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체리장, 한국을 읽다

체리장, 한국을 읽다

21.10.20 어떤 미친 인간의 동영상인가 싶어 무심코 시청을 하다가 홀린 듯이 검색창을 켰다. 유투브에 게재된 콘텐츠는 얼마 되지 않는데, 하나하나 시청하다보니 어쩐지 중독되는 느낌이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흔한 사이비 교주의 모습이다. 머리에는 다이너마이트에 달릴법한 초시계를 장착하고 있고, 일본의 게이샤를 연상케 하는 흰색 얼굴의 분장과 그와는 대조적인 장식들이 눈에 띈다. 형광 핑크에 노란색 자막, 정신없이 시시각각 변하는 사운드와 텍스트에 정신이 혼미하다. 게다가 “북한 핵폭발”, “일등 시민권”이라는 하이톤의 근본 없는 단어의 강조와 반복은 보는 사람의 혼을 쏙 빼 놓는다.   BJ 체리 장 2018.04   그녀가 창조한 세계에서 그녀는 세상의 많은 이치를 깨달은 신(神)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그래서 체리장은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통해 천국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며 묘하 0 Read more
Column They Can't Cancel the Spring

They Can't Cancel the Spring

21.09.30 벌써 여러 번의 계절이 바뀌었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이따금 거리의 광경이, 일상 속 사람들의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한창 빠진 티비 프로그램 속 댄서들은 온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며 춤을 추고 있는데 막상 연습 장면에서는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든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의 입에 제것처럼 딱 달라붙은 마스크를 마주할 때가 그렇다. 그럴 때마다 ‘디스토피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싶다.   DAVID HOCKNEY, 출처: BBC News   요즘 소개팅에는 복면가왕처럼 음식을 주문하고 얼굴을 공개하는 민망한 시간이 있다는데, 이러한 소재들이 희화화되는 걸 보면 마스크 하나로 바뀐 삶의 모습이 웃기고도 이상하다. 아마 변화가 시작된 지점은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 보건 기구)에서 코로나 전염병 사안을 팬데믹으로 공포했을 때부터 였을 것이다. 이후로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 0 Read more
Column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

21.09.16 영원할 것만 같던 사랑의 강렬함이 끝나고 나면, 처음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범한 일상이 시작된다. 흔히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꽃피우게 하는 생화학적 호르몬은 2년이 한계라고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 시기가 지나면, 사랑은 뇌의 반응이 아닌 서로에 대한 신의와 노력으로 유지된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세상사 만물이 그렇듯 시작에는 끝이 있다. 그리고 그 ‘끝’은 사랑이 소실되어 택하는 이별일 수도 있고, 안타깝게도 누군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형태가 어떻든 우리는 상실을 경험하고, 아픔을 느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변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take waltz)> 출처:네이버 영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작품들은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를 만나 그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계를 자신에게 흡수해 세상을 0 Read more
Column 올림픽 유니폼

올림픽 유니폼

21.08.04 코로나로 1년 연기되었던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이 일본에서 개최됐다. 코로나 시국에 개최된 올림픽인 만큼 관객 없이 진행되어 허전했지만,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여느 때 못지않다. 특히 팬데믹으로 실내 생활이 주가 된 요즘, 코로나로 쌓인 스트레스를 올림픽 국가대표의 수행을 보며 해소하는 심리도 작용했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대한 흥미는 물론, ‘코로나가 끝나면 어서 빨리 운동을 하고 싶다’는 관객들의 반응도 주를 이루었다. 마스크와 하나가 되어 사는 요즘 그간, 느낄 수 없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처:olympics.com 특히 이번 올림픽은 스케이트보드, 서핑, 야구, 클라이밍, 카라테, 소프트 볼 등, 기존의 올림픽 항목에서 새롭게 추가된 종목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기존의 올림픽과 여러 측면에서 변별되는 특성을 지녔다. 무엇보 0 Read more
Column 뒤늦게 피는 꽃

뒤늦게 피는 꽃

21.03.10 최근 걸그룹 EXID를 떠올리게 하는 차트 역주행이 또 일어났다. 그간 대중에게 인식될 만한 히트곡 없이 데뷔 5년차를 맞이한 ‘브레이브 걸스’의 이야기다. 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해당 걸그룹의 한 멤버는 ‘아이돌 생활을 정리하고 취업 자리를 알아봐야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하다. 학교 폭력으로 시끄러운 연예계에서 이들의 역주행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신선하다. ‘인생은 한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시점이다.   브레이브 걸스, 출처: allkpop 며칠 간 각종 SNS에서 이들의 신나는 노래와 고생 서사로 난리였다. 역주행의 서막은 브레이브 걸스가 각종 위문 공연에서 <롤린>을 즐기며 노래하고, 이들과 함께 무대를 진심으로 즐기는 군인들의 떼창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영상에 달리는 재미있는 댓글도 흥미롭지만, 좋 0 Read more
Column 라벨 없는 패트병과 디자인의 역할

라벨 없는 패트병과 디자인의 역할

21.01.27 이미지 출처: 픽사 베이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면서, ‘제로 웨이스트’와 ‘재활용’에 대한 관심 역시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가정에서 사용량이 많은 패트병의 뚜껑과 라벨을 분리배출 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패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류에 발맞춰 <환경부>에서는 2020년 12월부터 아파트 내 페트병을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21년 12월부터는 단독주택에서도 해당 규정을 이행해야 한다.   플라스틱 다이어트, 출처: 환경부    참고로 패트병을 분리배출 할 때는 패트병에 붙은 라벨과 뚜껑을 제거하고, 압축해서 버려야 한다. 또한, 디자인을 위해 첨가된 색이 있는 유색 패트병은 분리배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생수 패트병만 분리배출에 해당한다. 환경을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디자인의 의미를 반추하 0 Read more
Column 우리의 것, 한복 지키기

우리의 것, 한복 지키기

21.01.25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Black Pink)가 대내외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우리 것’에 대한 세계의 관심 또한 높아졌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일본문화를 개방하면서 J-POP과 드라마를 쉽게 접했던 시절과 유사한 양상이다. 국가와 관련한 문화산업이 힘을 갖는 건, 사람들이 단순히 해당 국가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즐기는 데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주 노출되면 노출될수록 해당 국가에 대한 우호적인 감상이 내재화되고, 이는 곧 그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소비로 이어져서다. 때문에 단순해 보이는 문화 콘텐츠 사업은 세계화 시대에서 큰 힘을 갖는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것’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많아진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세계에 알릴 ‘우리 것’이 무엇인지, 어떠한 방식으로 이를 전달해야 할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도 그럴 게, 0 Read more
Column 서울, 공간,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전시

서울, 공간,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전시

21.01.06 기회가 닿아 보름이 넘는 기간을 지방의 한 아파트에서 보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도권 내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떨어졌지만,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려면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경제활동을 쉬이 그만둘 수는 없었다. 반려하고 있는 개의 산책도 하루 두 번 이상 나가야 했고, 번잡한 서울의 지하철은 마치 TV 브라운관 속 마스크 없는 연예인들의 얼굴처럼 ‘코로나’와는 먼 이야기 같았다.     고정된 위치에서 주변과 단절되어 존재해오던 서울의 주거 공간은 스크린을 통해 절대 좌표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집은 외부와 분리된 사적 공간이 아니게 되며, 이는 집에 대한 기존의 인식체계를 변화시킨다. 도시인들의 인식 속에서 주거 공간은 기존의 좌표계를 빠져나와 끊임 없이 왜곡되는 새로운 좌표계에 놓인다. 이 왜곡된 공간에서, 서울의 집은 가까워지고 멀어지며, 흘러가듯이 뒤틀린다.   지방의 도시는 유독 밤이 빠르게 찾아왔다. 오후 5시면 빠르게 어두워 0 Read more
Column 동물과 함께하는 디자인

동물과 함께하는 디자인

20.12.23 생각해보면 꽤 어릴 적부터 고양이와 강아지와 함께 하는 삶이었는데, 그간 동물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친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똑같이 ’나비‘라 불리는 길고양이들이 네다섯 마리, 외할머니댁에 놀러 가면 세상에 하나뿐인 믹스 아이들이 즐비했다. 당시 서울에서 동물을 반려한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 할머니 댁에 가기만 하면 동물 친구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떼를 부리곤 했다. 하지만 할머니 댁에 있는 동물이나 그 후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우리 집에 오게 된 진도 친구를 돌이켜 보면 ’동물은 동물답게 키워야 한다‘는 편견 아래 숱한 잘못을 저질렀었다.   고양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길고양이를 식용으로 쓰는 노인들이 많으니 ’눈에 띄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 음식물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주던 할머니와 ’개는 개답게 키워야 한다‘고 듣고 자라 산책 한 번 제대로 시키지 않고 0 Read more
Column 스스로 한계 짓지 않기, 로즈 와일리 Rose Wylie

스스로 한계 짓지 않기, 로즈 와일리 Rose Wylie

20.12.10 올초에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전하다. 여전하다고 하기에는 이전보다 확산세가 심상찮다. 벌써 이렇게 한해가 흘렀다. 그래서일까. 원래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엔 잠들기 전 ‘인생의 궤도’를 그려본다. 자유분방한 동시에 보수적인, 그런 모순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 훌쩍 먹은 나이를 곱씹으며 ‘지금까지 모아 둔 돈은 얼마더라’, ‘앞으로 뭘 해야 자산을 늘릴 수 있지’ 같은 경제적인 고민과 더불어 건강에 대한 걱정, 부모님의 노후를 생각한다. 하고 싶은 공부가 또 생겼는데 그 기간과 비용을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하고, 이미 20대 중반에 변곡점을 그렸으니 굳이 ‘또 그래야 할까 싶기도 하다.   Rose Wylie, 출처: www.theguardian.com   생각의 고리를 끊게 된 것은 ‘한국 사람들은 너무 나이에 집착한다’는 명제를 접하고부터다. 생각해보니 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