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자신의 욕심을 지키는 법, '크리스토'와 '장 끌로드' (Christo and Jeanne-Claude)

15.01.07 0

-<Christo, Wrapped Motorcycle>Christo and Jeanne-Claude,  38 1/4 x 67 x 19 5/8" (97 x 170 x 50 cm), 1962

 

 

 

 


유비에게 "제갈량"이 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겐 ‘야율초재’가 있었습니다. 출신성분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만 보고 인물을 썼던 칭기즈칸이 한낱 피정복민의 젊은 지식인에 불과했던 야율초재를 그토록 신임했던 이유는 천문, 지리, 수학, 불교, 도교 할 것 없이 당대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그의 탁월한 식견 때문이었습니다. 하늘과 땅과 인간,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봤던 야율초재! 그가 남긴 아주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습니다.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여일리불약제일해 생일사불약멸일사)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보약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에 앞서 그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행복을 원한다면 욕망을 채우기보다 욕심을 제거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삶이 허전한 것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여전히 비우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출처 : 스핑클 대표 신병철님 페이스 북, https://www.facebook.com/knowledgeconcert

 

- <Valley Curtain, Rifle, Colorado> Christo and Jeanne-Claude, 1970-72, 모든 사진 출처 : http://christojeanneclaude.net

 

 

 

 

어른이 되면 시간이 더디게 간다고 하던데, 2014년은 조금 길었던 것 같다. 굵직한 일이 많이 있었고, 어떤 일이 생길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의 마지막 날, 부모님과 함께 꼼장어를 구워먹고 치킨을 뜯으며 보냈다. 가요대전을 보고 남자친구와 2015년 1월 1일 0시 0분의 통화를 하고 조금 더 있다 잠이 들었다. 오늘은 1월 7일, 벌써 또 한 해의 하루하루가 쌓여간다. 2014년에 무엇을 했었는지 정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굵직한 사건들만 생각 난다.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면 ‘내년 이맘때 이 일을 기억할까?’를 두고 경중을 생각했는데 역시 가벼운 일로 마음 졸였던 사건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가벼운 일도 당시엔 가볍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아주 중요한 일들만 생각이 난다. 그리고 중요한 일조차 기억나지 않을 때면 새로운 하루하루로 채워진 후였다.

 

- <Surrounded Islands, Biscayne Bay, Greater Miami, Florida> Christo and Jeanne-Claude, 1980-83

 

 

 

 

2014년은 욕심이 많았던 한 해다. 하나밖에 먹을 수 없는데 두 개를 먹겠다는 것도 욕심이고, 마음이 여유롭지 않은데 여유로운 척 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욕심이다. 이루고 싶은 게 많은데 노력하지 않는 것도 욕심이다. 작년의 나는 ‘욕심’과 ‘아집’을 구분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신병철박사가 언급한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는 이야기는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었다. ‘하나를 없앤다는 것’은 그만큼 ‘욕심을 버린다’는 것인데, 모든 것을 다 얻고 싶은 나의 욕심에 마음이 여유로울 수 없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단단히 하며 조금씩 계단을 오르는 방법도 있는데, 높이 뛰기 선수처럼 금세 뛰어오르고 싶었던 것이다.

 

- <Wrapped Trees, Fondation Beyeler and Berower Park, Riehen, Switzerland> Christo and Jeanne-Claude, 1997-98

 

 

 


오늘 소개 할 작가는 ‘크리스토’와 ‘장 끌로드’ (Christo and Jeanne-Claude)다.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현재 ‘장 끌로드’는 사망했고, ‘크리스토’가 둘이 만들었던 많은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제작과 구성에 수 십 년이 걸린다. 만들고 설치하는데 수백억을 쓰고, 많은 일꾼이 작품에 투입된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작품은 2주 만에 철거된다. 이들은 당장의 성급함이 아닌, 오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데 의의가 있다. ‘대지미술’로 유명한 이들의 프로젝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둘 다 1935년 6월13일생이다. 1950년대 말부터 유리병이나 캔 등을 천으로 포장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던 크리스토는 장 클로드와 함께 작품 크기를 키운다. 급기야 핑크색 천으로 바다에 떠 있는 섬 주위를 두르기도 했고 허허벌판에 수십 ㎞에 달하는 울타리를 세우거나 초대형 우산 수 천 개를 꽂기도 했다. 그리고 파리 퐁네프 포장 프로젝트는 허가 받는 데 10년, 독일 제국의회 건물 포장은 25년이 걸렸다.

 

- <Wrapped Coast, One Million Square Feet, Little Bay, Sydney, Australia>Christo and Jeanne-Claude, 1968-69

 

 

 


특히, 이들은 작품을 위한 후원을 받지 않았다. 오직 작품을 구상하는 동안 그린 그림을 팔아 작품을 실현했다. 크리스토와 장끌로 드는 모든 것을 감싸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건축물을 감싸고 파괴되는 자연을 감쌌다. 욕심은 아주 천천히 피어 오른다. 이러한 욕심의 특성에 따라 그들은 몇 십 년을 구상한 스케치를 들고 천천히 단계를 밟아 작품을 실현했다.


아마 이렇게 큰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허가를 받는 데 드는 인내심과 스케치를 하는 인내심, 딱 2주만 전시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리고 인내심은 포기를 유혹하는 요소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마무리했다. 자신이 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했다.

이렇듯 남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 스스로 ‘악착같이’ 사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욕심을 부리려면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새삼 느낀다.

 

- <The Wall - 13,000 Oil Barrels, Gasometer Oberhausen, Germany> Christo and Jeanne-Claude, 1998-99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하면 많은 것을 잃기 마련이다. 하지만 흔들림 속에서 기둥을 잃지 않는다면, 많은 것들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흔들리며 요동치는 순간들 중 집중해야 할 것은 내 목표와 목표를 이루려는 마음, 그리고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인내와 노력이다. 중심이 선 욕심의 마음을 바르게 쓰는 2015년이 되길 바란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