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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법칙, 폴 시냑 (Paul Signac)

15.07.30 0

-<Comblat le Chateau. Le Pré.>1886, Dallas Museum of Art

 

 

 

흔히 말하는 자존심 싸움은 “내가 옳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작된다.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옳을 지도 모르지만, 그 ‘옳은 것’이 무엇인지 제 3자가 정확히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모 연예인의 사장님과의 카톡 대화, 모 변호사의 알고 싶지 않은 사랑 이야기, 또 다른 연예인의 가족 간의 법정 싸움 등 수 많은 제 3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 1과 2의 관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사실’을 정확히 알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제 3자들은 자신과 친한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자신과 관계가 되는 사람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옳은 조언이지 아닌지를 떠나서 자신의 쪽에 서있는 사람이 상처받지 않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성격차이 때문에 싸운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기저에는 우리 동네가 좋아지기를 바라고, 우리 집이 잘 살기를 바라며 내가 속한 곳에서 나와 관계된 것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이런 바람은 아마도 모두에게 공통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서로 좋자고 먼저 챙겼던 ‘관계’가 원인이 되어 부서지고 조각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관계는 두 가지의 극단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평행선상에서 ‘평정심을 가진 관계’를 ‘0’이라고 보고, 마이너스 쪽으로 쭉 가면 ‘이기심’이라는 단어가 보일 것이고, 플러스 쪽으로 쭉 가면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박애’가 나올 것이다. 결국 이기심과 박애는 같은 선 상에 서있다. 양 극단의 차이는 바로 ‘내 자아의 존재 유무’가 만들어낸다. 내 자아가 너무나 세게 발현되면 ‘이기심’으로, 내 자아가 다른 사람들과 모두 동화되어 있는 상태는 ‘박애’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Le Grand Canal à Venise>,1905, oil on canvas, 73,5 × 92,1 cm, Musée d'art de Toledo.

-<The Jetty at Cassis, Opus 198,> 1889,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City.

 

 

 

‘이기심’이 가장 잘 발현될 수 있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과 연인이다. 어떻게 보면 내 자아가 다른 사람들과 모두 동화된 상태인 ‘박애’가 나타나야 하는 대상들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연인에게는 친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이기심을 보이게 된다. 이는 ‘무조건 내가 맞을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 동반된 이기심이다. 때로는 이런 이기심이 모든 것을 잃을 때까지 지속될 수도 있다. 물론, 이기심을 부릴 당시에는 자기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상대방에게 ‘상처를 마구 준 존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 칭칭 두르고 있던 여러 껍질들이 벗겨지면서 이기심을 발현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사랑은 죽음마저 잊게 만든다네. 두려운 건 사랑하지 않거나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서야.
용감하고 진실한 사람이 죽음과 맞설 수 있는 건 열정적인 사랑 때문이라네.
죽음을 마음속에서 몰아내기 때문이지.
물론 두려움은 언젠가 돌아오지.
그럼 또 뜨거운 사랑을 해야 하고.

-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헤밍웨이의 대사

 

-< Le Pin de Bonaventure> 1893, Musée des beaux-arts, Houston

 

 

 

‘연인이 떠날까, 가족이 나를 미워할까, 혹은 친구들이 나와 멀어질까’를 고민하는 것은 어느 순간 관계의 진정성을 잊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그 동안 내가 쥐고 있던 관계의 끈을 그저 이기심을 부려도 되는 존재들의 집합으로 여긴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진정한 사랑을 주지 않고 내 선에서, 내 자존심에 맞게 관계를 좌지우지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영화 속의 대사를 보며 잠시 반성하게 됐다. 나는 진정성 있게 가까운 사람들을 대했는가? 내 감정에 취해 많은 가시들을 만들어 놓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모두 밀어낸 것은 아닌가?


-<Portrait de Félix Fénéon> oil on canvas, 1890, Museum of Art, New York

 

 


폴 시냑(Paul Signac)의 그림을 보면 그는 ‘관계의 법칙’을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이기심과 박애의 중간에 서서 중심과 배경의 것들이 잘 어우러진 ‘관계의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신인상주의 작가인 폴 시냑은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를 스승으로 모시며 점묘법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시냑은 당대의 실내 정경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들에서 색채 분할과 점묘를 실험했다. 무정부주의자와 잡지 <레뷔 앵데팡당(Revue Indépendante)> 관련자들과 어울렸던 시냑은 그에 대해 글을 몇 편 쓴 적이 있는 작가 펠릭스 페네옹(Felix Feneon)과 친해지게 된다. 페네옹은 쇠라의 1886년 작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보고 이 회화에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라는 이름을 붙였다. 늘 자신감에 차있고 명석한 대화에 능했던 시냑은 이제 신인상주의의 대표적 선전가가 되었다. 인상파 화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o)와 시냑의 친구였던 그의 아들 루시앙 피사로 (Lucien Pissaro)도 신인상주의의 점묘법을 적극 수용했다.
 

...조르주 쇠라와 시냑은 화가라기보다는 과학자처럼 신인상주의 이론화에 몰두했고,
서로 보완하며 완성해나갔다.
쇠라는 수학적 비례에 관심을 갖고 색채뿐만 아니라
선과 형태의 이론화 작업과 실내의 빛을 다룬 작품들에 착수했다.

- 출처: 네이버 캐스트, 폴 시냑 

 

-<Sunday> 1888–1890, Private collection

-<The Port of Saint-Tropez>, oil on canvas, 1901, The National Museum of Western Art, Tokyo, Japan

 

 


시냑과 쇠라의 그림을 보면 배경과 주로 보이는 것들의 관계가 조화롭다. 그들의 그림에서는 어떤 물체도, 어느 색도 자신만을 위해서 튀지 않으며 서로의 상생을 위한 조화를 이뤄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기심과 박애의 중간에서, 신인상주의 작가들의 점은 서로의 조화를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마도 이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그들의 점묘화는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작품의 주제를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러니 중도(中道)와 중심(中心)을 지키는 것은 관계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뜨거운 냄비가 그 열기를 잠시 잃을 때를 대비해서, 우리는 다시금 타오르는 불꽃을 만들 수 있는 불쏘시개를 항상 준비해야 한다. 또, 너무 뜨거워진 관계를 조금 식혀주기 위해 차가운 물도 준비해야 한다. 관계의 저울 양 쪽을 수평으로 만드는 것은 평행선의 저 왼쪽에 있는 마이너스의 ‘이기심’으로 풀 수 없고, 플러스 쪽의 ‘박애’만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관계의 저울을 수평으로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밖에 할 수 없다는 것. 나를 둘러싼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그들을 위해서 먼저 노력해야 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가 생각난다.


시냑의 그림에서 찾아낸 '관계의 법칙'은 이기심이 머무는 자리에 조금씩 박애의 마음을 물들여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도(中道)를 지키며 소중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칙의 마지막 유의점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주는 사랑과 관심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후회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것이 조화될 수 있도록, 오늘은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각자가 마음 속에 품은 이기심을 줄이고 상대에게 먼저 다가가보면 어떨까?

 

 



출처
사진은 모두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Paul_Signac
https://fr.wikipedia.org/wiki/Paul_Signac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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