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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 석창우 화백

14.12.16 0

<한국의 몸짓>

 

 

 

 

지난 주 <힐링캠프>에 나온 김영하 작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약한 것이 아니지만, ‘감성근육’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감성근육’을 키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해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면서. 지금의 40대는 꿈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됐던 시기였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 어려운 시대에 꿈을 찾아 가는 것도 힘든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지금 ‘버티는 것’ 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꿈까지 찾으라’는 일종의 압박을 받는 세대가 지금의 젊은이들이라고 했다.

맞는 말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지만 김영하 작가의 말이 닿았던 것은 어떤 청중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 나지 않지만, 그의 대답이 “내가 지금 갑자기 피겨 스케이팅을 한다고 해서 김연아처럼 잘하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지금부터 한다면 10년 후에는 지금보다는 나아질 겁니다.”

 

<한국의 몸짓>

 

 

 

 

 

‘이어서 하기’의 중요성, 그리고 ‘포기하지 않기’의 중요성이다. 지금 당장 잘 할 수는 없으나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습관을 떠올렸다. 나의 습관은 일을 미룬다는 것이다. ‘조금만 더 자고 공부할게’ 그리고 하지 않았던 공부. ‘조금만 쉬었다가 해야지’ 그리고 완성하지 못했던 일들. ‘이번 시험만 잘 넘기자’ 그리고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나의 실력. ‘피하고 싶은 상대니까, 다시 안 만날 테니까, 어차피 말이 안 통하니까’ 그래서 더욱 멀어진 사람들. 습관에 의해, 단지 고쳐지지 않았던 생활습관 때문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한 셈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10년을 꾸준히 이어서 해온 습관은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기’이다. 그 도전들이 내게 지금 어떤 결과를 안겨주고 있는가? 스티브 잡스가 말한 ‘CONNECTING DOT’의 시기는 언제일까? 너무나 궁금하다. 매일매일이 실 위를 걷고 있는 듯한 지금, 언젠가는 지금의 순간들이 구슬이 되어 진주목걸이가 될까? 그 순간이 언제일지 모르기 때문에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한국의 몸짓>

 

 

 

항상 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해왔던 것 같다. 피하면 다른 길로 가면 됐다. 그 다른 길로 가다 보면 해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들, 지금 해야 할 생각들이 묵직하게 나를 누르면 하지 못했다. 마치 요가를 하면 한 쪽 다리에 의해서 들썩거리는 반대편 엉덩이처럼, 어떤 묵직함과 진중함을 가지고 생각을 이어나가지 못한 내가 떠올랐다. 피했던 것들은 90년대의 유행처럼 다시 내 발목을 잡는다.

 

<인(人)>

 

 

<한국의 몸짓>

 

 

 

 

<응답하라 1997>은 ‘응답하라 학생 때의 나’로 돌아가게끔 한다. ‘그 때 무엇을 피했는가’ 생각해보면 의외로 공부가 내 발목을 잡았다. 조성모의 ‘아시나요’가 나올 즈음 학원에서 공부하던 나, 2002년 월드컵 때 중3이던 내가 친구들 자리를 맡아주던 모습, <내 이름은 김삼순>이 하던 때 고3이었던 나, 빅뱅의 ‘거짓말’이 강타하던 나의 대학 초반. 나는 그 시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말하며 지냈던가? 아마 잦은 망상과 학생회 업무, 그리고 제대로 나를 바라보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을 것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 모두 그런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꼭 해야 하는 것들을 하지 않았으니 더 힘들었다. 나는 할 수 있는 만큼의 일들만 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나는 너무 ‘힘든 시간’만 생각하며 발전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나는 나에게 힘이 주어지는 순간을 두려워한 것은 아닐까? 순간의 두려움에 치여 ‘나는 오늘 조금 쉬어도 돼.’라며 쉽게 사는 길로 나 자신을 인도한 것은 아닐까?

 

<김연아 크로키>

 

 

 

 

‘석창우 화백’은 <강연 100℃>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접했다. 드라마에 실증을 느껴 채널을 돌린 엄마가 석창우 화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보고 나도 따라 봤다. 팔이 없는 그는 팔에 갈고리를 착용하고 그림을 그린다. 그의 팔은 1984년 10월, 구로공단에 있는 한 기업 전기실에서 2만 9000볼트짜리 고압선에 감전돼 두 팔이 잘리고 두 개의 발가락도 사라졌다. 그는 일거수일투족을 아내에게 기대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살이 된 아들이 설거지하는 석창우 화백 아내에게 “그림 하나 그려줘”라고 졸랐다. 자신도 모르게 “바쁘니까 아빠한테 그려달라고 해”라고 대답한 아내는 후에 석창우 화백이 갈고리에 연필을 끼워 완성한 그림을 마주한다.

 

- 강연 100도씨, 석창우 화백

 

 

 

 

 

그는 원광대에서 그림을 배우며 점차 자신의 그림 이야기를 만들어갔고, 지금은 ‘서예 크로키’를 하고 있다. 내가 만약 석창우 화백이었다면? 내가 만약 석창우 화백의 아내였다면? 그의 이야기를 듣고 따뜻한 내 방에서,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주 약간 몸이 힘든걸 빼면 사람으로서 무리 없이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폐회식 세레모니에서 석창우 화백

 

 

<쇼트트랙>

 

 

 

 

누군가에게 인생의 감흥을 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석창우 화백을 보며 ‘인생은 만들어나가는 사람의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만약 그가 피했다면, 자신의 인생을 그저 놔뒀다면 우울감이 그를 덮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눈은 살아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은 쨍쨍하다. 에너지와 열정을 가지며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사람의 눈은 에너지가 있다. 왜냐하면 피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그는 수 많은 것들과, 그리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고 또 이겨나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를 보며 본질을 보기 위해서는 단순해져야 하며, 두렵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직시해야 함을 알았다.

 

나는 내가 피해왔던 모든 것들이 하나로 뭉쳐져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들은 계속 돌아온다. 그네처럼, 시소처럼, 탁구처럼, 뒤로 보내버렸던 것들은 다시 앞으로 와서 나를 놀라게 한다. 내가 피했던 것들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결국 돌고 돌아서 내가 시작한 일들은 내가 끝내야 마무리 된다. 피할 수 있는 것들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라도 피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한다. 부딪힐 수 있을 만큼 강해지고, 부딪혀 다시 내 두발로 설 수 있도록 연습할 것이다. 그리고 즉시, 즉각, 할 수 있는 그 때 완성해 나가려고 한다.

 

사람의 마음과 몸은 함께 가는 법이다. 나는 내 인생을 피하지 않으며, 끈기의 에너지를 가지고 그 에너지가 내 몸까지 사로잡도록 진중하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겠다.

 

 


사진 출처
석창우 화백 공식 홈페이지 http://www.cwsuk.com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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