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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현실을 위해, Use your Illusion! 서상익

14.06.19 0

<Circus3 (Paint it Black)>, 193.9 x 97cm, Oil on canvas, 2010

아직 그 어느 것도 정확해진 것은 없지만, 새로운 쪽으로 일을 시작 하려고 한다. 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 나를 관통하고 있던 3개월의 시간 동안, 부정확한 과정에 있던 나의 인생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그 존재를 확인 받곤 했다.

“뭐 해?” “앞으로 뭐 할거야?” “현실 앞에 지는 네가 아니었잖아”

어쩜,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들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나의 이야기를 이 테이블의 술안주로 올려놓을까. 그래도 밝게 사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므로, 최대한 자연스럽고 시원하게 대답을 해준다. “글쎄, 내가 그랬나?”

대답을 해놓고도 속이 시원하지 않다. 정말 자연스러웠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가 남기도 한다.

원래 나는 사람들에게 10년 뒤 꿈이라든지, 살면서 꼭 이뤘으면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곤 했었는데 이젠 그런 질문은 그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기다. 괜히 미안해졌다. 내 질문이 얼마나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괴롭혔을까 생각해보니 진짜 미안해졌다. 누구든 그 어느 것도 정확해진 것은 없을 텐데 말이다. 너무 긴 계획을 갖고 사는 것은 자신을 옭아매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끼는 시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계획에 갇혀 새로운 길을 보지 않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범인류적인 욕심이 나기도 한다.

나의 일상은 마법처럼 흘러가기를 바랬건만, 이제는 스펙을 위해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괜한 연민에 빠진 노인네가 된 것 같다. 인생의 ‘회의주의 소용돌이’로 쑥 빠지려고 할 때면, 피부를 위해서 엄마가 사준 한약을 먹는다. 피부라도 좋아지면 마법 같은 일상이 되려나? 어쨌든 혜안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인생의 끝이 올 때쯤이면 혜안을 가질 수 있을는지 궁금하다.

 

 

<Nevermind – 자기치유장치>, 116.8 x 91cm, Oil on canvas, 2008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무언가를 결정하려고 할 때, 49%와 51%를 가리기 위해서 참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무수한 결정을 하는 순간을 떠올려보면 항상 시작할 때 100%의 만족을 얻으려고만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도 100%를 만족할 수는 없으니 자꾸 이 것이 아닌가 싶고, 내가 잘 사는 것인가 싶고 했던 것 같다.

100%의 만족감이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의 내가 선택한 것이 최선이기에 이 순간을 악바리처럼 살아 버텨내야 한다는 것을 조금만 일찍 느꼈다면, 그리고 세상을 살면서 결정을 하는 많은 안건들은 51.5%의 만족을 얻기도 버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용납 했다면, 그런 게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조금은 덜 방황했을까?


작가 서상익은 일상에서 솜사탕처럼 몰려오는 무료함을 환상과 함께 그려내는 작가이다. 작가는 ‘일상이라는 무미건조함이 보다 개인적으로 사실적인 일상이 되기 위해 상상의 공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인지 작가가 그려낸 작품들은 덤덤하게 ‘내 옆에서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일상의 상상을 허락한다.

<의미없는 밤>, 154.5 x 112.1cm, Oil on canvas, 2011

 

<일요일 오후 4시>, 162.2 x 130.3cm, Oil on canvas, 2007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지루해 난 하품이나 해/ 뭐 화끈한 일 뭐 신나는 일 없을까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를/ 신도림 역 안에서 스트립 쇼를

야이야이야이야이야 – 자우림, <일탈>

 

 

<무엇이 나를 한심하게 만드는가, 193.9 x 130.3cm, Oil on canvas, 2007>

 

<네?!>, 91 x 72.7cm, Oil on canvas, 2008

작가가 현실의 모습에 상상을 보탠 것은 자우림의 노래처럼 글자 그대로의 ‘즐거운 인생’을 위한 일탈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이 가진 책임의 무게를 즐겁게 버티라는 의미인 것 같다.

작가가 선택한 ‘일상과 상상의 복합’은, ‘인생의 행복감’을 위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 인생을 살아내야만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다 하며 사는 희열’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Remember>, 193.9 x 130.3cm, Oil on Canvas, 2011

아마 환상보다, 상상보다 나은 나의 결정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무엇이든 선택과 함께 또 다른 상상을 하게 될 것이고, 선택에 대한 후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인생극장에서 “그래! 결심했어!”를 외칠 수 있었던 이휘재도 겪어보기 전에는 어떤 결말이 나올지 몰랐으니까.

51.5%의 더 나은 선택과 결정을 위해서 너무 많은 상상과 환상을 갖는다면 그건 일상의 무료함을 제거하는 방법이 아닌, 현재의 일상을 그냥 엎어버리려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란 엎을 수 없기에 살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서상익 작가처럼 너무 과하지도, 너무 번잡스럽지도 않게 나의 현실에 상상을 가미하여 인생의 행복을 담담하게 느껴보기로 했다.

1년 후, 10년 후, 15년 후의 생각이 미치지도 않을 큰 결과를 위한 상상이 아닌 ‘오늘 주어진 하루를 살 것’을, 그것도 최선을 다해서 살 것을 상상하고, 매 순간순간을 찬란하게 보낼 것으로 상상하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리고 ‘찬란한 현실을 위한 착각’을 위하여, 혹은 ‘착각 같은 현실’을 위하여, 나의 인생을 책임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살아낼 것을 상상한다 & 할 것이다.

 

 

l  이진숙(인터알리아 아트 디렉터)의 글에서 제목을 빌려왔습니다.
  > ARTICLE à 2008. 11. 녹아내리는 오후(첫번째 개인전) 전시 평문

l  사진 및 제목을 차용한 이진숙님의 글은 서상익 작가의 홈페이지(http://www.seosangik.com)에 있습니다.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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