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죽음을 기억하라!,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5.03.04 0

-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 1991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아침 7시. 목탁을 두드리며 소리치는 늙은 남자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아파트 창문 아래를 내려다 보니 형광 옷을 입은 경찰들이 쫙 깔렸다. 영화에서처럼 그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커튼을 닫았다. 목청 좋은 그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파트 전체에 울렸다. 뭐라고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웅얼거림과 목탁소리가 혼합되자 공포감이 밀려왔다. ‘정말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했다. 공포심을 누르고자 음악 어플을 켜서 노래를 들었다. 노래 중간 중간 그 사람들의 웅얼거림이 섞여서 들려왔다. 집에서 나가고 싶었지만, 당장 갈 곳이 없었다. 1시간 반 정도 목탁소리가 왔다 갔다,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 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곤 모든 소음이 멈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소리가 나지 않기에 아래를 보니 열 명 정도의 아저씨와 아줌마가 경비 아저씨에게 시비를 걸며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TV조선과 여러 신문사들의 승합차가 눈에 띄었다.  
 
 
죽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마포대교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살인 사건, 교통사고, 청부 살인, 자연사, 돌연사 등, 정말 많이도 죽는다. <명탐정 코난>을 보면 매 회 인물이 죽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든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겪어보니, 자살 충동이 인다고 건물 위에서 소리 지르는 행동이나 그렇다고 정말 뛰어내려서 죽어버리는 일은 듣기에도 힘이 든다. 나는 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정말 무서웠다.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다는데, 그들의 울림을 듣고 있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Mother and Child (Divided)>, 1993
 
 
 
 
반대로 나는 죽도록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서운데, 그 순간에 진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옥상에 올라갈 힘으로, 저 목탁을 두드릴 힘으로 나는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목숨이 간절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옥상에 올라갈 힘으로 인생과 부딪혀보길 바랐다. 
 
 
- <This Little Piggy Went to Market, This Little Piggy Stayed at Home> 1996
 
 
 
 
후에 들은 사건은 ‘죽음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었고, 아파트 특정 인물을 질타하기 위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용기 없는 사람들의 소행이었다. 설 연휴가 끝난 월요일 아침 7시, 그들은 아파트 전체를 패닉으로 내몰았다. 이 일로 ‘인생은 예상치 못한 사건들의 연속’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삶을 감사하고 끈덕지게 살기로 마음먹었고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무서워졌다. 또한 ‘죽음’은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값진지 가슴 깊이 느끼며 앞으로 내게 허락된 시간까지 생(生)을 놓지 않기로 다짐했다. 
 
 
- <Two Similar Swimming Forms in Endless Motion (Broken)> 1993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작품으로 ‘죽음’을 표현했다. 그는 영국 브리스틀 출생으로 리즈에서 성장하며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데미안 허스트는 학생들과 <프리즈>展을 기획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 말고도 많은 작가들이 삶과 죽음을 모토로 잡고 작업을 했지만, 그가 주목 받은 이유는 ‘죽음’을 눈앞에서 재생하기 때문이다. 
 
 
- <The Incredible Journey> 2008
 
 
- <In His Infinite Wisdom> 2003
 
 
 
 
데미안 허스트는 방부제로 유명한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세 토막 난 상어를 전시하기도 하고, 그 외 여러 동물들을 방부제 용액에 넣어 작품을 만든다. 그는 <죽음을 ‘전시’한다>. 데미안 허스트는 인간을 작품화 하지 않았지만 만약 ‘인간을 사용해도 된다’면 했을 것 같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용액 속에 들어가 죽음을 알리는 저 동물들의 마음이 궁금하다. 그들의 죽음은 전시 용도가 아니었지만, 데미안 허스트는 그들의 죽음을 토대로 유명한 작가가 됐다.
 
 
- <Philip (The Twelve Disciples)> 1994,  황소의 머리
 
 
- <For the Love of God> 2007> 모든 사진 출처 :http://www.damienhirst.com/home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말이다. 옛날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이런 의미에서 생겨난 풍습이라고 한다. 
- 출처 : 위키백과 
 
 
 
 
죽음을 받아들이며 삶과 죽음을 모두 가진 인간인 나로 보는 연습을 해야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살 수 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죽음을 걱정하면서 남은 생을 모두 소비하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하는 ‘굶어 죽으면 어떡하지?’, ‘지쳐 죽으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들은 죽음을 앞서 걱정하는 일일 것이다. 
 
 
“生卽必死 死卽必生 (생즉필사 사즉필생). 살려고 하면 반드시 죽고, 죽으려고 하면 반드시 산다.”
 
 
이순신 장군의 말씀처럼 죽으려고 하면 반드시 살 것이다. 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죽음에 압도 되지 말고, 죽음을 ‘기억’하고 살자.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