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는 가지공장] 2. 수산물의 현대화를 꿈꾸다.

14.09.26 0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 <노트폴리오>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 뒷간>을 기획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되는 <디자인 뒷간> 프로젝트를 통해 그간 궁금했던 스튜디오 작업 후기와 에피소드를 생생히 접해보세요. 담당 디자이너를 통해 보다 더 자세한, 보다 더 생생한 디자인 철학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스몰 비지니스와 브랜딩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창업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한 번도 직접 회사를 운영할 거라 생각지 못했는데 막상 창업자들의 브랜딩을 돕겠다 생각하니 경험할 만한 회사가 없었다. 브랜드 관련 회사는 많았지만, 대부분 전략 혹은 디자인만을 전문으로 했다.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브랜딩’을 전담하는 회사가 많지 않은 것이다. 설령 몇 군데 있다 하더라도 ‘빅 비즈니스’를 전문으로 했다.

월급쟁이로 살아온 내게 창업은 큰 도전이었다. 더군다나 열혈청년 20대도 아닌, 책임질 것 많은 30대 아줌마로서 주변 눈치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그나마 큰 자본금 없이 노트북과 몸 하나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 다행이었다.

 

 

Simply your delicious mate, FishnFishy


이대로 취업을 할까, 아니면 미친 척 창업을 할까 고민하던 시점에 운명적인 일이 찾아왔다. 대학원에서 친하게 지내던 한 동생이 ‘브랜드 창업’을 제안한 것이다. 부산에서 수산업을 하시는 부모님을 두고 있던 이 친구는 보수적인 수산물 시장을 현대적으로 바꾸고 싶어했다. 당시 농산물 업계는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었다. 세련된 패키지와 잘 만들어진 브랜드, 농부와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이 최고 이슈였다. 하지만 수산업은 촌스러운 모습 그대로였다. (그만큼 보수적인 시장이고 스몰 비지니스가 감당하기엔 비용 투자가 많이 되는 사업이란 걸, 런칭하고 나서 알았다.)

- 피쉬앤피쉬의 대표와 함께한 부산 출장

내게 동생의 제안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평소 푸드 브랜딩에 관심이 많던 터라 더 흥미가 갔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나의 조건은 동업자가 아닌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로서의 파트너 역할과 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터무니없는 조건이지만 동생은 이런 제안을 쉽게 수긍했다. 아직 회사도 이름도 없는 상황에서 내 경험과 인사이트를 높게 산 것이다. (지금은 후회하고 있을지도..) 때마침 대학원 동기 두 명이 함께 하면서, 나의 첫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 <프로젝트 에디>가 탄생했다. 동생의 작은 사무실에 더부살이하면서 한 지붕 두 회사가 공존하게 됐다.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첫 프로젝트의 수주가 중요하다. 첫 수주가 곧 회사의 첫 포트폴리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프로젝트 에디>는 수산물 브랜드 런칭이라는 꽤 괜찮은 프로젝트로 시작점을 찍었다. 또한, 파트너이자 클라이언트와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면서 원활한 소통이 가능했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브랜드가 바로 피쉬앤피쉬(FisynFishy)다.

 

피쉬앤피쉬는 냉동 생선을 먹기 쉽게 포장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수산물 전문 브랜드다. 우리는 피쉬앤피쉬가 기존의 전통적인 냉동 수산물과 다른 포지셔닝을 구축하길 바랐다. 때문에 청정해역에서 잡은 1등급 생선만을 취급했고 중간 사이즈 이상의 큰 생선만을 엄선했다. 특히, “Simply your delicious mate”이라는 컨셉 아래 수산물이 어려운 젊은 주부와 싱글을 주(主)타겟으로 했다. 또한, 다양한 시즈닝 가루를 패키지에 담아 소비자가 편리하고 즐겁게 조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컬러풀한 색상과 패턴으로 기프트 세트를 만들어, 선물용 아이템을 전략적으로 구성했다.

 

- 피쉬앤피쉬(FishnFishy) 브랜드 디자인

시장조사부터 포지셔닝, 차별화 전략까지 리서치만 4개월이 걸렸다. 이 후 네이밍과 BI 패키지 디자인까지 또 4개월이 걸렸다. 실제 상품으로 시장에 런칭이 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것이다. 마침내 2012년 9월, 추석 시즌에 <피쉬앤피쉬>를 세상에 내놓았다. 생선 공급처가 위치한 부산과 제주도에 몇 번을 오갔고, 시즈닝 가루가 포함된 패키지를 개발하기 까지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보편적이지 않은 컬러 사용으로 인쇄과정에서 컬러를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에디>의 첫 수주인 만큼 정성과 진심이 가장 많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세련된 패키지와 독특한 전략으로 많은 언론의 시선을 받았다. 또한, 2012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는 주목할만한 부스로 꼽히기도 했다.

 

 

- 2012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한 피쉬앤피쉬

 

 
 
부산어묵의 세련된 변신, FishnCake


피쉬앤피쉬를 기획하면서 부산에 자주 방문했다. 출장은 서울의 작은 사무실에 틀어박혀있는 것보다 훨씬 즐거웠다. 특히, 다양한 맛집 탐험은 먹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내게 천국이었다. 한번은 피쉬앤피쉬의 대표가 오래된 부산어묵공장에 데려갔다. 그 곳에서 맛본 부산어묵은 지금까지 먹은 어묵이 무의미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동생은 피쉬앤피쉬의 세컨 브랜드로 어묵 브랜드 런칭을 제안했고, 그렇게 피쉬앤케이크(FishnCake)를 기획했다.

피쉬앤케이크는 피쉬앤피쉬처럼 패키지에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고자 했다. 타겟층이 젊은 주부와 싱글족인만큼 용이한 보관을 위해 지퍼백을 사용했다. 또한, 피쉬앤피쉬와 동일하게 다양한 선물용 세트 상품을 기획했다. 다만, 피쉬앤피쉬가 수입상품으로 보이는 단점을 개선해 최대한 한글을 많이 사용했다.

 





- 피쉬앤케이크(FishnCake) 브랜드 디자인

처음 피쉬앤피쉬를 만들면서 생선만 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브랜드가 커지기를 바랐다. 때문에 유동성 있는 이름을 지었다. 회사이름은 피쉬엔코(FishnCo), 수산물 브랜드는 피쉬앤피쉬(FishnFihsy), 어묵 브랜드는 피쉬앤케이크(FIshnCake). 이렇게 하나의 연관성 있는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했다. 피쉬앤케이크 역시 피쉬앤피쉬와 동일한 패턴으로 디자인에 통일감을 줬다. 피쉬앤피쉬가 원색의 컬러에 째스러운 강한 패턴이었다면, 피쉬앤케이크는 보다 모던하고 현대적으로 정제된 한국적 느낌을 살렸다. 많은 사람들이 피쉬엔코 상품에 사용된 패턴이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알지만, 피쉬앤피쉬 브랜딩에 사용된 패턴은 생선그물과 바다의 물결 에서 영감 받았다. 또한, 피쉬앤케이크의 패턴은 오뎅의 모양에서 따온 패턴이다. 자세히 보면 그렇다! (진짜로!)

피쉬앤피쉬와 피쉬앤케이크는 쇼핑몰 창업을 준비하는 클라이언트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됐다.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특성 파악은 물론, 디자인만큼 중요한 영업/마케팅 기법을 습득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클라이언트에게 주제넘은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 아이템이 어떤 차별성을 가졌는지, 유통은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 카테고리 킬러 아이템은 무엇인지, 바이럴 홍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직접 경험했던 내용도 들려주고 여타 중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도 꼼꼼히 체크한다. 디자인 역시 타겟과 시장의 상황을 보고 적절한 방향으로 선택한다.

피쉬앤피쉬와 피쉬앤케이크는 가지공장에서 한 작업은 아니다. 가지공장의 엄마 회사인 <프로젝트 에디>에서 두 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한 작업이다. 하지만 피쉬앤피쉬와 피쉬앤케이크는 브랜드의 처음과 끝을 경험한 첫 프로젝트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이다. 그만큼 실수도 많았고 주목도 받았다. 또한, 가지공장에서 진행한 피쉬앤케이크의 오프라인 버전 "진심으로 만든 부산어묵"의 전신이기도 하다. 때문에 꼭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였다.

피쉬앤피쉬 이후, 수산물 업계에 디자인 바람이 불었다. 그래서일까. 세련된 수산물 브랜드 상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피쉬앤피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모두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는 것이리라. 다만 이 흐름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이지윤

뜨거운 디자이너의 피와 차가운 전략가의 머리가 공존하는 이상야릇한 정체불명의 여자
스몰 비지니스 전문 브랜드 인큐베이팅 회사 <가지공장>을 운영중이다.
www.facebook.com/jeyoun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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