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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CONNECTING DOTS, 서도호

15.01.16 0

- <High school Uni-Form 300개의 경신고등학교 교복> 철구조 바퀴, 175 x 500 x 701 cm, 1996

 

 

 

 

 

요즘 초등학교 5학년들에게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워낙 재미있는 역사책이 많은데다 내가 교육 받을 때보다 역사에 관한 인식도 높아서 아이들의 지식이 높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인과관계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외운 단어나 어디서 들어봤던 장군의 이름을 대답하곤 한다. 물론, 암기가 선행 돼야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외운 지식’을 하나의 선으로 잇지 못한 채 정보를 축적한다.

나 역시 공부를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저 ‘축적했던’ 지식은 기억나지 않는다. 수능을 치르기 위해 외운 영어단어보다 외국인을 만났을 때 사용한 쉬운 회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외국어는 쉬운 단어를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단지 외국어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무엇이든 간에 학습의 요점은 ‘배운 것을 기억하느냐’가 아니고, ‘배운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니까.

 

 

 -<메탈 자켓 (Metal Jacket)>, 군대 야전상의 내피 위에 3000개의 군대인식표 152.5 x 127 x 38 cm, 1992

 

 

 

 

 

지금 시대는 우리가 사용했던 인터넷 기록이 모두 남는다. 거대한 우주 인터넷 속에서 내가 접속한 쇼핑몰, 찾아본 사이트, 자주 보는 기사, 클릭 했던 모든 것들이 ‘자료’가 된다. 때문에 현대사회는 *‘빅 데이터(Big Data) 시대’로 ‘빅 테이터 전문가’가 유망 직종으로 떠올랐다.

 

* 빅 데이터 (Big Date) :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로 그 규모가 방대하고, 생성 주기도 짧고, 형태도 수치 데이터뿐 아니라 문자와 영상 데이터를 포함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말한다. 

  

빅 데이터의 원리는 지금까지 사용자가 이용했던 것들을 종합해 ‘소비자(나)’가 좋아하는 것들을 미리미리 예측하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자신이 했던 것들을 잊지 않으며, 성향이 변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빅 데이터의 원리가 성립한다.

많은 것이 순식간에 팽창할 수 없는 시대다. 기업은 꼭 필요한 제품만을 생산하려 한다. 때문에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노력은 아날로그 식의 과거방식보다 수고도 덜 하고, 적중률도 높다. 하지만 빅 데이터 안에 저장되지 않는 사소한 기억과 추억, 그리고 감성까지는 전할 수 없다. 역사는 중요하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에 관점으로 쓰인 것이기에 패자의 역사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나’에 관한 모든 정보와 추억, 감성을 집약하고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일 뿐, 데이터로 측정할 수 없는 것이다. 빅 데이터 덕분에 세상은 많은 것들의 ‘평균’을 계산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순수성과 개성은 자신만이 지킬 수 있다.

 

<Net-Work> gold and chrome plating with polyurethane coating on ABS plastic, nylon fishing net, 2010

 

<Net-Work (detail)> gold and chrome plating with polyurethane coating on ABS plastic, nylon fishing net, 2010

 

 

 

 

그렇다면 나의 빅 데이터는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 우리는 수첩과 일기에서 우리의 데이터를 찾을 수 있다. 나는 내가 소중히 여겼던 기억과 버리지 못하는 편지, 부모님과 나눴던 대화, 힘들었던 순간의 메모와 회사에서 배운 노하우를 적은 수첩, 스크랩해둔 신문, 그리고 벽에 붙여 놓은 엽서를 통해 나의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나에 관한 직관’은 남이 만들어 놓은 데이터로 읽을 수 없다. 누군가가 정해놓은 틀에서 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15년 출판계의 화두가 ‘진짜 나를 찾는 삶’이라던데, 수많은 누군가가 진정 나의 삶을 찾아줄 수 있을까?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나 자신인데 말이다. 아마도 그들은 ‘평균치’로 측정된 ‘삶을 찾는 방법’을 말할 것이다.

결국,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DOT’과 빅 데이터도 한 줄로 연결할 수 있다. 모든 나의 경험은 연결되는 것이며 경험이 쌓여 ‘어떤 사람이 될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내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가릴 수 있는 척도가 될 것이다.

 

 

-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는 해외 웹 사이트에서 ‘DO HO SUH’를 키워드로 검색해도 검색이 될 만큼 유명한 한국 작가다. 서도호 작가의 아버지는 우리나라 동양화가의 거장인 ‘서세옥’님이다. 서세옥 작가는 1970년대, 자신의 집을 한옥 모양으로 지었다. 어린 서도호는 한옥과 서구식 건물이 공존하는 서울에 살며 그만의 독특한 추억을 만들며 자랐다.

 

 

“한국에서 살 때부터 공간의 전치(Displacement)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아버지(그의 아버지는 현대한국화의 대가인 서세옥 서울대 명예교수다)께서 1970년대에 우리 집을 19세기 한옥으로 지어놓으셨거든요. 창덕궁 안에 있는 연경당이라는 건물 중 사랑채를 모델로 해서 지으셨는데, 겉만 한옥이 아니라 집 안도 조선 선비의 미학을 따라 꾸미셨어요.

저는 매일 대문을 열고 학교 갈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을 경험했고, 밖에 있다가 집에 갈 땐 타임머신을 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연경당 자체가 순조 대왕이 궁궐 안에 선비의 집, 즉 민간인의 집을 지은 것이에요. 그러니 19세기 당시에도 현실적이지 않았던 집이죠.

70년대에 그 한옥을 본 따 지은 우리 집도 현실과 거리가 먼 집이었고, 제가 그 집을 섬유로 만들어 미국에 가져온 것도 현실과 거리가 먼 거예요. 모두가 본래 문맥에서 떨어져 나와 엉뚱한 곳에 놓인 공간이지요.” – 서도호

 

-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살았던 한옥과 미국에서 살던 집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집 속의 집>은 건물 외벽부터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바느질’로 재현했다. 책, 창문, 가스레인지, 화장실 변기 같은 것들을 모두 바느질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기억과 낯선 미국 속에서의 기억, 그리고 그의 일상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졌다.

서도호는 자신의 데이터에서 작품을 떠올렸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데이터에서 자신의 인생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신이 만든 빅 데이터를 소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나의 인생을 찾아나가야 한다.

내 빅 데이터만이 앞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힌트를 줄 수 있다. 데이터가 곧 내가 살아온 발자국이기 때문에, 그리고 앞으로도 데이터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속의 집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Within Home)> 국립현대미술관

 

 

- <Stove, (348 West 22nd Street, APT)> New York, NY 10011, USA, 2013, polyester fabric, 187.1 x 92 x 88.4 cm, 모든 사진 출처 : http://www.lehmannmaupin.com/artists/do-ho-suh#19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인생은 자신의 빅 데이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생이다. 흔들리는 순간, 내게 새겨진 나를 보자. 남의 말에 이끌리지 않고, 그 동안 쌓아온 나의 모든 데이터로 새로운 ‘나’를 예상해 보는 것이 지금 바로 ‘나를 아끼고 위하는 방법’이다.

 

 

본디 땅 위에는 길이 없다. 누군가 다니면 길이 된다.” – 루쉰,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 장면 대사)

 

 

겸손하고, 지혜롭고, 용기 있게 길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항상 10년 후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 본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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