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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에게로’ 떠나는 여행

15.10.05 0

 

한바탕 여름이 끝나고, 아직 낮볕은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10월이 찾아왔다. 때문인지 좋은날을 벗 삼아 휴가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유 있게 연차를 내고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과 묶여 ‘OO투어’라는 팻말 아래 곳곳을 누비는 투어를 원하지 않는다면, 혹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봐둘 필요가 있다.

- 디자인 하우스 제작 및 제공.

 


홍콩의 대표적인 디자인 출판사 빅셔너리(victionary)에서 출간한 <여행, 디자이너처럼 : 60명의 예술가 X 60개의 공간> 시리즈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을 담았다. 2001년, 빅터 청이 설립한 빅셔너리는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패션, 건축 등 분야를 막론한 작품을 다각도에서 바라본 평론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국내 출판사 디자인하우스에서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온 채 출간했다. 이미 많은 여행서적이 출간된 가운데, 작은 크기임에도 야심차게 등장한 <여행, 디자이너처럼>은 현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와 포토그래퍼로 구성된 예술가 60명이 자신이 생활하는 도시의 한 공간을 여행지로 추천한다. 여행서적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지인, 더군다나 작가로 활동하는 이들의 소개와 독특한 책의 구성은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끔 만든다.

 

- 출판사 빅셔너리에서 판매하고 있는 <여행, 디자이너처럼> 시리즈

 

<여행, 디자이너처럼 – 도쿄> 책 본문에 실린 작가 소개

 

다만 전적으로 여행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책은 아니기에, 여행지가 초행인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제공하는 정보가 다소 부족하거나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가이드북에서 언급되지 않은 곳들이 대부분이기에 그 공간만의 독특함은 오로지 이 여행서를 읽은 여행자만의 것이 될 수 있다. 장소에 대한 선호는 극명하게 갈릴 수 있지만, 그건 소문난 명소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장소를 피해 디자이너를 따라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가보고 싶은 이유’는 ‘가야만 하는 이유’로 바뀌게 된다. 디자이너 한 명, 포토그래퍼 한 명이 단 한 곳의 장소를 선택해야 하므로 그 장소에 대한 신중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현지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여행자들은 찾기 어려운 작은 박물관부터 타지에서의 즐거운 밤을 합리적인 가격에 보낼 수 있는 레스토랑과 술집까지. 마침 디자이너가 내 취향이기까지 한다면 외국에 믿음직스러운 친구가 하나 생긴 느낌이 들 것이다. 이처럼 <여행, 디자이너처럼>은 도시 하나를 콕 집어 여행할 생각이거나 혹은 여행가이드로 디자이너를 꼽고 싶은 사람에게 최적화되어 있는 책이다.

- 책을 구성하고 있는 각 챕터와 내용. 이 도시에 가야하는10가지 이유와 추천 장소를 5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표지다. 커버 일러스트가 참 귀엽네, 라고 생각하고 들추면 눈앞에 그야말로 ‘광경’이 펼쳐진다. 그렇게 각 권의 표지를 넓게 펼치면 도시의 전경을 담은 일러스트 지도가 된다. 일러스트 지도는 언제든 펼칠 수 있어 눈앞에 펼쳐진 실제 도시와 비교할 수도 있다. 각 권에 담긴 일러스트 지도는 작가와 도시의 개성만큼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아마 한 권을 보고난 뒤에는 그 다음 시리즈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표지 커버를 벗기면 등장하는 일러스트 지도

- 일러스트 지도 디테일 컷 

- 실제 판형

 

 

맛집부터 영화, 책, 드라마 등.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그들의 추천을 여과 없이 믿은 자신에게 실망감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추천을 받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런 이유에서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SNS를 꼼꼼히 살펴보고 입맛에 맞는 추천을 받곤 한다. 모두 맘에 들지는 않지만 좋은 구석 하나쯤은 찾을 수 있었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것보단 실패할 확률을 낮추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처럼 최고의 여행은 아니더라도 최악의 선택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여행, 디자이너처럼>이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다니는 ‘디자이너’는 아니어도 여행만큼은 디자이너처럼 다닐 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 ‘디자이너’는 될 수 없지만, 우리 여행만큼은 디자이‘너처럼’ 다녀보자.

 

<여행, 디자이너처럼 – 도쿄> 책 컨셉 컷. 사진은 모두 빅셔너리, 출처: http://victionary.com/

 

 

정미 (Jeongmee)

일상 속의 작은 것들을 놓치지 않는, 큰 손을 가진 작가를 꿈꿉니다.
정(情)과 미(美)를 찾아 정미(精微)하게 그려내는 글쓰기를 희망합니다.
instagram,com/leejeongmee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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