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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작가 시점] 일상에 녹아내린 싱글 솔로 라이프! 전황일

16.03.29 0

<전지적 작가 시점>은 노트폴리오에 작품을 게재하는 작가를 선정해 그의 작품을 인터뷰하는 자리입니다. 그동안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그림이 그렸는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표현을 했는지 궁금하셨죠? 앞으로 진행되는 <전지적 작가 시점>을 통해 작가보다 작품 중심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전황일

#01. 남자의 방


남자의 방을 보자마자 제목과 너무 걸맞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감상에서 시작된 그림인가.

제 모든 그림의 주제는 ‘남자들의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물론, 사람 성격마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사는 자취방에 친구들이 와서 자연스럽게 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리게 되었습니다.

 

민소매 안으로 두 팔을 넣어 게임기를 붙잡은 두 손이나 웃통을 벗은 남자, 아이언 맨, 축구공, 신발 박스 등, 남자를 상징하는 소품들을 오밀조밀하게 잘 표현했다. 평소에 본인이 생각하는 ‘남자의 소품’이 이런 요소들이었나.

그림의 주제가 ‘남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했지만 더 자세히 말하자면 제 라이프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림에 등장하는 게임기, 축구공, 신발 박스, 캐릭터 패션에 모두 제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있죠. 물론, 이런 소품들이 남자를 상징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경험하고 또 항상 머릿속으로 생각해오던 ‘남자들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황인지 궁금하다. 한 여름 날, 축구 동아리 방에서 게임을 하는 남자 동기들의 모습 같기도 한데, 또 짙은 수염이나 체형을 봐서는 학생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다섯 남자의 조합은 어떻게 구성된 관계인가.

한 여름 자취방에 남자들이 모여 축구게임을 하며 놀고 있는 상황이에요. 등장인물은 동기, 선후배, 학생, 직장인 관계도 아니고 그냥 ‘남자들’이죠. 남자들이 모여서 축구게임을 하면 실제 축구장에서 진짜 축구를 하는 것처럼 진지하게 임해요. 그래서 마치 자취방이 진짜 축구장이 된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차례대로 <basketball shoes>, <drunkard>, <Just do it>


전황일의 작품에는 모두 ‘남자’, 그 중에서도 외국인이 등장한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노랑머리, 덥수룩한 수염을 보면 외국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딱히 국적이 정해져있진 않아요.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 또는 나이든 직업이든 상관없이 오직 ‘남자’라는 사실에만 집중해서 작품을 구성해요. ‘남자’를 주제로 삼은 이유는 제가 남자다 보니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자연스레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죠.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특히 <남자의 방>이 가장 자신의 컨셉과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남자의 방>은 이 일을 시작한지 몇 달되지 않았을 때 그린 작품이에요. ‘앞으로 계속해서 남자를 그려야겠다.’는 확신을 준 그림이기도 하죠. 작업 당시에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려움도 많았고 머릿속도 복잡했는데 신기하게도 작업하는 동안 싹 정리가 됐어요. 컨셉에 대한 생각도 더욱 확고해졌고요. 그래서 <남자의 방> 자체가 자연스럽고 평범한 남자의 일상을 그리고 싶은 제 바람과 가장 부합한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02. 크리스마스

           

 

정말 무료하고 심심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밤이다. 그림 속 두 남자는 어떤 이유에서 25일의 무료한 밤을 함께하고 있나.

작년 12월 중순 쯤,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작업했던 작품이에요. ‘크리스마스’ 하면 정말 모두가 기다리고 즐거워하는 날인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중 한명이 솔로가 된지 6개월째이자 크리스마스를 남자들과 보낼 예정인 저였죠.당시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봤어요.

 

트리도 두 동강 나고, 장식은 물론이고 반짝이 전구도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다. 남자 둘이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극 사실주의’로 표현한 게 아닌가. 이 장면에서 가장 즐거운 건 강아지처럼 보인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감상을 깨고 싶었어요. ‘크리스마스’ 하면, 다들 장식이 화려한 트리를 생각하지만 크리스마스를 쓸쓸히 보내는 남자들은 그런 화려한 트리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어요.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즐거워하고 있는 강아지는 제가 실제로 키우는 강아지예요. 유독 즐거워 보이는 이유 중에 하나가 실제로 크리스마스가 생일이기 때문이죠.

<single life>

 

전황일의 작업을 살펴보면 ‘싱글 라이프’보다는 ‘싱글 우정 라이프’, ‘싱글 솔로 라이프’의 느낌이 강하다. 본인의 실제 생활은 어디에 가깝나.

‘싱글 솔로 라이프’에 더 가까워요. 생활의 대부분을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작업하는 편이라 그림처럼 혼자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자주 즐기지 못해요. 그래서 언젠간 꼭 해보고 싶거나 좋아하지만 요즘은 못하고 있는 것을 그림으로나마 표현하고 있죠.

 

여러 색상을 사용했음에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색감을 띈다. 채색 작업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로 이뤄져요. 채색작업은 그리기 전에 따로 색을 구상하지 않고 작업하면서 맞춰가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채도가 강하고 눈에 띄는 색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주로 톤다운 된 색상을 좋아하죠. 레드색상을 사용하더라도 약간은 물이 빠진 것 같은 레드를 사용해서 어느 한 부분이 유독 튀지 않게 작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03. 원룸

             

 

작품 <원룸>을 보니 예전 노트폴리오가 썼던 상수동 작업실이 떠올랐다. 지하 작업실이어서 창문은 없었지만 정말 딱 저런 구조(책상과 책장까지)였는데, 일상에 친숙한 공간을 주제로 잡는 이유가 있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꾸준히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아이디어의 대부분 일상에서 얻다보니 친숙한 공간을 주제로 다루게 되는 것 같아요. <원룸>에 등장하는 책상과 책장은 실제로 제가 사용하는 가구고, 책장에 올려둔 소품이나 배치 역시 제 책장과 아주 비슷하죠. 굳이 남자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친숙하고 평범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특히 <원룸>은 상상만으로 꾸미면 어색할 것 같아서 제가 살았던 원룸을 토대로 구성했죠. 등장인물 중에 의도적으로 꾸준히 등장시키는 인물은 없지만, 모두 수염과 문신이 있어서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겠네요!

<슈퍼보드>, <따르릉>

 

사실 <원룸>에서도 그렇고 <슈퍼보드>에 등장하는 남자도 몸에 문신을 가지고 있고,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남자들도 다소 무서운 인상인데 전반적으로 유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콩알만 한 눈 때문일까?

평범하고 친숙한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평범한 남자의 평범한 행동을 그리고 싶지는 않아요. 문신이 있는 큰 덩치에 수염도 길렀지만, 하는 행동이 마치 여자처럼 깔끔하고 섬세하다든가 술담배를 좋아할 것 같이 생겼는데 집에서 TV를 보며 콜라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반전’을 좋아해요. 남자를 주제로 그린다고 해서 꼭 거칠고 터프한 모습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아요. 남자가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등장인물이 다소 무서운 인상이지만 유해보이는 건 콩알만 한 눈을 포함해서 표정이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눈에 보이는 표정만으로 그림을 판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독자들이 인물의 표정보다 전반적인 그림의 분위기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캐릭터에 표정을 그리지 않았어요.

<camping> & <picnic>

‘싱글 라이프’외에도 그리고 싶은 주제나 일상이 있나.

남자들이 할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그리고 싶어요. 일상 외의 소재들에서도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 남자들의 더 많은 모습을 그리고 싶습니다.


전황일  

http://notefolio.net/jeonhwangil
http://jeonhwangil.blog.me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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