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올림픽 유니폼

21.08.04 0

코로나로 1년 연기되었던 <2020 도쿄 하계 올림픽>이 일본에서 개최됐다. 코로나 시국에 개최된 올림픽인 만큼 관객 없이 진행되어 허전했지만, 그만큼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여느 때 못지않다. 특히 팬데믹으로 실내 생활이 주가 된 요즘, 코로나로 쌓인 스트레스를 올림픽 국가대표의 수행을 보며 해소하는 심리도 작용했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스포츠 종목에 대한 흥미는 물론, ‘코로나가 끝나면 어서 빨리 운동을 하고 싶다’는 관객들의 반응도 주를 이루었다. 마스크와 하나가 되어 사는 요즘 그간, 느낄 수 없었던 일상의 소중함을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출처:olympics.com


특히 이번 올림픽은 스케이트보드, 서핑, 야구, 클라이밍, 카라테, 소프트 볼 등, 기존의 올림픽 항목에서 새롭게 추가된 종목을 관람하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기존의 올림픽과 여러 측면에서 변별되는 특성을 지녔다. 무엇보다 코로나 이후 개최된 첫 올림픽이었기에 선수들의 운동복 차림에 마스크가 항상 함께 한다는 점이 기괴하면서도 씁쓸했다. 어떤 맥락에서는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지속되어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적응하고 살아가는 인류의 유연성을 엿볼 수 있었고, 계속해서 ‘한계’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을 보며 그 안에서 희망을 찾는 장면을 목격했다.

 

올림픽 최초 금메달리스트 '이탈로 페레이라' 출처: @ISAsurfing

 

물론, 단지 외적인 측면 이상으로 전하는 메시지도 흥미롭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평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은 기존 올림픽과 달리 여성 선수들의 참여율이 48.9%에 이르렀다. 일전의 하계 올림픽보다 여성 선수의 참가인원이 100명가량 늘었으며, 운동종목에서도 남녀 혼성 경기를 추가하는 등의 진전이 돋보였다. 그만큼 여성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국내에서는 양궁 종목의 안산 선수가 금메달을 세 개나 따내며 ‘안산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지 출처: 대한양궁협회

 

실상 여성 선수들이 올림픽에 아예 참가할 수 없었던 시절과 견주어 보면, 여성 참가율이 49%에 이르는 이번 도쿄 올림픽이 놀라운 발전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여전히 여러 담론이 남아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여성 참가자들의 운동복 문제가 화두가 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독일 여자 체조팀이 그렇다.

 

바뀐 독일 체조 유니폼, 출처: https://www.reuters.com

 

독일여자 체조팀은 기존의 원피스 수영복 형태의 하반신 노출이 많은 유니폼 대신, 전신을 덮는 유니폼을 선택했다. 불필요한 노출을 줄이고 경기에만 집중하며 스스로 입는 옷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노르웨이 비치볼 여성선수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노르웨이 비치볼 팀은 하반신 노출이 주가 된 바지대신 허벅지를 덮는 복장을 택했다. 공교롭게도 유럽핸드볼 연맹은 이러한 복장이 기존 규정에 위반된다며 선수 당 한화 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렇지만 정작 선수들은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들은 운동에 불필요한 성적대상화를 지양하고, 무엇보다 기능적으로 저하되는 것을 이유로 기꺼이 벌금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비치볼 선수들의 복장, 출처: @norwaybeachhandballwomen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자 운동선수들의 불필요한 노출은 운동의 기능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가 종목과 무관한 신체 부위를 비출지도 모르기에 운동 외에 신경써야할 부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니폼이 경기 주의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난데없이 올림픽 유니폼 디자인이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는 '복장이 태도를 만들어서'다. 나아가 태도는 일에 임하는 자세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옷의 디자인은 단순히 심미적 이상의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온몸을 마음껏 써야하는 유니폼마저 그 기능이 저하된다면 선수들의 이러한 시도도 선뜻 이해가 된다.

 

출처: ABC News 

 

실제로 의류업계에서 남성복과 여성복은 기능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재질 또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의류업계가 필요 이상으로 ‘디자인’에만 신경 쓰는 기존의 관례를 답습해서인데, 이러한 배경에는 입는 사람이 편한 옷보다 ‘여성복은 예쁘게 입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화가 만연해서다. 하지만 오래된 관습 때문에 남성복과 여성복의 차이를 변별하기 어렵고, 크게 문제라고 의식하지 않는다. 때문에 소비자 스스로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성 선수들의 작은 움직임은 그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옷의 기능과 사회/문화적 역할을 다시 반추하는 기회였다. 앞으로 있을 올림픽에 또 어떤 종목의 유니폼이 바람직한 디자인으로 변화할지 기대된다. 

 

김해인

읽는 사람이 즐거운,
언제나 유쾌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