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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인터뷰] 자유로운 선과 터치의 서정, YUN

15.01.16 0

 

<소소한 인터뷰>는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소소한 인터뷰>를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 01. 들판에서

- <들판에서>

 

 

 

 

 

<들판에서>를 포함해서 노트폴리오에 올린 대부분의 작품이 아크릴화다. 평소 아크릴화 작품을 즐겨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전에는 오일 파스텔을 이용해 주로 그림을 그렸는데, 조금 더 그림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에 편히 터치할 수 있고 수정이 용이한 아크릴을 쓰게 됐어요. 저는 아크릴을 이용해 붓이나 나이프의 터치가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효과를 내는 것을 좋아해요. 행여 실수를 하더라도 그 위에 다시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그게 쌓이면 그림의 맛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라 수정작업에 부담 없이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들판에서>가 노트폴리오에 게재되기까지의 작업과정이 어떻게 되나.


<들판에서>는 제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 있던 초창기 시기에 그린 그림입니다. 그때가 11월이었는데 날씨가 흐리고 매일 비가 와서 너무 추웠어요. 방에서 차가운 손을 호호 불며 있었지요. 그런데 문득, 친구가 들판사진을 보내왔어요, 수평선으로 펼쳐진 평화로운 들판이었는데, 그 따뜻한 느낌이 그리워서 바로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마침, 종이를 자르고 남은 긴 자투리 종이(17 * 38 cm) 가 있었고, 그 위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리다 보니 꽃과 풀을 있는 그대로만 그리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밑바탕에는 들판에서 보일법한 색을 화려하게 깔았어요. 그 위로는 색을 정리해가며 구체적인 들판의 모습을 잡았습니다. 나이프로 꽃잎을 찍기도 하고, 잉크 펜으로 선을 넣기도 하며 자유롭게 저만의 들판을 그렸어요. 들판은 먼발치서 바라봐야 더 감흥이 이는 것처럼 <들판에서>도 똑같이 멀리서 보는 게 더 좋더라고요.

 

- <Sweet flower>

 

 

 

 

 

 

가장 아끼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Sweet flower>를 가장 아껴요. <Sweet flower>는 갤러리에 지원하기 위해 그렸던 작품인데 정말 꼭 선정되고 싶었거든요. 그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생명을 담은 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작품에 비해 그림에 힘이 실려있다고 할까요?

처음에는 <sweet flower>의 제목처럼 달달한 사탕같은, 달콤한 향이 나는 꽃을 그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초기 작업 땐 배경도 하늘색이고 모든 색이 화려해서 그림이 다소 산만했답니다. 그래서 배경을 다시 흰색으로 덮었는데 마음에 들 때까지 (몇 주에 걸쳐) 다시 꺼내보고, 수정하느라 밑바탕에 다양한 색깔들이 숨어 있어요. 색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저 흰색인 배경과는 다르게 색감이 은은하고 풍부하게 연출됐어요. 제목만큼이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화사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절로 밝아지는 느낌이랍니다. 

 

 

- <I own nothing but I have everything>

 

 

 

 

 

<I own nothing but I have everything> 역시 아크릴화지만,  <들판에서> 작품과는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다. <들판에서>는 이중섭이나 박수근의 거친 느낌이 드는 반면, <I own nothing..> 은 도화지에 수채화로 그린 듯 부드러운 느낌이다. 작업 과정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I own nothing but I have everything> 은 독서신문에 매달 연재되는 그림 중 하나라 글 컨셉에 맞게 부드럽게 그렸습니다. 아크릴은 유화나 수채화, 둘다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리는 주제에 따라 표현방법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요.

 

 

 

 

 

 

<들판에서>를 보면 고전적인 그림이 떠오른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에>,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이중섭, 박수근의 그림 말이다. 이들 중 혹시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 혹은, 작품에 영향을 주는 다른 작가나 작품이 있다면?

 

언급된 명사 모두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입니다. 제 작품이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다니 영광이네요. 스타일은 모두 다르지만 ‘고전적’이며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공통점일까요? 저는 평소에 50~70년대 고전 일러스트를 많이 보고 몇 십 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질리지 않는 그림을 너무 사랑해요. 특히, 메리 블레어(Mary Blair), 앨리스 앤 마틴(Alice and martin)을 좋아합니다. 음.. 또 자유로운 선 표현으로 어떤 그림이든 재미있고 개성 있게 그리는 존 버닝햄(John Burningham) 할아버지를 존경합니다. 회화작가들 중에서는 모네(Monet)를 제일 좋아해요. 모네가 표현하는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감과 감성이 너무 좋거든요! 그러고 보니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는 밝은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서정적면서도 따뜻하고, 자유로운 선과 터치의 그림이죠. 그리고 그런 요소가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일치해요.

 

- <해바라기> 빈센트 반 고흐, 1988

 

- <과수원의 가족과 아이들> 이중섭, 20.3 x 32.8cm

 

 

 

 

 

 

 

# 02. 레바논 일요일 아침, 예배 가는 길

- <레바논, 예배 가는 길>

 

 

 

 

 

Yun의 작품은 대체로 밝은 색채와 화사한 분위기다. 그런데 <레바논, 예배 가는 길>은 다른 작품과 달리 어둡고 음침하다. 특히, 예배를 하러 가는 사람의 모습이 온통 검은색인데, 이렇게 표현한 이유가 있나.

<레바논, 예배 가는 길>은 종교 잡지에 나온 사진을 참고로 작업했어요. 길을 지나가는 한 노인과 그 뒤로 보이는 이슬람 사원, 그리고 십자가를 단 교회가 보이는 사진이었죠. 무거운 사진을 보니 ‘종교분쟁’이 떠올랐어요.

구부정한 노인의 등은 ‘독실함’을 뜻해요. 오랜 시간 동안 엎드려 기도한 세월의 흔적이죠. 그런데 과연, 이만큼 노인의 등을 휘게 만든 ‘신앙심’은 어디서 비롯되며, 무엇을 위한 종교인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나아가 어떤 이해관계에 의해 종교분쟁이 생기고 그로 인해 무고한 희생자가 생기는 것인지 궁금했어요. 그림은 종교갈등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어요.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게 표현된 것이죠.

 

 

그림자 표현이 눈에 띈다. 선만 표현되고 그 속이 투명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림자는 ‘내 안에 갇힌 나’를 의미해요. 오랜 시간 동안 “착실하게 믿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신(神)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에서 싸우는 현실이 갑갑하고 어리석어 보였어요. 그래서 그런 ‘갇혀있음’을 표현하고자 그림자 선으로 단단히 묶어두었죠. 마치 실체는 있지만 속이 텅 빈 것처럼, 그림자 안은 흰색으로 처리해 “알맹이는 없다”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 너무 오랜 기간 동안 엎드려 기도해 등이 휜 노인과 텅빈 그림자, 휜 등은 '독실함'을, 빈 그림자는 '텅빈 속'을 의미한다. 

 

 

 

 

 

 

작품 속을 자세히 보면 새가 많은데 까마귀 같다. 한, 두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그린 이유는? 왼쪽 창틀에 앉은 새는 왜 분홍색인가.

저는 저 새들 중 한 마리에요. 즉, 중립의 위치에서 바라만 보는 관찰자죠. 분홍 새는 음.. 특별한 의미가 없어요. 단지 검은 창틀 위에 검은 새를 그리면 보이지 않을 까봐 분홍으로 칠한 것뿐입니다! 하하. 

- 그림 상단을 차지하는 까마귀 무리, 이들은 철저히 제3자인 관찰자다.  

 

- 그림 좌측중간에 위치한 분홍색 까마귀 

 

 

 

 

 

 

 

# 02. 알자스 지방의 풍경

 

 

 -<알자스 지방의 풍경> 

 

 

 

 

<레바논 일요일 아침, 예배 가는 길>과 <알자스 지방의 풍경>을 비교해 보면 공통적으로 특정 지역의 풍경을 담고 있다. 풍경을 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두 그림 다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그렸어요. 이 외에도 이탈리아의 해안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해리포터 성 같은) 학교를 그렸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자주 접하면서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했죠. 사실, 예전에는 풍경화에 관심이 없었는데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거죠. 

- 그림은 각각 레바논과 알자스 특정 지역의 풍경을 담았다. 

 

 

 

 

두 작품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다면 ‘그림이 풍기는 느낌’이다. <알자스 지방의 풍경>은 비교적 밝은 느낌인 반면 <레바논, 예배 가는 길>은 어둡고 잔잔하다. 자세히 보면 <레바논, 예배 가는 길>작품은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없다.

- 알자스 포도밭 풍경, 출처 : http://www.thinkstockphotos.co.kr

 

 

 

 

두 그림에 담긴 시선과 감정이 달라서겠죠? <알자스 지방의 풍경>은 스트라스부르 근교에 있는 포도밭에서 직접 찍은 풍경이에요. 해가 쨍쨍하게 뜬 날, 연두 빛의 포도밭이 쫘악 펼쳐져 있고 몇 백 년 된 오래된 전통가옥이 아기자기하게 줄지은 모습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속에 서있는 제 자신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했어요. 최대한 그 때의 감동을 그림에 담고자 했더니 밝은 느낌의 <알자스 지방의 풍경>이 탄생했어요.

- 길게 늘어선 전통가옥 

 

 

반면 <레바논, 예배 가는 길>은 변질된 종교의 본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 무겁게 그린 그림이에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고요하고 어두운 느낌을 풍깁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검은색으로 표현된 만큼, 무거운 분위기를 덜어보고자 배경으로 밝은 색을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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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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