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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ART ROAD] 인도 전통그림 배우기

14.01.29 2

365 ART ROAD 3화
인도 전통그림 배우기

 

no.48
<Women> Pushkar, india

 

기대하고 기대하던 시간이다.

인도전통 그림 중 하나를 배우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항상 내 스타일대로 그려오던 내 그림 인생. 새로운 방법과 느낌인 인도그림을 배울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된다.

 

- 그림을 배울 ASHOKA ART SCHOOL

 

이미 전 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알아보니 보통 한 시간에 150루피, 하지만 흥정하여 크기, 시간 상관없이 500루피에 해주시겠다고 해서 이곳으로 결정했다. (500루피이면 원칙적으로 3~4시간인데 나는 이 날 5~6시간을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그나마 저렴하게 한 것이다.) 이곳 선생님과도 애기도 많이 하고, 그림 그리시는 것도 보았는데 실력이 대단하셨다. 500루피면 나의 인도 여행을 따져보면 하루 충분히 쓸 만한 생활비이지만, 쓸 때는 써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여행 관!

먼저, 선생님이 붓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림 그리는 순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붓이 아주 얇고 섬세하기 때문에 힘 조절이 중요했다. 악기를 들고 있는 인도남자를 그릴 예정. 바탕 재료는 실크 천이다.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실크에 풀을 먹이고 나무캔버스에 붙여 고정시킨다.
2. 연필로 얇고 흐리게 이미지를 스케치한다.
3. 우선 가장 넓은 바탕색부터 칠한다. 그라데이션을 주면서 칠하는데, 생각보다 물 조절이 힘들다.
4. 가장 밝은 색인 피부를 재외하고, 넓은 면적부터 차차 색을 넣어가며 명암 디테일을 올려준다.
5. 좀 더 디테일 묘사를 하고, 피부를 칠해준다.

 

완성작


사용되는 천연물감은 덧칠이 아주 잘된다. 그래서 어두운 색을 올리고 밝은 명암주기에도 편하다. 또 농도조절에 따라 아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내 그림을 보면서 혼자 뿌듯해 했다. 개인적으로 옷에 들어간 검은 디테일이 가장 맘에 든다.

자랑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선생님이 너무 잘 한다며, 한 달에 얼마주면 여기서 일할 수 있냐고 농담 삼아 물어보신다. 그래서 나도 농담 삼아 ‘한 달에 적어도 200만원은 주셔야 되는데요?’ 라고 말했더니, 선생님이 그건 힘들겠다고 웃으신다.

 

-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과 함께


사실 여행 시작하기 전에 '각 국의 전통그림을 배워가면서 여행하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작 도착해서 다니다보면 그런 기회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여기 인도에서라도 짧게나마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미술을 한다고 미술박물관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공부하고.. 그런 것들도 정말 중요하지만.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큼 ‘내 것’으로 만드는 확실한 방법이 또 있을까. 짧은 경험이었지만, 눈으로만 읽어오던 그림을 하얀 실크 천부터 완성까지 내 손으로 경험했으니, 100번 그림을 보는 것보다 확실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바라나시 한국스님의 은혜

 

No.57
Ganges river, Varanasi, India


‘바라나시’다.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힌두교도들은 갠지스 강을 성스러운 어머니 강으로 숭배한다. 그 때문에 갠지스강 물에 목욕을 하면 죄업이 씻겨나가며, 죽은 뒤 이 강물에 유해를 흘려보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고 믿는다. 강 자체가 신이 되어 그들을 지켜주고, 그들의 거둬간다.

겐지스 강 근처에는 죽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병원들이 있다. 죽은 후 여기에서 태워져 이 겐지스 강에 몸을 떠나보내길 바라며 말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몸을 충분을 태울 만큼의 장작을 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 많은 양의 장작을 사지 못한다. 결국 그 부족한 장작으로 태워지며, 그러면 시체는 다 타지 못한 채로 강에 띄워지게 된다.

 

갠지스강

 

No.58
<Ghats of the Ganges> Varanasi, India

 

No.60
<Two men> Varanasi, India
겐지스강에 떠가는 시체를 바라보는 두 남자

 

바라나시에 도착했을 때, 몸 상태가 안 좋았다.

나는 자주 아픈 편은 아니지만, 나는 한 번 아프면 꽤 심하게 아프거나 오래 앓는 경우가 많은 몸이다. 바라나시에 도착하고 하루 정도 지났을 때부터 몸이 슬슬 아프기 시작했다. 몸살 감기기운과 함께 편도가 약한 나에게 가장 치명적인 병. 편도선이 붓기 시작한 것. 한국에 있을 때 수술을 권유받았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건데 인도여행 중에 뭐 조심하기도 힘들고 항상 더러운 먼지와 정체불명의 음식들을 먹어댔으니 오히려 건강한 게 이상했을지도.. 

약은 거의 떨어져가고, 한국음식이 어찌나 그립던지, 제대로 된 김치 한 조각이라도 먹었으면 했다. 그 때 한 인도친구에게 들은 이야기. 멀지 않은 곳 사르나트에 한국 절이 있다는 애기를 들었다. 한국 절에 가면 진짜 한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아갔다. 불교는 아니지만 그때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 간 한국 절 ‘녹야원’.

정말 그 곳엔 한국 태극기과 한국 지훈스님이 계셨다. 지훈스님께서는 나에게 맛있는 한국 식사를 차려주시고, 따뜻한 차와 함께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 스님께서 내가 몸이 안 좋은 것을 아시고 한 말씀을 하셨다.

“수로야, 몸도 안 좋은데, 네팔로 떠나기 전에 좀 쉬면서 건강 추스르고 다시 건강하게 시작해야 되지 않겠니, 여기 방도 있으니, 여기서 푹 쉬고 다 나으면 네팔에 가는 건 어떠니."

이건 내가 기대했던 한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사실 바라나시 숙소형편도 좋지 않았고, 혼자 도미토리에서 끙끙 앓고 싶진 않았다.

"정말 그래도 되나요 스님?"

다시 한 번 물으니, 스님께서 바로 짐 싸서 오라고 하신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 다음 날 바로 짐을 다 들고 다시 절로 향했다. 그렇게 나는 그 곳에서 거의 일주일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스님과 아침을 차려먹고, 쉬고, 스님이 주시는 따뜻한 차 마시고, 또 건강한 한식으로 점심, 저녁을 먹고.

스님은 정말 요리를 잘하셨다. 한 식사에 적어도 3가지 이상의 김치 종류가 올라왔는데, 그 모두가 스님께서 직접 담그신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내 몸은 다시 건강을 찾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녹야원에서

그리고 네팔을 향해 짧았지만 정들었던 절을. 그리고 지훈스님과 작별하는 날. 지훈스님은 직접 나를 기차역까지 태워다 주시고, 용돈까지 주시며 스님이 가지고 계셨던 한국 차, 양념, 라면 등을 꼼꼼히 챙겨주셨다. 일주일간 스님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지만, 단 한 번도 내 종교에 대해 물어 본적이 없으셨다. 그 자체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에겐 너무나 넘치는 사랑을 주셨던 지훈스님. 떠나기 전 날 밤. 방에 앉아 스님의 얼굴을 종이에 옮기면서. 나도 여행하면서 받았던 모든 도움과 사랑을 꼭 베풀고 살리라 다짐하였다.

인도의 여름이 되면 날이 너무 더워 몸이 약해지신 스님께서는 버티기가 힘드시다며, 인도 여름에는 제주도에 잠깐 오신다고 한다. 내가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제주도로 스님을 뵈러 갈 것이다. 이제 내가 보은할 차례다.

 

 

김물길

스물넷에 떠난 컬러풀한 세계일주 '아트로드' 저자

이름처럼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개월간 그림을 그리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계속 이번 여행에서처럼 드라마, 코미디 그리고 로드무비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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