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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이 아닌 와이드

16.02.18 0

셀린느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wallpaper.com/fashion


셀린느의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군더더기 없는 코트와 가방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부터 시작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더 옛날로 돌아가면 1990년대의 캘빈 클라인이 될 테다. 바로 미니멀리즘 말이다. 세상은 일하는 여성의 정신이 응축된, 깔끔한 직선의 옷을 원했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디자이너들은 미니멀리즘을 유행시켰다. 미니멀리즘의 요소가 들어간 옷은 직선을 닮았다. 예로부터 직선은 ‘도시의 길’이었으니 미니멀리즘도 곧 ‘도시의 스타일’이다. 여기엔 계획적이고 게으르지 않은 도시인의 삶이 압축됐다. 그래서 울퉁불퉁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곡선은 지난 몇 년 간, 특히 2010년대 중반부터 그 빛을 보기 어려웠다. 게으름은 도시의 청년들에게 쥐약이기에 바쁘게 사는 삶만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외치는 세상이다. 그러나 과장되고 예측할 수 없는 실루엣이라도 우리에게 여유를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성공일 것이다. 그래서 일까. 똑 부러지는 미니멀리즘의 삶에서 디자이너들도 벗어나고 싶었는지, 2016년 컬렉션은 이제까지의 노선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바로 ‘와이드’와 ‘맥시멀리즘’이다. 굉장히 과장되고 부푼 글래머 스타일의 맥시멀리즘도 있지만 이번 시즌은 특히나 실생활에서 적용할 만한 스타일링이 많아 보인다.

 

 

 

샤넬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pursuitist.com/tag/cara-delevingne

스텔라 맥카트니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s://www.pinterest.com/pin/59391288813215085


해외 패션 컬렉션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매거진을 볼 수 있는 <스타일 닷컴 코리아>에 들어가보자. 컬렉션을 클릭하면 바로 보이는 옷들은 마치 각양각색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것만 같다. 몇 시즌 전부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스키니진의 꽉 끼는 품은 사라지고, 넉넉한 실루엣의 바지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이다. 실제로 길거리에 나가 보이는 바지들의 100 중 90은 검정 슬랙스나 와이드 팬츠인데, 컬렉션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 중에서도 이번 2016년 봄/여름에는 파자마 같이 과장되게 늘어진 팬츠들이 밀물을 타고 우리에게 올 전망이다. 샤넬은 샤넬 여객을 이용할 아가씨들을 위해 하의를 파자마처럼 넉넉하게 만들어 편안함을 선보였다. 여유가 느껴지는 샤넬만의 맥시멀리즘을 택한 것이다. 스텔라 맥카트니는 아디다스와의 협업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왔는지 활동적인 색감과 여유로운 실루엣을 합친 스타일을 보여줬는데, 그 중에서도 파자마같이 펄럭이는 부드러운 소재의 팬츠는 슬리퍼와 맨투맨, 혹은 길다란 베스트와 함께했다. 디자이너인 스텔라 맥카트니 본인도 피날레에서 발을 다 덮는 와이드 팬츠를 입고 나타났으니 그녀가 얼마나 파자마 스타일을 사랑하는 지 알 수 있다.

 

 

미우미우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luxurybrandsbag.com

발망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www.luxurybrandsbag.com

발망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stylebythemodels.tumblr.com

발렌시아가 2016년 봄/여름 컬렉션, 출처: http://lacalculadorarusa.com/2015/10


시즌 대부분의 컬렉션이 비슷한 변주를 가지고 있다. 물론 ‘꼼 데 가르송’ 같이 트렌드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브랜드도 있지만, 대부분의 컬렉션의 팬츠들은 이러한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우터는 또 어떤가?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2016년 봄/여름 미우미우 컬렉션을 통해서 ‘그래니 룩’이라는 스타일을 다시 정의했다. 가장 눈에 띈 건 긴 아우터였다. 기하학적인 패턴들은 과장되어 아우터 전체를 휩싸고 있고 기존의 미니멀리즘과는 다른, 복잡하지만 규칙적인 룩(look)을 표현하고 있다. 전세계를 파워숄더와 스키니진으로 지배했던 발망도 여전히 ‘스키니’를 고유 디자인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층층이 쌓인 커다란 러플이 달린 드레스, 바디슈트에 살짝 걸친 롱 자켓 그리고 대담한 그물 드레스를 통해 무엇이 진정한 맥시멀리즘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발렌시아가는 특히나 이번 시즌에서 한 층 밝아지고 여유로워졌다. 실크 파자마 같이 부드러운 광택의 하얀색 와이드 팬츠는 몸을 넉넉하게 감싸 안으며 발망과는 다른 부드러운 맥시멀리즘을 선보였다. 디자이너가 알렉산더 왕으로 바뀌며 특유의 스포티즘이 유서 깊은 발렌시아가에 자리잡고 와이드가 트렌드라니,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으랴!

 

 

‘수저론’이 화두가 되어 부모님의 재산을 가늠해보며 ‘나는 어떤 수저냐’고 묻는 요즘 같은 세상에 입는 옷마저 타이트하다면 숨통이 조일 것이다. 와이드와 맥시멀리즘이 주는 교훈에는 특별할 게 없다. 평범한 삶에서 과장된 것을 입어 기분 전환도 해보고, 스키니진의 지퍼를 풀고 파자마같은 와이드 팬츠의 촉감에 몸을 맡기며 여유를 찾아보라는 것뿐이다. 직선이 ‘도시의 길’인 동시에 좁디 좁은 길이라면 예측 불가능한 곡선은 유연하고 어디로든 길이 열려있다. 그래니 룩, 와이드 팬츠, 맥시멀리즘. 현재 유행하는 것들은 현재의 우리를 반영한다. 2016년을 이끌어갈 세 개의 트렌드는 지혜를 얻고 여유를 찾으며, 일상 속의 소소한 기쁨을 누려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만 같다. 패션만큼 어디에든 있고, 어디서든 우리를 위로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림 출처: http://notefolio.net/kang-halla/15189

 

 

 

Lyla

오아시스와 에드워드 호퍼, 이브 생 로랑과 아제딘 알라이아를 사랑합니다.
많은 일을 경험해보고 싶고 이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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