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와 옷 이야기, This is HER STORY

15.04.10 0

- 비욘세의 <Flawless> 공연 모습

 

 

- 자신이 디자인한 트위드 재킷과 스커트를 입은 모델을 바라보는 코코 샤넬(Coco Chanel). 코코 샤넬은 트위드 패션과 블랙 리틀 드레스로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의 몸을 해방시켰다. 

 

-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Henri Donat Mathieu-Saint-Laurent)의 ‘르 스모킹(Le Smoking)’ 컬렉션 중 하나. 남성의 전유물 이었던 정장을 여성에게 적용했다. 이러한 시도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정장 바지를 당당히 입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인 해시태그는 ‘HeForShe’ 다. 비욘세(Beyonce)는 <Flawless>를 부를 때마다 페미니스트의 정의를 읊조렸고, 엠마 왓슨(Emma Watson)은 더 이상 판타지 영화 속 꼬맹이 소녀가 아닌 어엿한 페미니스트로서 강단에 올랐다. 진정한 여성 인권 신장과 여성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는 지금, 패션계 또한 여성을 위한 비즈니스와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패션이 여성 위주로 돌아가지 않은 때가 있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과감히 샤넬의 블랙 리틀 드레스와 이브 생 로랑의 팬츠 수트 이 후, 비로소 여성의 편의와 권리를 추구하는 디자인들로 채워졌다고 본다. 


- 구찌의 전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


- 셀린느의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2015년 F/W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구찌를 떠난 디자이너 프리다 지아니니(Frida Giannini)는 꽤 오랫동안 구찌에서 일했다. 그녀의 전임자였던 디자이너 톰 포드(Tom Ford)가 구찌에 강렬하다 못해 퇴폐적인 디자인을 남겼다면, 여성인 프리다 지아니니는 관능적인 동시에 입기에 무리 없는 옷을 선보였다. 더 이상 구찌의 디자이너가 아니지만 그녀의 디자인은 성공적이었으며 2000년대 중반, 여성 디자이너의 활약의 출발선을 끊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닥쳐온 불경기는 패션쇼 장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걸치고 나가도 위화감이 없는 옷을 만들도록 영향을 끼쳤다. 이는 여류디자이너들의 자존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아무리 남자들이 여성의 몸을 철저히 탐구해 옷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옷을 입는 주 고객이자 디자이너인) 여류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압도할 수 없었다. 이름하여 ‘여성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여성 디자이너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 셀린느의 2015년 S/S 컬렉션

 

 

 

패션 브랜드 셀린느의 디자이너인 피비 파일로는 이번 컬렉션부터 본격적으로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나는 여자이자 엄마, 여동생, 친구, 패션 디자이너다. 이 모든 것은 동등하게 중요하다.”

 

 

그녀는 다양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자신 같은 여자들을 위해 단순성(simple)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2015 S/S 컬렉션에서 선보였다. 패션쇼에서는 옷뿐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무대 장치도 하나의 패션으로 작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셀린느 컬렉션에 쓰인 <The Women’s Work>은 피비 파일로가 대세 여류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서 여성들이 진짜 원하는 편안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선보일 거라는 포부 같다. 게다가 나른하고 밑단 통이 넓은 디자인은 여성의 발을 쉬게 하는 플랫 슈즈와 짝을 이뤄 옷을 입는 행위에서 주체적인 현대 여성을 보여주었다.

 

수 십 년 전, 샤넬은 여성을 코르셋에서 해방시켰고 엘사 스키아파렐리(Elsa Schiaparelli)는 많은 남성 예술가들과의 협업으로 여성들을 위한 대담하고 예술적인 옷을 만들었다. 한발 더 나아가 이브 생 로랑은 남성의 유니폼이었던 정장 팬츠를 여성화 시켜 일하는 여성들의 편의를 드높였다. 현대에 와서는 피비 파일로와 프리나 지아니니, 그리고 프라다의 디자이너인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가 ‘여성을 위한 디자인’의 바톤을 이어받고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이라는 말이 있다. 옛 것을 법으로 새로운 것을 창시하라는 뜻이다. 패션계에 비유하자면 ‘옛 것’은 ‘여성의 자유로운 패션을 위한 과거의 혁명적인 디자이너들’ 이며, ‘새로운 것’은 ‘현대 여성 디자이너들’이다. 과거의 디자이너들이 어떤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어떻게 여권(女權)의 하락과 여성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실루엣을 뜯어 고쳤는지를 재료 삼아 신진 여성 디자이너들은 현대 여성에게 맞는 디자인을 선보여야 할 것이다.

- 2015년 샤넬 S/S 컬렉션의 마지막 피날레 무대 장면. 모델들이 페미니스트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를 이끄는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이번 2015년 S/S 샤넬 컬렉션의 패션쇼 장에는 여권(女權)의 진정한 신장을 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델들은 <HISTORY IS HER STORY>, <LADIES FIRST>와 같은 피켓을 들고 쇼 맨십적 시위에 나섰으며 쇼의 기획자는 샤넬의 디자이너이자 여성을 위한 패션 디자인과 비즈니스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칼 라거펠트가 있었다. 현대 여성의 패션 판타지와 실용성을 예술성과 함께 풀어낼 줄 아는 그는 “여성들을 100%지지 합니다”라는 말을 통해 패션계의 여성 파워를 다시 실감하게 했다.


패션 디자인에서 ‘여성적인 디자인’ 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제는 나풀거리는 프릴과 레이스, 스커트와 하이힐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른한 복잡함 속에서 찾는 단순한 실루엣도, 관능적인 동시에 실용적인 디자인도 좋으니 뭐든 여성으로 태어난 이상 일단 입어보자.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즐기고, 마음껏 자랑스러워하자. 결국 여성인 자신이 입는 모든 것이 여성적인 패션이 된다. 나는 이 문장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내가 입고, 들고, 신는 모든 패션 아이템에 ‘나만의 여성성’이 녹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모든 여성이 완전히 깨닫게 되는 때에 비로소 패션 페미니즘(fashion feminism)이 완성될 것이다.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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