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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얼굴 속에 담긴 한 편의 시 <Humans of Seoul>

16.01.12 1

10대와 20대의 아침시간을 지하철 4호선과 함께 보내며 얻은 게 있다면 ‘까탈스레 보일법한 눈빛’과 ‘제발 나한테 닿지 마라’는 제스처일 것이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 법한 일도 아침 시간, 그리고 지하철 4호선이라는 공간까지 더해지면 ‘예민甲’이 된다. 사람들의 몸짓 하나 행동 하나에 예민해지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곧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이라는 안내 멘트가 끝나기가 무섭게 오른쪽, 왼쪽, 뒤쪽의 사람들이 온몸을 달싹이며 전투태세를 갖춘다. 그렇게 온몸으로 어깨빵을 시전하며 1초라도 먼저 내리려는 사람들을 보면 어깨를 잡아채 “아니 나도 내린다고!”를 외치고 싶지만 이내 꾹 삼킨다. ‘아, 저 사람 먹고 살기 힘든 사연이 있나 보네’하고.

시작은 첫 취직을 했을 때고, 그 다음으로는 즐겨보는 주간지에 스마트 폰이 거북목을 만든다는 공공디자인 관련 기사가 실렸을 때였다. 이동시간에 폰을 보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하니 문득 ‘서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차림을 보며 ‘직장인은 아닌 거 같은데 이 시간에 어디를 가는 걸까’ 생각했고, 무표정한 얼굴들을 스치며 그의 오늘 하루가 궁금했다. 저 사람들은 마음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각자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렇게 홀로 타인의 삶을 상상하던 무렵, 같은 생각으로 보다 가까이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젝트를 발견했다. 바로, 서울의 어딘가에서 만난 이들의 외면과 내면을 담은 <Humans of Seoul>프로젝트다. 사진 속 인물들은 방금 길거리에서 마주쳤다 해도 기억하지 못 할 만큼 평범한 얼굴이었고, 그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저마다의 이유’와 ‘자신만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지금’을 알게 됐을 때 ‘아, 그랬군요’하고 대답하고 싶어졌다.


"부모님께서 이혼하시고 오히려 전 더 어려졌어요. 
초등학교 졸업할 때였는데 '엄마는 원래 바쁘고 아빠는 원래 그러니까'하면서 질문 하나 안 하고 그냥 이해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어릴 땐데 잘했어요. 일찍 철 들었던 것 같아요.근데 지금은 맘 속으로 '어렸을 때 그렇게 성숙했으니까 지금은 애처럼 굴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엄마한테 땡깡도 부려요"



“사람들이 우리가 옆에 스쳐만 가도 선입견을 갖고 피해요.
우리가 세균 덩어리도 아니고 그저 청소하는 건데 사람까지 쓰레기로 보는 거 같아요. 저도 이 옷 벗고 다른데 가면 똑같은 고객이고 사람인데 우리가 옆에 지나간다고 기분 나빠하면 갑자기 미안해지고 수그러들어요. 사실 사람들이 깨끗하게 쓰면 저처럼 청소할 사람이 필요없는 거잖아요. 자기 집이면 그렇게 안 할 텐데…. 그래서 저는 자부심이 있어요. 우리가 있어서 깨끗하다고. 모든 걸 다 깨끗하게 해주잖아요. 우리가 없으면 어떻게 돌아가겠어요, 여기가.그래서 이게 좋은 직업이 아니면서도 좋은 직업이에요."



“원래 어렸을 적에는 소심하고 사교성이 없었어. 그저 집에 가서 책보는 것이 행복했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옆 자리 친구한테 말도 안 하니까 옆에 친구들이 '니는 세상 살기 싫나?' 그랬어. 여자 같단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그때는 굉장히 듣기 싫었지. 근데 지금은 180도 바뀌었어.6년 전에 혼자 부산에서 올라와 옷을 점점 이런 스타일로 입기 시작하면서 제 2의 탄생을 겪은 거지. 참 이 옷이 신비로운 옷이야.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고, 지나다니면 사람들이 막 웃고 그래.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니 나도 기쁘고 힘도 나고 행복한 거지. 그래서 만약 고등학교 동창회에 가게 되면 이 복장으로 당당하게 나가서 날 깔보던 사람들을 놀래켜 주고 싶어.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 너무 소극적으로 인생을 잘못 살았던 것 같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됐었는데 말이야.”

 


“살면서 저도 고통은 항상 피하고 싶었고 행복 하려고만 애썼는데 갱년기가 되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고통이 사실은 무가치한 게 아니더라고요. 상황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그 상황 안에서 어떤 이들은 절망을 선택하고 어떤 이들은 긍정을 선택하는 거죠. 고통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뿐이에요.”



“사실 제가 운동 선수였는데,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치게 되면서 허리 수술을 했어요.
그래서 신체검사에서 5급 판정을 받게 되었는데 지금은 완쾌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군대도 못 갔고,취업을 하더라도 그 이력이 다 남아서 불리해요. 잠시 부주의했던 건데, 돌이 킬 수가 없어요. 전 사실 운동선수를 계속 하고 싶었는데…”



“제 인생의 특별한 점이요?  
제가 6년된 여자친구가 있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 같이 다녔고 지금은 대학교까지 같이 다녀요.”

“어떻게 사귀기 시작했어요?”

“고백 같은 건 없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여자로 보이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추운 날 서로 손을 잡았어요.”



“(남편) 예전에 애들 어릴 때 살던 34평 아파트에서 동물을 78마리나 길렀었어.”

“네? 78마리요?”

“(남편) 응, 사람 빼고 기르는 동물만.”

“무슨 동물이 78마리나 돼요? 어떤 동물이었는데요?”

“(남편)열대어. 하하. 근데 거짓말 아니야. 열대어뿐만이 아니고 잉꼬새에 자라 한 쌍도 있었다구.
그리고 키우던 식물만 80여개였어. 아, 하나 빼 먹을 뻔 했네. 원숭이도 있었어, 움직이는 장난감 원숭이.”

“(아내) 그게.. 생물이야?”



“암벽을 더 잘 타고 싶어서 매일매일 집에서 복근운동을 해요.”

“초등학교 2학년 선배로서 이번 년도 입학할 1학년 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요?”

“암벽을 한번 타보라고 하고 싶어요. 암벽은 자신감이 있는 어린이만 탈 수 있거든요.“



"제가 55살인데 50살을 0살로 보고 새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오늘도 한 10km 정도 걸었네요."

 


“전 부산 사람이에요.”

“외지인으로서 보기에 서울은 어떤 도시 같아요?”

“서울은 저한테 약간 시멘트 같은 도시예요. 사람들이 틀에 갇혀 살죠.  근데 그 시멘트 속에 색다른 뭔가가 있어요. 서울엔 창의적인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게 아이러니 하죠. 그런 삭막함 속에서도 창의적일 수 있잖아요.”

"혹시 다른 특징이 있다면요?"

"예쁜 여자가 많아요."



“저는 13년 동안 대인기피증을 앓았어요. 가끔은 집을 나설 수도 없었어요. 
학교에 가는 게 끔찍한 일이었거든요. 요가나 명상까지 모든 치료요법을 써봤지만, 결국 13년이 걸려 해결책을 찾았는데, 그 이후 병을 탈출하는 데 든 기간은 긴 고통의 기간에 비해 정말 짧았어요.”

“그 찾아낸 해결책이 뭐였어요?”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것들에 귀를 기울이지 말고, 제 안의 목소리를 듣고, 매 순간 제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는 거였어요.”



“나중에 아이가 커서 남자친구를 데려오면 죽이고 싶을지도 몰라요.
딸 가진 아버지라면 다 그럴 거예요. 심리학적으로 남자에게 딸은 두 번째 연애거든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겠죠. 나중에 딸 낳아보세요.”



“며느리가 밥 먹는데 편하게 먹으라고 제가 손주 안고 나왔어요."



“서예가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종이에 먹물이 은은히 퍼지듯,
세상에 제가 조화롭게 스며들고 싶어요. 알콩달콩 행복하게!”

 

나는 나로 살아가기 때문에 타인의 관점에서 그들의 인생을 이해하기 힘든 때가 많다. 때문에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왜 저런 옷을 입고 있지?’라는 생각이 편협할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며 스치는 사람들은 각자 이유가 있어 길거리로 나섰고, 어떤 선택에 의해 현재의 직업을 갖게 됐으며 오늘 일어난 어떤 일로써 사진 속 표정을 짓고 있다. 문득, 사람들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민해본다. 내가 만약 <서울 사람들(Humans of Seoul)>의 일원이 되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모든 사진 출처: https://www.facebook.com/seoulhumans/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참 순진해.”
 

“순진하다고요?”

“인간이란 건 엄청난 존재인데, 그냥 주어진 대로, 시키는 대로 살아. 생각 없이 살다 보니 별거 아닌 일가지고 치고 박고 싸우는 거야. 우주에서 우리를 바라봐봐.

 

가끔 한 번쯤은 이름과 나이 없이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써봐도 좋겠다. 우리가 <서울 사람들(Humans of Seoul)>을 보며 마음이 일렁이는 건, 그저 스치는 평범한 얼굴들에게도 한 편의 시 같은 인생이 담겨있기 때문일테니까.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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