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내 인생의 ‘장인‘이 되는 법, 김동유

14.07.04 3

날씨가 맑았던 작년 가을 어느 월요일, 예술의 전당에서 하던 ‘알폰스 무하’ 전시를 보러 갔다. 프랑스에서 샀던 엽서를 예쁘게 그렸고, 그림이 어렵지 않아 머리를 식히러 갔다. 월요일 오전이라 사람도 적었고, 나와 동시에 티켓을 샀던 대여섯 명의 아주머니들의 웃음소리가 간혹 들렸다. 나 역시 그 사람들 틈에 끼어 전시를 즐겁게 보고 있던 순간, 나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보며 울어 버렸다. 진짜 갑작스럽게 울었는데 생각보다 눈물이 많이 나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책으로 얼굴을 가렸던 기억이 난다.

 

<사계> 알폰스 무하, 1895
(이미지 출처 : www.kdy.kr)

그때는 눈물을 닦느라 운 이유를 제대로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 완벽함을 느끼고 눈물이 났던 것은 기억난다. 나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에서 완벽을 향한 그의 고집을 느낄 수 있었다. 세심하게 늘어뜨린 여성의 머리카락, 요염하게 움직이는 눈동자, 비단을 걸친 옷 주름 표현까지. 곳곳에 세심히 신경 쓴 그의 노력이 나를 울게 만들었다. 다른 작가들 역시 완벽을 위해 노력하지만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부분이기에 눈물이 났던 것은 아닐까.

동시에 많은 일이 진행됐던 2013년 가을, 문득 어느 하나 완벽하지 못한 내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런 나를 알폰소 무하의 작품이 훈계하는 것 같았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것 같은 나의 계획과 마음과는 반대로 무하의 그림은 깔끔하고 완벽했다. 순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어떤 자세가 있어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지?’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바꿔 말하면, 어떤 끈기와 인내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내게 작가의 작품이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반드시 알아야 했으나 애써 피했던 덕목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이다.

 

<Van Gogh (Van Gogh)>, 227.3 x 181.8cm, Oil on canvas,  2010                    

 

 

<Maria (Madonna)>, 227.3 x 181.8cm, Oil on canvas,  2011


 ‘세심함’, ‘꼼꼼함’은 소위 ‘사회가 말하는 성공’에 만 국한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게다가 덜렁대는 성격인 나는 원체 꼼꼼하지 못해서 ‘저 쪽(꼼꼼함)은 내 전문이 아니지’라며 피해버렸다. 그런데 여며지지 않은 인생을 사는 것만큼 버티기 힘든 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시작하면 하나를 마무리하고, 또 다른 일을 시작하면 그것을 마무리 짓는, 지금은 그렇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알폰스 무하의 그림을 보면서 느낀 ‘꼼꼼함’과 ‘완벽함’은 작가 김동유의 작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동유는 중첩된 ‘Double Image’에 관심을 갖고, 두 가지 이미지가 주는 충격에 주목한다. 각자 다른 스타들의 이미지를 통해 표출하는 각기 다른 완벽함이랄까.

 

 

<Park Chung Hee (Marilyn Monroe)>, 227.3 x 181.8cm, Oil on canvas,  2008



<Mao Zedong (Marilyn Monroe)>, 227.3 x 181.8cm, Oil on canvas, 2010

작가는 작업할 때, 한쪽에 그려야 할 스타의 작은 사진을 붙여놓고 일일이 붓으로 내용물을 그린다. 이렇듯, 아주 작은 이미지가 모여 다른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완벽함을 구축한다. 김동유 작가는 부유하지 않던 작가로, 축사를 개조한 집에서 작업하기도 하고 아버지와 의절을 하면서까지 그림에 매진한다. 생계를 위해 택시 회사에 찾아갔으나 거절당하고, 또다시 그림을 그린다. 생계는 아내에게 맡긴 채 ‘공무원’처럼 그림을 그렸다. 근 18년 동안 무명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이화익 갤러리 대표의 권유로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그림을 내놓는다. 그리고 2005년, 기적처럼 고흐의 이중그림이 추정가의 3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듬해, 크리스티 경매 역시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을 출품하여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가격으로 낙찰됐다. 작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시리즈를 위해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유 작가야말로 ‘장인’이다. 장인은 세상을 새롭게 보는 힘, 관찰하는 힘, 디테일 한 준비와 그만큼의 고집이 있다. 더불어 계획을 (토를 달지 않는) 실행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봉준호 감독의 별명이 ‘봉테일’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봉준호’와 ‘디테일’을 합친 말인데, 그만큼 디테일 한 작업을 해서 붙여진 별명이란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여러개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이유는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Marilyn Monroe (Albert Einstein)>, 227.3 x 181.8cm, Oil on canvas,  2009


김동유 작가의 작품을 보며 ‘나는 인생을 얼마나 끈기 있게 살고 있나. 그동안 너무 부드러운 두부만 먹으며 산 건 아닐까? 이렇게 두부만 먹다 보면 나중에 콩을 씹지 못하진 않을까?’ 하고 많이 반성했다. 두 가지 이미지가 섞여 형태도 없던 그림에 윤곽이 잡히고 색을 칠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계절로 치면 늦봄에 가까운 나의 인생이 이제 막 형태가 잡히고 있다. 매번 생각지 못한 상황을 만나 그림 전체의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완성 됐을 때 빈틈 없이 꽉 채워진 나를 만나고 싶다.

순간순간 가득 채우고 메우면서, 뒤돌아보지 않고, 지금의 나로서 꿋꿋하게 사는 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다. 이렇듯 내 자신을 믿고, 올곧게 믿은 바를 행하고, 꼼꼼히 준비하며 순간순간의 책임을 다해 내 인생의 ‘장인’이 되고 싶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