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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과 <Mr.K>

17.04.24 2

하고 있는 업무의 특성상 작가분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자꾸 ‘이름’의 의미(스튜디오 이름, 혹은 작가명)를 묻게 된다. 물론, 실명을 사용하는 분들은 예외기는 하지만, 실명 외의 ‘작가명’을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그 이름에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 같아서다. 대부분 답변은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의외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거나 자신의 이름과 비슷한 요소(발음 혹은 의미 등)때문이고, 두 번째는 그 이름을 짓게 된 특별한 이유나 사건이 있는 경우다. 그리고 많은 답변을 차지하는 세 번째 이유는 ‘아이디’때문이다. 학창시절에 쓰던 이메일 주소의 아이디를 고대로 가져와 작가명으로 쓰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 것이다.

 

2000년대 daum.net, 출처: 카카오 블로그

 

2000년대 야후, 출처: http://ringblog.net/1083

생각해보면 2000년대 전후로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너도나도 아이디를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다음과 야후가 네이버 보다는 우세였는데, 친구의 권유로 다음(daum) 아이디를 만들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앞으로 키울 애완동물을 집에 데려와 이름을 짓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초딩의 하루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학교에 다녀오면 숙제를 하고, 친구들에게 받은 이메일 계정 목록을 펜으로 찍찍 그어가며 이메일을 보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맨날 보는 사이라 할 말도 없을 텐데, “하이루~~ 나 핸이얌!!”이라는 일괄적인 인사말로 시작해 “그럼 20000 뱌뱌”로 끝이 나는 반복적인 메일을 하루에도 몇 십 개씩 보낸 것이다. 하지만, 초딩인 신분에도 이메일은 왠지 모르게 소비적이고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의 방도를 찾은 게 <Mr.K>와 <wawa109>였다.

 

 <Mr.K> 출처: http://1boon.kakao.com/mrklatter

 

<wawa109> 출처: http://blog.naver.com/hyingsj

 

물론, 지금보다 SNS가 덜 발달한 때라 좋아하는 가수의 정보, 그리고 여러 가십거리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해당 잡지가 좋았지만, 덕후가 되어 사재기를 한 건 오로지 ‘편지지’때문이었다. 그도 그럴게, ‘미스터케이’나 ‘와와109’를 펼치면 온갖 잡화란 잡화는 다 파는 가게에 온 것만 같았다. 햄버거를 조립하는 편지지부터 약 봉투, 칸초, 영화 포스터, 세제, 필름, 박카스 등등. 슈퍼나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의 패키지디자인이 편지지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그런 힙(HIP)한 디자인을 가진 편지지에 그간 열심히 준비한 ‘산돌광수 손글씨’로 편지를 적어 친구에게 전달하면, 내가 정말 힙(HIP)한 초딩이 되는 기분이었다.

 

<Mr.K> 특허증 편지지

지퍼백 편지지

 

아이스크림 와일드 바디 패러디 편지지

 

옷장 편지지

 

붕어빵 편지지, 상위 모든 편지지 출처: http://1boon.kakao.com/mrklatter

 

소다미 비엔나 편지지, 출처: https://1boon.kakao.com/collection


발렌 VFC 햄버거 편지지, 출처: 인스티즈

 

무엇보다 <Mr.K>와 <wawa109>의 편지지가 매력적이었던 건, 기존의 편지지와 달리 3D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과자 편지지라 치면, 단순히 예쁜 편지지에 글씨를 적는 게 아닌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여 편지봉투인 ‘과자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 과자모양의 편지지에 글자를 적어 넣는다. 이런 재치 넘치는 편지지에 편지를 썼다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충분히 힙(HIP)해 보이는데, 거기다 패러디 대상이 된 과자를 덤으로 함께 친구에게 건네주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후지필름통 편지지를 받은 친구의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

 

 

<Mr.K>의 콩순이 캐릭터 디자이너 최현정씨 인터뷰


당시에도 나는 <Mr.K>와 <wawa109>의 디자이너가 너무나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재치 있는 디자인으로 편지지를 만드는 건지, 그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던 것이다. 아마 당시 내게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가차없이 ‘미스터케이랑 와와109 편지지 만드는 사람이요!’라고 했을 만큼 두 잡지를 좋아했다. 결국 덕후의 사재기는 잡지 편지지 모음으로 이어졌고, 소중한 친구에게는 쓰기 아까워 모아둔 1급의 편지지를 아낌없이 꺼내 조립하곤 했다. 내가 그런 좋은 편지지에 편지를 써주면, 친구 또한 재치 있는 편지지를 조립해 답장으로 주었다. <Mr.K>와 <wawa109>에는 분명, 수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이메일과는 다른 특유의 매력이 있었다. 관련기사: <하늘 아래 캐릭터로 할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다!> 

 


<2024년, 한국의 일상> 출처: 서울신문

그리고 며칠 전, <서울신문>에 게재된 4차 산업 미래예상 인포그래픽 기사를 보고 문득 이 두 잡지가 생각났다. 그래프 속 세상은 마치 초딩 때 그렸던 ‘과학상상화’의 실현처럼 보였다. 사실, 2017년인 지금도 20년 전 생각했던 상상 속의 기술력과 그 이상의 기술이 실현 된 세상이긴 하다. 특히 작년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졌고, 올해는 4차 산업과 미래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아젠다(agenda)인 만큼 기술의 발전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그림 그리기, 소설쓰기, 광고 기획 같은 고도의 인지적인 과업이 요구되는 예술활동마저 어느정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Mr.k> 대표 캐릭터 ‘콩콩이’

 

<Mr.k> 캐릭터 ‘발렌'

 

<Mr.k> 캐릭터 ‘코딱지'


<Mr.k> 캐릭터 '소다미' 

 

그 후로 중학생이 되어 자연스레 손으로 만드는 재미가 퇴색해선지, 사춘기 때문에 아날로그 감성이 우스워져서 인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입체 편지지’에 흥미를 잃었다. 그리고 <Mr.K>와 <wawa109>도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추억의 잡지로 절판되었다. 위 두 가지 요소(개인의 선호도와 기술의 발전) 중, 어느 게 선행하고 어느 게 후행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열심히 입체편지를 조립하던 아날로그 감성이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립고 생생하다. 4차 산업 미래의 세상과 <Mr.K> 편지지의 상관관계를 모색하는 게 지나친 비약일까도 싶지만, 요즘에 화두가 되는 ‘과학상상화’같은 기술의 발전이 이뤄진 미래를 상상하면 부디 ‘미스터케이’와 ‘와와109’가 주던 인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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