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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함께’ 산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제라르 프로망제 (Gérard Fromanger)

14.11.14 0

 -Bastille Flux, 2007

 

 

 

 

2014년 4월 16일, 잊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까지도 모두가 잊지 못하는,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될 그 일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참 많은 감정을 선사했다. 세월호 사건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선체 인양 작업을 시작한다. 당시 새벽까지 이어지는 뉴스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무서워 잠을 자지 못했다. 아마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고, 평범한 사람들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시청 앞 광장이나 동네의 분향소에서 풀어냈다.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을까?

 

- En Chine, à Hu Xian, 1974

 

 

 

 

명절 때면 고속도로는 어김 없이 막힌다. 나는 텔레비전에서 비추는 실시간 교통상황 속 꽉 막힌 도로를 보면서 ‘이 길의 맨 앞에 있는 사람은 누굴까?’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지는 찾을 수 없었다.  다들 비슷한 길을 가고 비슷한 도착시간을 예상하는 사람들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비슷하게 살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미디어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아닌 ‘지금’을 사는 우리는 다들 비슷하게 산다. 가는 길도, 목적지도, 어떤 것을 이뤄가는 시간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배고플 때 밥을 먹고 사랑하고 싶을 때 사랑하고 졸릴 때 잠을 잔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비슷함‘과 ‘동질감’에 빠져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눈을 잃은 것 같다. 비슷하기에 경쟁하고, 비슷하기에 남을 끌어내리며, 비슷하기에 빠른 것이 옳은 문화였다. 다들 모르쇠로 일관하면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알아도 모른 척해서 나쁠 것 없다는 사회였다. 세월호 사건 이면에는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사는 우리들의 사회가 담겨 있다. 따뜻함을 잃고 있었고, 각자 인생에 지쳐 중요한 것을 간과한 채 지나가고 있었다.  

 

- Corps à corps, bleu, 2006

 

 

 

 

우리의 눈과 마음은 더 이상 따뜻함을 품고 있지 않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지 않는 지하철은 가장 공적이자 사적인 공간이다. 어떤 광고처럼, 우리는 모두 같은 기계를 보지만 모두 같은 내용을 보지는 않는다.

 

- Edgar De Gas (에드가 드가), Place de la Concorde, 1875, Oil on canvas, 78.4 x 117.5 cm

 

 

 

 

1985년, 에드가 드가는 이런 사회의 무미건조함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카메라 스냅샷으로 어느 장면을 포착한 것 같은 이 그림은, 4명의 인물이 나오지만 눈길은 서로 다른 곳에 향해있다. 그저 자신의 방향을 보고 있을 뿐이다. 좋게 말하면 ‘무심한 듯 시크하게’. 드가의 그림은 지금의 우리다.

 

드가의 그림에서 보이는 무미건조함을 잘 표현한 작가는 프랑스의 신구상주의의 대가, ‘제라르 프로망제’다. 미국이 거대자본을 기반으로 ‘팝 아트’를 세계적인 붐으로 만들 동안, 유럽의 작가들은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렸다. 각 국가별로 스타일의 차이가 있는데, 그 중 프랑스의 <신구상주의 회화>는 사회적인 이야기를 그림에 그려냈다.

 

- Bleu Azural

 

 

 

프로망제는 1968년 기성의 권위에 반대해 일어난 프랑스의 5월혁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5월 혁명은 우리의 80년대의 민주화 운동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개인과 민족의 자유에 경의를 표현하는 것이 나의 작업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사상이나 철학, 역사와 예술까지 뒤집어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 작가의 말 中

 

- From the Album Le Rouge (Mai 1968), 1968

 

 

 

 

프로망제가 영향을 받았던 ‘5월 혁명(五月革命)’ 또는 ‘68 혁명(프랑스어: Mai 68, May 68, 독일어: Mai 68)’, 또는 ‘프랑스 5월 혁명’은 프랑스 드골 정부의 실정과 사회의 모순으로 발생한 저항운동이자 총파업투쟁을 뜻한다. 이 혁명은 ‘교육체계와 사회문화’라는측면에서 "구시대"를 뒤바꿀 수 있는 기회로 보였다. 즉, 68혁명 또는 5월혁명은 가치와 질서에 저항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5월 혁명은 ‘사람 사는 세상’, ‘인간다운 삶’을 요구했다. 68혁명은 무엇보다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넘어 소비체제의 물신주의, 물질숭배, 인간소외 저항에 초점이 맞춰졌다. 과거의 강압이나 착취에 의한 인간 통제와는 달리 후기 자본주의는 여론조작을 통해 부드럽게 인간을 지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진실이 만천하에 폭로됨으로써 항거의 물결이 세차게 일었다. 68혁명은 부의 증대, 경제 성장에 따른 과소비, 비인간화와 일상적 소외를 다양한 구호를 내걸고 정면으로 전개됐다.

 

"행동하라",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금지를 금지하라", "파괴는 창조의 열정이다", "사랑할수록 더 많이 혁명한다", "굶주릴 지라도 권태로운 것은 못 참는다", "선거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투쟁은 계속된다" - 이처럼 5월 혁명은 경제가 발전할수록 인간성이 황폐화되는 것을 거부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물질주의 삶을 지양하는 몸부림을 쳤다.

 

 

- Le Kiosque, 1973

 

 

 

 

우리는 각자 다른 곳을 본다. 세월호, 전쟁, 정당간의 싸움, 취업난, 남성과 여성의 이야기, 군대의 숨어있는 문제들, 수능, 사교육 등. 우리는 이 시간을, 오늘을, 2014년을 함께 살고 있지만 모두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서로의 공허한 이야기를 가슴에 담은 채. 하지만 정작 우리를 위로해주는 것은 서로의 체온뿐이다. 구세군 자선냄비가 시작되는 이 때, 가장 주변의 사람들에게 안부를 나누며 함께 살아있음을 기뻐하는 것은 어떨까? 왜냐하면 우리는 ‘함께’ 살고 있고, 그러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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