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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LoL) 소환사의 갤러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5.12.01 0

 

미술 전시회에 가자는 말에 그가 그렇게 환하게 웃은 것은 처음이었다. 심지어는 장소와 시간까지 먼저 검색하는 모습에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왜 아니겠는가..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롤LoL)의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이승현, www.leagueoflegends.co.kr)에서 개최하는, ‘롤(LOL)’의 캐릭터가 주인공인 전시라니! 아마 이 게임 때문에 연락이 끊겨 투닥거린(롤을 플레이 하는 동안 연락이 된다면 그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는 거다)커플이 한 둘이 아닐 거다.

모두들 잘 알고 있겠지만 롤은 ‘소환사의 협곡’, ‘칼바람 나락’과 같은 맵에서 플레이어들이 5:5로 나뉘는 MOBA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형식의 게임이다. 때문에 120여개가 넘는 캐릭터를 선택해 게임을 구사하는 스킬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팀으로 운영되는 형식이기에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더불어 이 협곡에서 뒤쳐지는 자는 바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동료 플레이어들의 친절함(??)까지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제 5회 롤드컵(롤 월드 챔피언십)이 개최되어 북미, 유럽, 아시아의 여러 팀이 참여했고 우리나라의 SKT T1팀이 우승한 바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展 프레스콜 현장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입구부터 다른 느낌을 풍겼다. 10대 남학생을 비롯한 남성 관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관람객에게 하나씩 배포되는 기념 캘린더를 들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플레이어)을 보니 굉장히 즐거워 보였다. ‘전시회’하면 뭔가 품격 있고 어려운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관객 스스로 가장 잘 아는 소재를 미술 속에 녹여냈다는 게 <소환>展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관객은 한 커플이었다. 라오미 작가의 <일월장생도>속 챔피언을 하나하나 찾아내는 여자친구를 너무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남자친구라니…! 롤이 사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니!

라오미 작가 作 <일월장생도>

 

라오미 작가의 <일월장생도>는 미디어나 유적지에서 한번쯤 접해봤을 대표적인 한국미술인 ‘장생도’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롤의 대표맵인 ‘소환사의 협곡’이 <일월장생도>속 유토피아로 구현되며 미스 포츈, 그레이브즈, 갱플랭크 등, 여러 챔피언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본래 <일월장생도>는 조선의 대표적인 궁중회화로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다. 아시아에서 폭넓게 나타나는 이 장생도는 인간에게 장수를 누리는 것이 시대를 초월한 염원이었음을 보여주는데, 일례로 왕실을 벗어나 양반가와 일반 서민 가정에도 조금씩 그 형태를 달리하며 꾸준히 그려졌다.

신미경 작가 作 <아무무와 용>

임태규 작가 作 <맹동(孟冬)>


단소정한(短小精悍), 작지만 강하다는 사자성어처럼 아무무와 티모 같은 작은 챔피언들과 기존 우리나라의 민화 속에 등장하는 용, 호랑이, 잉어들이 어우러진 신미경 작가의 민화 작품은 고운 색감이 어우러져 여성관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 풍경 속에서 수련하는 챔피언들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고 열정적이게 느껴지는 것은 예전부터 <설경산수도>가 선비들이 스스로 수양하며 자신의 시대를 기다리고 있음을 은유하고 있는 그림이었고 ‘겨울’ 이라는 배경이 모든 것을 숨기고 봄을 준비하는 시기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그림의 주제와 챔피언의 픽(롤에서 챔피언을 선택하는 것)의 완벽한 조화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一我二體-페이커, 제드> 신영훈 작가

<호접지몽(胡蝶之夢), 미인도(美人圖)> 이동연 작가

<청순 미인도> 이동연 작가 

 

<열정미인도> 이동연 작가 

 

일월장생도, 산수화, 민화에 이어 인물화 역시 전시장의 한 파트를 차지하고 있었다. 신영훈 작가는 롤 프로게이머들과 그들이 주로 플레이 하는 챔피언을 함께 그려 게이머의 페르소나로서의 챔피언을 표현했다. 카타리나, 아리, 소나와 같은 여전사들은 고운 한복을 입고 각자의 주제를 가진 미인도로 재탄생했는데 인물화가 전시된 곳에서 각 플레이어/챔피언의 팬들이 즐겁게 사진을 찍고 어딘가 뿌듯해하는 모습에서 소환전이 상당히 기발한 재치로 기획된 전시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림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랬다면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의미와 의도파악이 더욱 수월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시장을 방문한 날은 갑자기 몰아 닥친 한파에 다들 발을 동동 구르는 추운 날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장 안은 부대행사와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자 하는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져 인산인해를 이뤘다. 무엇보다 게임사가 직접 나서서 문화를 접목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웠다. 아마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사랑하는 한국이기에 이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이리라. 협곡에서 미쳐 날뛰는 것도 좋고 더블 킬, 트리플 킬을 하는 것도 좋지만, 콧바람도 쐴 겸 한번씩 다녀오면 재미있을 전시다. 특히 한번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도 모르게 연락두절이 되는 소환사라면 무조건 추천한다. 라이엇게임즈의 캘린더도 받고 인사동 데이트로 애인도 달래줄 수 있는 있는 절호의 찬스니까!

 

<리그 오브 레전드: 소환>展
전시기간 2015년 11월 25일 - 2015년 12월 7일 
전시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장소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 지하 1층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훈동 188)
입장료 3,000원
문의 리그오브레전드 소환展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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