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매일을 기록하는 화가, 온 카와라 (On Kawara)

14.10.24 0

 

 

 

 

 

엄마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송일국 삼둥이들을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쟤네는 좋겠다. 어릴 때 모습을 방송에서 다 찍어줘서~”라고 말했다. 엄마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회사에 다니느라 나와 동생의 커가는 모습을 많이 찍지 못했다. 아주 어릴 때 나는 어떤 아이였을까, 바쁜 엄마대신 나를 키운 할머니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아쉬운 대로 옷장에 감춰둔 학창시절의 편지 상자를 꺼냈다.

1년에 한 번 꺼낼까 말까 한 상자 속에서 빛 바랜 옛날 편지들이 마구 쏟아진다. 중고등학교 때 사이 좋게 롤링페이퍼를 돌린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다퉜던 친구와의 화해 편지, 사이가 좋던 친구들과의 비밀일기 등, 그 때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옛날을 추억하는 것들을 쉽게 버리기는 힘들다. 나는 아직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가지고 있다. 정리의 달인은 ‘잘 버리는 것이 세상을 잘 사는 법’이라고 하는데 쉬이 그럴 수 없다. 기억이 담긴 물건을 버리면 물건에 담긴 추억마저 모두 날아갈 것 같아서다. 물건조차 남아있지 않으면 나의 추억들이 공중분해 돼버릴 것 같다.

 

 

 

 

대학생 때는 ‘나를 기억하기 위해’ 일기를 썼다. 사실,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감정을 풀기 위해 썼다.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 나는 술을 마시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남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결국 손을 움직여야 했다.

매 순간을 기억할 수 없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풀어놔야 또 다른 이야기가 생겨났다. 때문에 ‘기록’ 은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지금은 경험노트를 쓴다. 경험노트는 여섯 가지 항목을 정해 일기를 쓰는 것인데, 경험을 통해 배운 것, 어던 경험에서 기인한 신념을 분석한 것, 실수를 통해 배운 점, 긍정적인 마음가짐 및 타인의 실수 등의 카테고리에 알맞은 이야기들을 쓰며 스스로 반추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일기를 강제로 쓸 때는 몰랐지만, 내가 풀어놓은 글들이 나의 역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급해졌다. 기록의 필요성을 체감한 것이다.




 

 

 

여기 자신의 시간, 하루하루의 일상의 역사를 예술로 만든 작가가 있다. 2014년 7월에 타계한 온 카와라 (On Kawara)라는 일본 작가다. 작가는 개념미술의 선구자였고, 자신의 시간을 예술로 만들었다. 온 카와라는 1933년생으로 1959년 아버지를 따라 멕시코에 갔다. 그리고 유럽을 여행하다가 1965년, 뉴욕에 자리를 잡았고, 계속 뉴욕에 살았다.

1966년 1월 4일, 온 카와라는 연작 <오늘>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작품의 완성이 곧 자신의 죽음과 연결되게 했다. 작품은 단색 바탕에 그것을 제작한 날짜를 채색한 것으로, 뒷면에는 해당 날짜의 신문을 스크랩했다. 그림을 그리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우선 캔버스에 물감으로 다섯 번 바탕 칠 한 후, 흰색 물감으로 날짜를 일곱 번 칠했다. 카와라는 이 작품을 하루에 세 개까지 그릴 수 있었는데, 해당 날짜의 자정까지 완성하지 못하면 스스로 작품을 파기했다. 또한 그는 각각의 작품을 위해 신문지로 안을 댄 마분지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작품을 보관했다. 

 





 

우리가 사는 날은 매일 신문이 나오고 다양한 일들이 터지고, 사건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낮 동안 신나게 흔들린 세상은 밤이 되면 잠시 멈추는 것 같지만 사실 1분 1초도 쉬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상’이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어느 날은 아주 특별하고 어느 날은 단조롭다. 마치 <트루먼 쇼>의 트루먼이 일상의 비밀을 알기 전처럼 말이다. 자신이 보낸 ‘시간의 역사’를 매일 담담하게 기록한다는 것, 단순할 수 있지만 책임감이 필요하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항상 새롭게 살아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일상이 예술이 됐다는 건, 그만큼의 노력과 책임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자기 자신을 위한 기록이며, 우리 모두를 위한 기록이다. 작품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반문한다. 그동안 너무 시간에 파묻혀 살았던 것은 아닐까? 혹시 시간에 ‘의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시간을 지배할 수 없기에 시간과 함께 살고 싶다. 그러니 매일 새롭게 다짐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 온 카와라의 작품은 《TODAY》 시리즈 말고도 《나는 ...시에 일어났다 I Got Up At》(1968~79), 《1백만 년(과거) One Million Years(Past)》(1969), 《1백만 년(미래) One Million Years(Future)》(1981) 등 여러 시리즈들이 있으나, 오늘은 한 시리즈만 소개했다.




출처 
http://cafe.naver.com/spacek0/744 및 여러 사이트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