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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촉, 기억, 촉각, 미디어, 소통 –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

14.11.03 0

 

 

 

손으로 무언가의 감촉을 느낄 때면 괜히 기분이 좋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을 비비적대는 이불과 베개, 알람이 울리는 스마트폰, ‘혹시 병균이 있는 것은 아닐까?’는 생각이 드는 TV 리모컨과 밤새 나를 지켜준 따뜻한 전기장판. 엄마가 해준 밥을 뜨는 주걱과 압력밥솥 뚜껑의 감촉. 그리고 이내 누르는 노트북 전원과 일주일 치나 밀린 신문,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그리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은 노트북의 뜨끈한 온기.

우리는 매번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촉감을 통해 대상에 대해 알게 된다. 사실 우리가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는 이유는 ‘기억하기’ 위함이 아닐까? 프랑스에 갔을 때, 나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건물 벽을 만지며 다녔다.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보였을 수도 있지만, 잊고 싶지 않았다. 차가운 아스팔트 벽의 느낌, 기숙사에 있는 벽 만한 창문의 이음새, 옷장과 문고리, 프랑스 아이들이 동양인 이름이라 우습다며 낙서를 해놨던 이름표, 기숙사의 커다란 문 등.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떤 느낌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그렇게 프랑스를 기억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손으로 만짐’은 원초적인 행동이다. 할머니의 수분이 마른 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엄마의 손, 사랑을 주는 남자친구의 손, 손바닥 사이사이까지 수분이 아직 마르지 않은 7살 아이의 손, 그리고 박수를 칠 때 느껴지는 나의 손. 우리는 각자 모두 다른 감촉을 가졌다. 마치 모두 다른 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이번 수업 때도 ‘가을’에 대해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낙엽을 직접 만져보라고 했다. “더러워요. 세균이 있으면 어떡해요?” 라는 아이도 있고, “이 잎은 말랑말랑 하네.” 라며 즐거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마른 낙엽을 손으로 비비니 ‘바스락바스락’하는 소리가 난다. 이번 가을은 아이들과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온전히 교류하기 힘든 세상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의 터치를 통해 아직 교감하고 있다.

 

 

 

 

- Memorial Drive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에브리웨어는 요즘 “live brilliant”를 모토로 내세운 모 회사의 광고작품을 만들었다. 위의 사진은 <Brilliant Memories Series>에서 소개된 ‘Memorial Drive’이다. 10년 넘게 사용한 차를 재구성해서 ‘가족의 기억을 잊지 않게 해주는’ 설치미술품으로 만든 것이다. 기억은 지속되고 차의 주인공인 부부는 차를 ‘만짐’으로써 추억을 기억한다. 이들의 작품은 ‘재발견과 재구성’이라는 단어를 멋지게 실현했다. 에브리웨어는 부부 디자인 팀이다. 방현우 작가는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를 졸업했고, 허윤실 작가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디자인 학부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미디어 아트를 공부했다.

 

‘미디어 아트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라고 생각 하던 찰나, 에브리웨어와 위에서 말하던 ‘촉감’을 연결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작품은 모두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 사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사람의 기억을 재구성하는 예술,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야기,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아닐까?

 

 

 



이 작품은 [쏙(Soak)]시리즈다. 저 흰 테이블을 손으로 만지면, 때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그림이 만들어진다. 벽에 걸린 그림은 테이블에서 그려진 것들의 각기 다른 모습들이다. 그들은 ‘천을 누르면 물감이 젖어 든다.’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작업했다.

 

뉴미디어 시대의 염색으로 사용자들과의 즉각적 인터랙션을 통해 빛으로 천을 염색하는 시도를 해 보았다. 사람들에 의해 창조된 패턴들은 고해상도의 이미지로 서버에 저장되며,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또한 빛으로 가상 염색된 패턴들은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트 기술을 사용하여 티셔츠 같은 실제 패브릭 위에 새겨질 수 있다. 인터렉티브한 메타 크리에이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개인화된 의상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에브리웨어 홈페이지 발췌)

- <쏙> 

 

 

 

또 다른 시리즈는 <CLOUD PINK>라는 작업이다.

나는 온갖 첨단 기술을 동원해, 딱히 생산적이지도 않고 그저 낭만적이기 만한 장면을 연출하고 싶었다. 뜬 구름 잡는 장면을 위해서 새털같이 많은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손 끝으로 구름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인가. – 작품 설명 中

- <클라우드 핑크>

 

 

 

 

 

 

에브리웨어의 작품을 보며, 10월까지 대림미술관에서 열렸던 <트로이카: 소리, 빛, 시간 - 감성을 깨우는 놀라운 상상>展의 ‘트로이카’ 세 사람이 떠올랐다.

 

 

 

 

위 작품은 <Falling Light>이다. 작품은 조명과 렌즈를 사용한 간단한 실험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백색의 LED 조명을 렌즈에 비췄을 때, 조명과 렌즈 사이의 거리에 따라 투영되는 상의 크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모습이 마치 떨어지는 빗방울의 모습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매 단계마다 작품을 이끌어주는 하나의 개념에 집중해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마침내 가장 간단하고 명료한 작품이 완성된다.”는 말이었다.

 

 



“하나의 개념에 집중한다.”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가지 많은 인생을 간단히 만드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미디어아트가 놀이공원처럼 ‘아이들의 눈에만 신기하게 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신기하게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은 회전목마 이상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은 양날의 검이다.

다시 한 번 내 손을 만져본다. 아직 촉각은 살아있고, 바쁘고 힘들게 살아온 이번 해의 가을이 쌀쌀한 바람을 통해 만져진다. 아주 어울리지 않는 ‘미디어’와 ‘예술’이 동행하는 것처럼 나 역시 유연한 사고로 모든 것과 소통하고 싶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20&contents_id=52263
http://everyware.kr/home
http://www.daelimmuseum.org/exhibition/exhibition_3_1.do
http://www.troika.uk.com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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