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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되세요! , 구성수의 <Magical Reality>

14.05.29 3

<Statue of Liberty - Motel 자유의 여신상-모텔, 120x160, c-print, 2005>
(이미지 출처 : www.koosungsoo.com)

 

 

 

 

‘살라가둘라 멘치카불라 비비디 바비디 부, 신기한 요술을 보여주마! 비비디 바비디부!’

 

요정할머니가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갈 수 있도록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어줄 때 사용하는 주문이다. 비비디 바비디부! 요정 할머니 덕분에 신데렐라는 예쁜 옷을 입고, 마차를 타고, 무도회에 간다. 요정 할머니는 신데렐라에게 신기한 요술로 ‘잠시 잠깐’, 신데렐라에게 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몇 시간의 입장권을 선사해 주었다.

 

구성수의 작업 시리즈, ‘Magical Reality’는 어쩌면 요정 할머니의 방망이를 갖지 못해 주변에서 방망이와 비슷한 것을 찾아 현실을 마법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우리의 모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제4회 다음작가전의 수상자, 작가 ‘구성수’는 ‘서구의 모더니티가 우리의 문화 속에서 수용되는 과정을 시각화 한다’는 취지로, 1년의 작업 기간을 통해 ‘하나의 문화가 다른 문화와 충돌할 때 발생되는 식민지적 관계성’을 표현해 냈다.

작가는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열망, 격을 높이고 싶어 계속 허우적대는 우리의 인생을 의외의 곳에서 포착한다. ‘격 높음’ 혹은 ‘난 서양물 좀 먹었다’싶은, 모텔 위의 당당한 자유의 여신상. 이 자유의 여신상은 정말 ‘자유’를 원하는 것일까? 원작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마음 없이, 그저 따라 만든 원작이 아닌 것들에서는 원래의 것이 가진 생생한 기운은 없어지고, 비슷한 것을 만들고 주문한 사람들의 욕망만이 남는듯 하다. 우리는 누구를 따라 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우리는 누구를 닮고 싶은 걸까?



프랑스 교환학생을 갔을 때, 나는 ‘프랑스인’같이 말을 잘하기 위해서 많은 단어와 문법들만을 공부해 갔었다. 공항에 내려 “화장실이 어디죠?”라는 한 마디를 공항 직원에게 하고 왠지 나의 1년은 굉장히 잘 풀릴 것 같다는 짜릿함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공부해간 것들과 무색하게 내가 프랑스에서 실제로 해야 했던 많은 말들은, 평소 한국에서는 심도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밖으로부터 오는 한국에 대한 궁금증’의 답이었다. 친구들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주제인 ‘남북통일, 우리나라의 면적, 인구의 수’ 같은, 대부분 살면서 ‘그러려니’ 했던 것들이 보통 처음 만나는 외국인들과의 대화 주제였다.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등잔 밑이 어두운 것처럼, 이렇게 한국을 모르는 내 자신도 부끄러워서 당황했었다.

격 높은 문화를 가진 ‘프랑스인’같이 말을 하기 위해서 갔던 프랑스에서, 오히려 나는 나의 격을 높이기 위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더 많이 공부해야 했다. 그리고 바꿀 수 없는 ‘한국인’인 나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고 계속 선진국 사람들 흉내만 내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저런 경험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온 것 같았다. 대외적으로 더 잘 보이기 위해서 해왔던 회사생활은, 나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이루어진 피상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밖으로부터 오는 나에 대한 궁금증’을 잘 풀어나갈 힘이 없었다. 내가 만들어낸 대로는 잘 대답을 했지만, 그것을 벗어나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할 때마다 많이 당황했다. 바라는 대로 만들어진 자아는, 사실은 그렇게 큰 힘이 없고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더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야 말로, 누구를 따라 하면서 살려고 한 것일까?

 

 

 



‘비비디 바비디 부’는 우리 스스로의 삶을 놓지 않고, 주인이 되어 사는 동안 유효한 마술의 주문인 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진짜’와 똑같아지는 마법은 없다. 비틀비틀 흔들리면서 진짜인 것을 따라가지 말고, 각자가 지금 있는 곳의 진짜 ‘자유의 여신상’, 진짜 ‘모나리자’, 진짜 ‘멋진 궁전’, 진짜 ‘공룡’이 될 수 있도록,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모든 아픔 잊어버려 행복한 꿈을 꿔봐요
꿈이 이루어진다고 믿으면 언젠가는 어떠한 고난이 닥쳐도
믿음 잃지 않으면/ 꿈이 이뤄질 거예요
‘Cinderella - Bibidi Bobidi Boo’ 동영상 中

 

우리가 우리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마법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기다리며, 오늘도 마법 같은 일상을 사랑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기를.

비비디 바비디 부!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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