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Column  /  십사

당신을 위로할 ‘기술’과 ‘예술’의 결합, 그룹 팀랩(Team Lab)

17.01.24 0

Connecting! Block Town, teamLab, 2016, Interactive Digital Installation, Wooden blocks, Sound: Hideaki Takahashi, 출처: https://www.team-lab.net


내 인생의 최초의 ‘터치’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나를 뱃속에 안고 10개월을 무사히 버텨준 엄마의 손길일 것이다. 27살의 여자는 나를 배에 가지고 회사도 다니고, 시집살이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배를 간간히 할머니가, 아빠가, 이모들과 친구들이 만졌을 것이다. ‘세상에 나오면 보자’면서 말이다. 그래서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이 있는 걸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또 그 연결이 서로의 ‘터치’로 이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배가 아프면 손으로 배를 문지르고, 머리가 아프면 머리를 문지른다. 어릴 땐 엄마나 할머니가 해줄 수 있었지만, 크면 클수록 내 손으로 내 배를 문지르며 아픔을 다독거려야 하는 일이 많다. 여간 슬픈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난 후로는 남편이 배를 문질러줘서 다시금 타인의 도움을 받아 아픔을 극복하게 되었다. 그럴 때면 나 혼자 문지르는 손길과는 다른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가 단지 내 아픈 부위를 만져주었을 뿐인데도 그 순간만큼은 그가 내 아픔을 치유해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경험을 비추어보면, 결국 인류는 탄생부터 고유한 ‘터치’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만지고 만져지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이다. 그래서 아무도 만져주는 사람 없고, 만질 사람도 없는 이 땅의 중년 사내들이 요즘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렇게들 사랑스럽게 문지르고 있는 거다.

-출처: <에디톨로지> 김정운, p.65.

 

이런 인간의 ‘터치’의 감각과 현대적 기술의 감각을 함께 사용하여 만들어진 작품이 바로 스티브 잡스의 ‘아이팟’과 ‘아이폰’일 것이다. (유명한 예시이긴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김정운의 책에서 힌트를 얻었다.)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겠지만, 그만큼 누구나 알고 있어도 누구든 만들 수는 없기에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Installation view of Sibylle Berg and Claus Richter’s Wonderland Ave, 2016, at Frieze London, 2016. Photo by Benjamin Westoby for Artsy, 출처: https://www.artsy.net


2016년 영국 ‘프리즈(frieze)’에는 로봇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단순히 로봇을 ‘보여’주는 기술로는 예술에 무언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극적인 체험을 선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로봇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생경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생경함’이란 상대방과 나의 차이로 발생하는 감정인데, 로봇은 인간이 아니기에 차이가 극명하다. 때문에 ‘로봇’이라고 하면 순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으나 그것이 내 마음을 뒤흔드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났을 때 발생하는 스파크를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의 기술과 예술이 ‘융합’이라는 이름 아래 자주 결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바로 ‘터치’, 즉, 내가 그 (기술이 포함된)예술작품을 얼마나 ‘느낄 수 있는지’일 것이다. 결국, ‘따뜻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현대의 기술을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그리고 문득 ‘팀랩(TeamLab)’의 작품이 떠올랐다. 팀랩은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을 만드는 그룹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효린의 신곡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이 전부였지만, 그 아름다움이 ‘대자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결국 ‘자연’이라는, 인류 혹은 생명체의 근본이 되는 요소가 출발점이 되어 현대의 기술과 융합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출처: 효린 <paradise> MV 캡처

 

콜라보레이션 그룹 팀랩(teamLab)은 아시아와 유럽, 미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팀랩은 작품을 통해 정보시대 개개인의 습성을 관할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탐구하면서, 사회-과학적 발전을 위한 가능한 미래를 연구합니다. 그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 가져오는 창의성과 다양성의 극한을 경험하게 합니다. 집합적인 기발한 생각들을 발전시키며, 새로운 시대의 예술적 발전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팀랩은 2011년 타이페이 Takashi Murakami’s Kaikai Kiki gallery에서 <LIVE!>를 선보인 후 2012년 국립대만미술관의 <teamLab: We are the Future>, 일본 the Saga Prefectural Art Museum에서 <Taichung: and teamLab and Saga Merry-go-round Exhibition>, 싱가폴 이깐아트갤러리에서 <The Experience Machine>, 지난해 뉴욕 페이스갤러리에서 <Ultra Subjective Space> 등 솔로전을 가진 바 있습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Art&Technology #4: 팀랩


특히,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바로 대형화면에 띄워 볼 수 있게 하는 기술과 화면 속 이미지를 손으로 만지면 해당 이미지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바뀌는 기술이 흥미로웠다. 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자니, 마치 장인의 모습과 예술가의 모습이 하나로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기술과 예술의 온전한 결합이라고 해야 할까. ‘예술(art)’이 단순히 ‘예술작품’에만 국한되지 않았던, 아주 원초적인 단어의 유래로 회귀하는 것 같았다. 

 

Light Ball Orchestra, teamLab, 2013, Interactive Installation, Endless, Sound: Hideaki Takahashi, 출처: https://www.team-lab.net

 

17세기 일본 미술과 현대 일본 아니메(anime)에 뿌리를 둔 팀랩은 예술, 기술, 그리고 디자인의 합일점을 탐구합니다. 2001년 토시유키 이노코와 그의 대학 친구들에 의해 만들어진 팀랩은 대자연의 파워를 칭송하고 동시에 인간의 유한함을 부각시킵니다. 창의적인 이 예술 그룹은 현재의 정보세대에서 여러 영역의 전문성을 한 곳에 모으는데 예술가, 편집자,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수학자, 건축가, 그리고 웹과 프린트 그래픽 디자이너, 게다가 애니메이터까지 합체함으로써 기술과 예술, 상업, 그리고 창조성을 통합하려 합니다. 그들의 창의성은 애니메이션, 사운드, 퍼포먼스, 인터넷, 패션, 디자인을 비롯해 심지어 의학, 과학으로까지 범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 출처: 현대자동차 Art&Technology #4: 팀랩

 

Crystal Universe, 출처: http://taipei.team-lab.net

이노코는 도쿄대학교 재학 시절인 2000년 학교 벤처로 팀랩을 창업한 뒤 불과 15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올랐다. 스스로 ‘촌놈’이라 말하는 1977년생 도쿠시마 태생으로 확률과 통계, 자연 언어 처리와 예술을 전공하고 인간을 탐구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팀랩은 그를 위시한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과학자, 건축가, 화가, 디자이너 등 400여 명의 전문가가 모여 집단으로 과학과 예술, 디지털의 경계를 넘나들며 누구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지난 수년간 뉴욕, 베이징, 홍콩, 밀라노, 런던, 파리, 라스베이거스, 시드니, 이스탄불을 오가며 맹활약한 팀랩은 세간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에는 밀라노 엑스포에서 전시 디자인 부문 금상을 수상했고 일본과학미래관에서 열린 <팀랩 춤추다! 아트전>은 46만 5000여 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올해는 예술에 배타적인 실리콘 밸리에서 팀랩의 개인전으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고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근처 아트 사이언스 뮤지움에서는 팀랩의 상설전을 열었다. 그리고 오는 8월 서울에서 열리는 <팀랩월드>라는 두 번째 상설전을 준비하고 있다.

 

“다들 자신에게 내재된 창의성을 기억해내고 스스로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선사 시대 이래 인간은 끊임없이 예술을 즐겨왔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디지털 공간에서 일상성을 벗어나 새로움을 찾다 보면 분명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번 전시가 직접적인 해답을 주지는 않더라도 커다란 삶의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노코 토시유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껄껄 웃었다.

- 출처: 디자인 하우스

 


Universe of Water Particles & Flowers and People, Transcending Boundaries - A Whole Year per Hour, teamLab, 2017, Interactive Digital Installation, Sound: Hideaki Takahashi, 출처: https://www.team-lab.net

 

평일이라 그런지 전시장에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린 오징어가 벽에 나타나거나 악어가 바닥에 등장해 꼬리를 흔들고, 엄마와 함께 손을 댄 공의 색이 변하는 걸 보며 굉장히 즐거워했다. 예술이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기쁨이 될 수는 없지만 예술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기술이 예술과 접목이 되어 지금껏 보여주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면,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가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힘이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따뜻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진 출처: http://team-lab.net

십사

안녕하세요, 십사입니다.
미술, 만화영화, 춤, 피천득님, 법정스님을 좋아합니다.
살아있음을 기쁘게 여기며, 지혜롭고 성실하게 살고 싶습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