연이어 읽으면 프랑스어로 '그녀의 엉덩이는 뜨거워 Ella a chaud a la queue' 라고 말하는 것이 된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작으로 미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모나리자>를 조롱함으로써 미술사가 가진 권위와 체제 자체를 조롱하고 전복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L. H. O. O. Q>는 의의가 있다.

 

이처럼 패러디는 주로 익살, 풍자를 목적으로 원작을 모방해 자신의 작품에 집어넣는 기법이다. 패러디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창작자들은 관객이 이를 눈치채고 웃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패러디는 대중문화에서 많이 활용된다. 또한, 가끔 위험한 선을 넘나드는데 단지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닌 문제점을 폭로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되기 때문이다. 패러디는 원본 작품을 가장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해야 하는 장르다. 이재수의 서태지 패러디가 실패했던 이유는 조롱과 개그만 있었을 뿐 안에 담긴 의미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흉내내기에 그쳤으면 좋았을 재롱이 패러디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아 안 좋은 예가 된 것이다. 반면, 달리의 그림 속 모나리자는 뒤샹과 똑같이 콧수염을 달고 있음에도 관객에게 '살바도르 달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로써 "이거 참 재밌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즐거운 장치가 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패러디는 오마주보다 더 조심스럽게 쓰여야 할 표현기법이다.

모티브의 아주 좋은 예는 지난 번 피처기사에 소개된 <스트라이프 덕후 파블로 피카소>가 잘 보여준다. 피카소 작품 중 <한국에서의 학살>은 우리나라에서 발발한 전쟁을 모티브로 한 무참히 학살되는 민간인의 참상을 드러냈다.

 

 

<한국에서의 학살> 파블로 피카소, 유화, 피카소 국립 미술관 소장, 1951

 

<1808년 5월 3일> 프란시스코 고야, 유화, 프라도 박물관 소장, 1814

그러나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전체적인 구도다. 바로 고야의 <1808년 5월 3일의 학살>의 대치상황을 피카소는 그대로 작품의 '모티브' 로 차용했다. 고야가 그림으로 말하고자 했던 침략군의 횡포와 같은 시대상이 피카소에게 옮겨와 ‘모든 전쟁과 폭력은 시대를 초월해 같은 모습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살짝 비겁한(?) 예도 있다.

그 전까지 고전 시대의 우아한 누드만을 취급했던 살롱전에 충격과 공포를 안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다.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에두아르 마네,  유화, 오르세 미술관 소장, 1863

 

<전원 합주곡> 조르조네(혹은 티치아노), 유화, 루브르박물관 소장, 1509

마네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조르조네와 라파엘로와 같은 고전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고 해명한다. 만약, 마네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부르주아들을 향해 여인의 올곧은 시선만큼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면 어땠을까? 그러기엔 그는 지나치게 파리지앵이었다. 문득 여기서 우리의 현재를 떠올릴 수 있다. 생존을 위한 하얀 거짓말이 있다지만 진실은 밝혀야 한다.

정리하자면, 오마주는 '일코해제(일반인 코스프레 해제!)' 일 것이고, 패러디는 모방을 넘어선 재창조다. 그래서 표절 논란에 휩싸인 소속사들이 내놓는 '이건 오마주입니다' 라는 핑계가 더욱 더 말이 안 된다. 최소한 A를 가져와 A+를 만들었다면 모를까 이건 아무리 봐도 "비겁한 변명입니다".

 

- 닥터후 시즌5 10화

마지막으로 최근, 오마주의 의미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예를 소개한다. 영국드라마 <닥터 후>의 시즌5, 10화의 내용이다. 닥터가 반 고흐를 2010년 오르세 미술관의 전시장으로 데려와 그가 얼마나 위대한 예술가였는지 직접 경험하게 하는 에피소드다. 생전 자신의 작품을 단 하나밖에 팔지 못했던 고흐가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경악과 감동은...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고백하자면 필자는 고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눈에서 물이 나왔다. 원전에 대한 애정이야말로 바로 오마주를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사진출처 
킬빌 oneroomwithaview.com
LHOOQ thewalkman.it
Dali as Mona lisa artpaintingartist.org
한국에서의 학살 alexanderstorey.wordpress.com
1808년 5월 3일 en.wikipedia.org
풀밭 위의 점심식사 en.wikipedia.org
전원 합주곡commons.wikimedia.org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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