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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100년 후는?

16.03.25 0

 

1999년 9월 2일 목요일 맑음, 제목: 컴퓨터 학원

드디어 내가 컴맹의 시대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왔다. 바로 컴퓨터 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컴퓨터를 잘 못하니까 기초부터 배우자고 하셨다. 그래서 오늘은 왼손 윗 글씨, 오른손 윗 글씨를 배웠다. 요즘은 컴퓨터 못하면 대학교도 못 간다고 한다. 열심히 배워서 자격증이라도 따 놓으면 어디 가서도 어엿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아직 기초도 모르는 나지만, 언젠가는 꼭 컴퓨터를 잘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에 대한 포부가 호기롭게 적혀있는 저 글은 13살 무렵 쓴 일기다. <한컴타자연습>을 처음으로 배우면서 굉장히 설레는 마음에 일기를 썼던 것 같다. 미래의 일은 어찌될지 정말 모르는데 저 때 이후로 컴퓨터 실력이 많이 늘지는 않았다. 

미래를 알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항상 미래를 상상해보곤 하지만 아무런 답을 얻을 수 없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자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다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난 항상 즉흥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미래를 준비한답시고 10년 계획도 세워 보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사실,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제쳐두고 ‘지금 당장의 것’을 해결해야 할 때가 더 많은 때도 있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면, 더욱더 미래를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몇 주 전, 우리를 요란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도화선이 댔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접전’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알파고 이야기를 꺼냈다. 개인적으로 ‘알파고를 위한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있었다. 연이어 ‘로봇에 지지 않는 50가지 직업’ 혹은 ‘10년 내로 사라질 직업 50개’같은 제목의 기사를 보며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지 상상해봤다. 물론,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냥 잠깐의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 일뿐,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오늘을 사는 수밖에 없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예전 사람들에게도 꾸준히 존재했던 모양이다. 죽은 사람을 미라로 만든다거나, 살아있는 사람을 매장한다거나 그 주인이 아꼈던 물건을 함께 넣어주는 행위 역시 미래를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19세기의 사람들은 미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여기 19세기 말 무렵에 만들어진 프랑스 화가가 상상한 2000년의 모습이 있다. 쟝 마크 코테(Jean-Marc Côté)를 비롯한 여러 명의 작가가 만든 (그들에겐 미래였으나) ‘우리의 현재’ 말이다. 이들은 총 87점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이 작품들은 1899, 1900, 1901, 1910년에 인쇄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담배갑에 끼워 넣었다가 엽서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상용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잠깐 그림을 살펴보자면 당시의 사람들은 ‘해저 도시’를 상상했던 것 같다. 물 속에서 물고기를 타고 시합을 벌이고, 갈매기를 물 안으로 끌어 당기는 부분이 재밌다. 또한 ‘1인용 날개’나 ‘1인용 비행물체’를 탄 우편 배달부와 소방관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런 부분도 지금의 상상력과 많이 다르지 않다.




신상 옷을 재단하거나 화장을 해주는 기계라니! 그림을 보자니 ‘사람은 정말 다 비슷하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화장하는 여성의 발에도 뭔가를 해주는 센스라니, 저건 페디큐어일까?


<talking newspaper> & <School>, 모든 그림출처: http://publicdomainreview.org/

이런 그림들도 있다. 위 작품은 <talking newspaper>다. ‘라디오 뉴스’같은 형식인데, 얼추 미래를 비슷하게 직감했음을 알려준다. 그 아래의 작품은 <학교>다. 아마도 아이들에게 책을 주입시키는 모양이다. 선생님만 웃고 있고, 아이들은 다 무표정을 하고 있는 부분이 특히 재미있다.

작가가 그렸던 2000년은 이미 16년 전의 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작가가 원했던 미래의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듯 하다. 작가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로봇이, 더 많은 기계화가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오늘도 다시 한 번 느낀 건 ‘인간이란 참으로 비슷하다.’는 것, 다른 듯 보여도 정말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알파고의 선전으로 우리는 또 다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됐지만, 1시간 후의 일도 모르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당장의 아침을 잘 살아나기로 했다.

그래도 아주 조심스러운 궁금증이 마음 속에 남는다.

과연 100년 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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