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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 IN SEOUL] 폐자전거에 숨을 불어넣다, 리브리스(REBRIS)

15.08.06 0

서울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려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도시만은 아닙니다. 대기업 중심의 유통구조와 소비습관,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분위기에서 소규모 제품제작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 쉽지 않죠. 그럼에도 서울 곳곳에서 만드는 일에 몰입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MADE IN SEOUL>은 서울에서 태어난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합니다. 이 제품들은 서울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질 만큼 다양한 개성과 의미를 지녔습니다. 앞으로 <MADE IN SEOUL>은 서울에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 편집: 김해인

 



 

#01. MADE IN SEOUL의 첫 번째 주자, 리브리스(REBRIS) 

‘리브리스(REBRIS)’는 폐자전거 부품으로 디자인 소품을 만드는 ‘업 사이클링(up-cycling) 브랜드’입니다. <MADE IN SEOUL>은 인터뷰를 위해 문래동에 위치한 리브리스의 작업실에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폐자전거 부품으로 시계를 제작하는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작업은 흥미로웠습니다. 몇 가지 장비만으로 제품이 제작된다는 점이 그랬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그랬습니다. 작업의 대부분은 금속가공과 도색이 아닌, 표면의 흠집을 다듬고 녹을 벗겨내는 일이었습니다. 손수 부품을 다듬는 과정을 지켜보며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게 바로 ‘리브리스’를 가치 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개념: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업 사이클링(up-cycling)

리사이클링(recycling)은 폐자재를 원자재가 지닌 가치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반면, 업 사이클링(up-cycling)은 폐자재를 활용하여 기존의 쓰임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 REBRIS, 출처: 리브리스 홈페이지 




문래동에 작업실을 새로 얻었는데 분위기는 어떤가요?

작업실이 위치한 공방거리는 작업하는 사람들로 조용하고 고요해요. 그런데 공방거리 뒤로 디큐브시티와 타임스퀘어가 위치해 항상 젊은 사람들로 활기차죠. 성격이 다른 두 공간이 공존해서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예요.

 

문래동이라서 좋은 점은 뭔가요?

아무래도 자전거 부품을 활용하다보니 금속 가공 작업이 많아요. 그만큼 소음이 심하고 먼지도 많이 날리죠. 그런 점에서 ‘금속 가공의 메카’라 불리는 문래동이 좋아요. 저보다도 훨씬 시끄럽고 먼지도 많이 날리는 분들이 많아서 안심이 되기도 하고요. (웃음)

 

반면 아쉬운 점은요?

건물이 많이 낡은 거요.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요. 하지만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요즘 들어 젊은 작가들이 문래동에 많이 상주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 문래동 공방거리에 위치한 리브리스(REBRIS)는 폐자전거의 부품을 이용해 디자인 소품을 제작하는 업 사이클링 브랜드다. 



원래 전공은 자동차공학과였죠? 대학시절에도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많이 했나요?

학부 수업은 이론 중심이라 간단한 목업(mock-up)정도만 제작했어요. 정작 대학시절에는 사진을 많이 찍으러 다녔어요. 전공과는 별개로 어릴 때부터 손으로 만드는 일을 좋아했죠. 프라모델이나 RC카 같은 거요.

 

리브리스(REBRIS)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디브리(debris)가 폐자재/파편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앞부분 이니셜 ‘D’를 ‘R’로 바꿔 ‘새로 태어나는 폐자재들’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 REBRIS making film

 

 

리브리스(REBRIS)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저는 소위 말하는 학점, 영어점수, 대외활동 같은 스펙에 자신이 없었고 그게 큰 이유는 아니었지만 평소에 창업을 하고 싶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군대 전역 후에 잠시 사진 찍는 일을 했는데, 그 때 스타트 업을 운영하는 분들을 촬영한 적이 있어요. 제 또래가 직접 창업한 모습을 보니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초기 자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아이템을 찾던 중, 용산 고가를 지나다가 폐자전거가 쌓여있는 장면을 보게 됐어요. 문득 폐 부품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우연이었죠.  곧장 빌라 근처에 버려진 폐자전거를 구했어요. 그리고 안 쓰는 시계 부품을 조립해 지금의 ‘Chain Ring Clock’을 만들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판매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처음에는 개인 블로그에서 판매했어요. 초기 매출의 80~90%정도는 지인들이었어요.

 

그럼 처음으로 모르는 사람한테 팔았을 때 기억이 많이 나겠네요?

지인 판매에만 의존하면 안 될 것 같아 ‘리브리스’와 취지가 잘 맞는다고 생각되는 편집숍 ‘오브젝트’에 메일을 보냈어요. ‘개인적으로 자전거 폐품을 활용한 업 사이클링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곳에서 팔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이었죠. 다행히 오브젝트 측에서도 관심을 보였고 현재는 홍대 지점에서 리브리스 제품이 판매되고 있어요. 그래서 오브젝트에서의 ‘첫 판매’가 리브리스의 첫 매출이라고 할 수 있죠. 나중에 따로 물어봤더니 어떤 외국인이 사갔다고 하더라고요.

 

 

“지금도 내가 모르는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고 주문이 들어오면 신기해요”

 

 

취미활동으로 시작했고, 특별한 경험을 해보는 단계를 지나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챌린지1000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내 아이템이 괜찮은가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 사업은 무조건 성공한다.’는 자신감이 아니라 ‘어쩌면 잘될 수도 있겠다.’ 이런 정도의 자신감이요.

 

제품제작부터 중요한 의사결정까지 혼자서 진행해왔는데요. 혼자서 하는 일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시간이나 일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장점이죠. 그만큼 의사결정도 빨리 할 수 있어 좋고요. 반면, 생산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에요. 저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1인 사업자기 때문에 제품 제작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요.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일관된 패키지를 만들고, 상점에 배치되는 위치를 선정하고, 판매처를 늘리기 위한 활동까지 혼자 하죠. 그러다 보니 플리마켓이나 강연에 나가면 모든 과정이 올 스톱해요. 이런 점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할 수 있죠.

사업을 시작할 때 업 사이클링이(up-cycling)라는 개념을 알고 있었나요?

처음엔 몰랐어요.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었더니 업 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었던 거죠. 당시 해외에서는 업 사이클링(up-cycling) 개념이 보편화되었고 관련 브랜드도 다양했지만 우리나라에는 개념조차 생소하고 관련 브랜드도 거의 없었죠. 그래서 ‘리브리스’를 국내 업 사이클링(up-cycling)브랜드로 키우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그 많은 폐자재 중에서도 왜 하필 자전거였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제가 워낙 자전거를 좋아하고 기계를 전공해서 접근이 쉬었어요. 그런데다 자전거는 누구에게나 친숙하잖아요.


- 리브리스의 대표 제품 ChainRing Clock (차례대로 S005, S006, M001 모델), 출처: http://www.rebrisworks.com/

 

 

 

창업 아이템이자 스테디셀러인 ChainRing Clock시리즈는 현재 얼마에 판매하나요? 가격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ChainRing Clock’은 크기에 따라 3~4만 원대에 판매하고 있어요. 가격에 대해선 고객님들 대부분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품이 수작업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죠. 작업과정을 지켜본 분들은 ‘이 정도면 너무 싼 거 아니냐!’고도 하세요.

 

만드는 입장에서는 어때요? 들어가는 노력대비 만족할만한 가격인가요?

아뇨. (웃음) 제 욕심 같아서는 더 받고 싶죠. 하하.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판매됐으면 좋겠어요. 그게 브랜드가 알려지는 길이기도 하고.

 

폐품으로 만든 시계라는 사실만 떼 놓고 보면, 사실 벽시계가 3-4만원이라는 게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요. 이케아처럼 ‘무난한 디자인’에 ‘5,000원 이하’의 저렴한 시계가 많은데도 리브리스의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특이하면서 의미가 담긴 제품이라 그런 것 같아요. 실제로 구매 고객의 대부분은 선물용으로 시계를 구입하세요. 받는 사람이 자전거를 좋아하면 더 큰 의미가 담기겠죠. 개인적인 바람은 폐자전거를 활용했다는 사회적 의미에 공감하기보다 제 제품을 보고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품으로서 매력을 느낀 후에 제품이 가진 의미를 알게 되면 그 가치는 더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 리브리스에서 새로 출시한 Sprocket Table Light, 출처: http://www.rebrisworks.com/

 


작년에 텀블벅(www.tumblbug.com)에서 전액 기부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죠? 아직도 기부 하고 있나요?

수익금의 10%정도를 기부하고 있고 겨울이 오기 전에 2차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번에는 리브리스가 위치한 문래동 장인들과 함께 진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생각하고 있어요.

 

수익금으로 자전거를 구매해서 기부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곳에 기부하셨나요?

‘주간장애인보호센터’라고 경도 장애인분들이 낮 시간 동안 머무르는 센터가 있어요. 대부분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분들이시죠. 하지만 센터에서는 TV를 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활동이 거의 없어요. 한 사회 복지사가 이런 점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사회적 기업 사이트에 자전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리셨어요. 센터 근처에 운동장도 있으니 자전거를 타면 참 좋겠다고요. 제가 그 글을 우연찮게 보게 됐고, 그 분께 직접 연락해 자전거를 기부하게 됐어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단기 목표는 문래동을 벗어나는 거요. (웃음) ‘크고 깔끔한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보다 여기서는 다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제품이 잘 팔렸으면 좋겠어요. 그럼 더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거고 그러면 공간도 더 커져야겠죠? 그만큼 리브리스가 성장 했으면 좋겠어요. 

 

www.rebrisworks.com
facebook.com/rebrisworks
blog.naver.com/reb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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