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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ROAD] 그리며 세계일주 :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달콤하다.

14.11.13 0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달콤하다.’
Buenos Aires, Argentina

 

 

 

 

# 너 꽤 센스 있는 친구구나?

 

처음 아르헨티나 여행의 시작도시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바릴로체를 거쳐 칠로에 섬, 우수아이아, 엘 칼라파테, 푸에르토 나탈레스 그리고 엘 찰텐을 마지막으로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엘 찰텐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기까지 총 9번의 히치하이킹으로 꼬박 3일이 걸린 강행군이었다. 나는 일전에 부에노스에서 호스트를 했던 하비네 집으로 갔다. 예정대로라면 아침 10시 전에 도착해야 했는데, 집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이었다. 이미 하비가 출근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런데 집 앞 횡단보도에 낯익은 인물이 서 있다. 하비다.

 

“하비! 회사 안 가고 여기서 뭐해?”

 

이제는 좀 친해졌다고 인사보다 질문이 앞선다.

 

“너 기다렸지, 10시 전에 온다면서! 너 기다리다가 회사 늦었다. 이거 받고 이따 저녁에 봐!”

 

하비는 집을 열어주기 위해 회사도 못가고 나를 기다렸던 것이다. 하비가 아무런 설명 없이 손에 쥐어 준 종이봉투를 열어봤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츄러스와 빵이다.

 

‘하비. 몰랐는데 너 꽤 센스 있는 친구구나?’


다시 찾아 온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시작부터 달콤하다.

- 하비와 함께

 

 

 

 

 

 

# 뻔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은 가라

- No.272 Ice cream of Dulce de leche, Buenos Aires, Argentina
작업재료 : 부에노스아이레스 매트로 티켓

 

 

 

 

 

 

 

달콤한 친구를 소개합니다
‘Icecream of Dulce de leche’

 

 

아르헨티나 여행을 더욱 달콤하게 만든 둘세데레체는 '달콤한 우유'라는 뜻이다. 둘세데레체는 우유에 설탕을 넣고 오랫동안 가열하여 캐러멜 상태로 만든 음식이다. 부드러운 크림 형태로 보통 빵에 바르거나 과일과 함께 먹는다. 디저트에도 차를 마실 때도 곁들여 먹기도 한다. 패스트리나 케이크,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 둘세데레체는 다방면으로 많이 쓰이는 아르헨티나 전통 디저트다.

 

특히 ‘단 것’을 좋아하는 내게 둘세데레체는 최고의 친구였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맥도날드가 있었는데, 아르헨티나 맥도날드에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둘세데레체 아이스크림을 판다. 때문에 하루에 한 번씩 꼭 둘세데레체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뻔한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은 가라. 아르헨티나에는 둘세데레체 아이스크림이 있다.

 

 

 

 

 

 

# 여러분을 츄러스의 도시로 초대합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가인 플라자 데 라 레푸블리카 광장 중앙에는 하얀 기념탑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다. 하얀 오벨리스크는 ‘도시의 풍요로운 역사를 기념하는 곳'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둘세데레체가 들어간 츄러스는 나의 주식(主食)이었다. 같이 지내는 친구들은 내가 츄러스를 좋아하는 걸 알아서 아침에 빵을 사면서 작은 츄러스를 20개정도 사오곤 했다. 여러 명이 나눠먹을 생각으로 사왔겠지만 너무 맛있는 바람에 츄러스를 매번 내가 다 먹어버렸다. 밥을 먹고 나서도 후식으로 둘세데레체 아이스크림이나 츄러스를 먹었다. 나갈 계획이 전혀 없는 날에도 나를 외출하게 만든 것은 바삭한 츄러스였다. 이 그림을 그린 날에도 츄러스를 사먹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나의 배와 기분을 풍요롭게 만든 츄러스’

‘이 도시의 풍요로운 역사를 기념하는 오벨리스크’

 

내 느낌대로 내 맘대로 나만의 도시를 만들었다.

 

그러니 여러분을 부에노스아이레스 츄러스의 도시로 초대합니다.

 

 

- No.274 City of Churros, Buenos Aires, Argentina

 

 

 

 

 

 
‘이구아수 폭포’
Iguazu Falls, Argentina

 

 

 

이구아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국경에 있는 높이 85m의 거대한 폭포다.

 

조금만 가까이 가도 세차게 느낄 수 있는 물보라의 최대 높이는 90m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자연이 뿜어내는 물줄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도대체 어디서 이토록 많은 물줄기를 뿜어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거대한 폭포는 항상 은은한 무지개와 함께였다.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위엄 있는 폭포와 상냥한 듯 아름다운 무지개. 이 둘은 ‘강함’과 ‘부드러움’처럼 서로를 보조하는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이구아수폭포 중에서 가장 높은 폭포는 유니언 폭포다. 일명 '악마의 목구멍'이라고 불린다. 이 폭포에 가까이 가는 방법은 작은 보트를 타고 직접 접근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악마의 목구멍에 가보자 라는 심정으로 보경언니와 함께 보트를 타고 나섰다. 엄청난 양의 물보라를 맞으며 악마의 목구멍에 가까이 다가갔다. 신나게 소리 지르면 즐겼지만 눈앞을 가리는 엄청난 물보라 때문에 사실 여기가 악마의 목구멍인지 귓구멍인지 분간을 할 수 없었다.

 

남미사람들이 사랑하고 가장 즐겨 마시는 차(茶)는 마테차다. 마테차에 쓰이는 나뭇잎은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세 나라 국경이 만나는 이구아수 폭포 주변에서 재배된다. 칠레,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면서 나무잔에 예쁜 금속 빨대로 마테차를 마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 마시는 방법 또한 굉장히 흥미로웠다. 마테 가루를 나무로 된 잔 안에 가득 채운다. 그리고 금속으로 된 빨대를 깊숙이 꽂고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마시면 된다. 내가 남미에서 히치하이킹을 할 때 운전기사들이 항상 분신처럼 옆에 지니고 다닌 것도 바로 마테 차였다. 남미의 녹차로 불리는 마테 차와 대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남미의 이구아수 폭포는 종이위에서 새롭게 재탄생했다.

- No.275 Iguazu Falls in Mate tea, Argentina

 

 

 

 

 

‘나에게 남미 히치하이킹이 남긴 것은..’
Argentina

 

보경언니와 나는 부에노스에서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뒤로 하고 어김없이 길 위로 나섰다. 마침내 아르헨티나에서의 “이구아수폭포 1,672km 코스”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히치하이킹은 무사히 마무리 됐다.

 

 

 

 

아르헨티나와 칠레를 여행한 56일 동안, 총 52대의 트럭과 승용차를 거쳐 7885km거리의 히치하이킹을 성공리에 마쳤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유럽에서 히치하이킹 할 때 느꼈던 성취감과 감동이 크게 달랐다. 여자 히치하이킹이 보편적이지 않고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진 남미에서의 히치하이킹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했지만 값진 경험이었다. 그것은 여행 안에 또 다른 여행이었다.

 

위기의 순간에 기적처럼 차가 잡히고, 예상치 못하게 일정이 뒤틀리기도 수 십 번, 몸을 구긴 채 트럭에서 잠을 청하고, 주유소에서 씻으며 밤을 지새우길 다반사였다.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용케 길을 찾고, 낯선 이들과 소통했다. 그렇게 작고 작은 순간들이 모여 예측불허의 남미를 ‘날 것’으로 경험했다.

 

처음에는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돈을 아껴야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도와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단순한 돈’이 아닌 ‘무형의 경험’을 얻었다. 히치하이킹 동안 어떤 사건사고가 날지 몰라 항상 잭나이프와 페퍼스프레이를 소지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심지어 쓸까말까 조마했던 적도 없었다.

 

물론 내가 운이 좋아 ‘좋은 사람들만’ 만난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그저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미는 절대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 위험한 나라도 아니다. 세상 모든 나라는 비슷하다. 나쁜 사람이 있으면 좋은 사람도 있고, 위험하지만 안전하기도 하다. 단지 자기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저울의 균형이 달라질 뿐이다.

 

가벼운 주머니 때문에 시작한 히치하이킹은 내 주머니를 위로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같은 수많은 추억들을 선사해줬다.한 마디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짧은 시간의 단편 영화들이 엄청난 대작을 완성시킨 것이다.

 

‘나와 그들은 흥미진진한 드라마와 배꼽 빠지는 코미디 그리고 아름다운 로드무비의 주연들이었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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