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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몇 개의 삼각형을 마주쳤습니까?

14.08.06 1

 

 “이 삼각형의..유두는..크흠..인생의 진리를..흠..” 한컴타자연습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노트북 타이핑에 숙련된 동기들이 끅끅 웃기 시작했다. 젠틀함의 대명사인 교수님이 몬드리안의 삼단 제면화 속 여성 유두에 무너지는 순간이다. 여대생의 탈을 쓴 남고딩스런 동기들 앞에서 중년의 남자 교수는 땀을 뻘뻘 흘렸다. 곧 아무렇지 않은 척, 레이저포인트로 문제의 유두 부분에 원을 그리며 ‘몬드리안 그림 속 기하학적 도형의 의미’ 관해 설명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 남은 건 삼각형의 유두와 인생의 진리뿐.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동기들과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맞댄 삼각형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아, 역시 몬드리안은 인생의 진리지.

 

<Evolution, Piet Mondrian, 1911>

 

사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현대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이 신지학(신비적인 직관에 의해 신과 합일하는 것에서 그 본질을 인식하려고 하는 종교적 신비주의) – 철학사전, 2009, 중원문화  에 심취해있을 때 제작된 것으로 성당에서 흔히 보이는 삼면 제단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몬드리안의 그림 -수직, 수평, 선, 몇 가지의 색으로만 이루어진 그 그림들- 이 완성되기 전 단계인데, 그는 삼각형을 통해 이상적이고 절대적인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물론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이 절대 잊지 못할 삼각형이기도 하다.

<선 따라 그리기> 같은 영유아용 책도 그렇고, 표지판도 그렇고, 오르고 내리는 것 모두 삼각형이다. 어째서 <네모의 꿈>이란 노래만 있는지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삼각형이 많다.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독자들이라면 아마 ‘삼각형’ 하면 ‘구도’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The Last Supper, Leonardo da Vinci, 1498>

 

자, 이 그림은 말하지 않아도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최후의 만찬 속 예수의 열두 제자들이 3명씩 그룹을 이뤘다. 중앙의 예수는 마치 피라미드처럼 견고한 삼각형의 모습 그 자체다. 삼각형을 통해 다 빈치가 이끌어내고자 한 것은 안정, 단단함, 침착함과 같은 차분한 성질이다. 보통 작업을 시작할 때 시각적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삼각형 구도를 택한다.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삼각형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동안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삼각형이 별로였다고? 삼각형은 완전히 둥글거나 완전히 네모나서 양 극단을 선택하기 힘들 때 중심을 잡도록 도와준다. 또한, 인스타그램의 레이아웃을 삼각형으로 잡거나 삼각형 타투 디자인을 통해 당신을 심플한 감각의 소유자로 돋보이게 한다. 혹은 ‘삼각형 구도군요, 안정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주로 사용하죠.’ 라는 멘트로 예술 애호가 코스프레를 할 수도 있다. 이렇듯 삼각형은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것 치고 꽤 괜찮은 도형이다.

이제 마지막이다. * <넥스트 투 노멀>이라는 뮤지컬이 보고 싶어 티켓을 구매했다. 무대가 2층으로 돼 있어 전체 조망을 위해 2층으로 향했다. 비 오는 평일 저녁이라 좌석은 텅텅 비었고 요즘 흔히 말하는 관크 (관객크리 : 극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말하고, 움직이고, 수그리고, 무언가를 먹는 모든 교양 없는 행위를 일컫는다) 가 전혀 없어 평온히 감상할 수 있었다. 극이 점차 절정에 달했다. 드디어 마지막 씬, 모든 등장인물이 거대한 삼각형을 이룬다.

 

* 2008년 오프브로드웨이,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로 한국에서는 2011~13년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초·재연했다. 마음속에 상처를 가진 엄마 다이애나 역을 박칼린이 맡아 화제가 됐다. 서로 가지고 있는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자 하는 굿맨가족의 이야기..이나 모든 반전의 키는 아들 게이브가 가지고 있으니 삼연이 올라온다면 꼭 게이브를 주시하길 바란다. 

 

<넥스트 투 노멀, 두산 연강홀, 2012>

 

문제의 ‘몬드리안 사건’을 통해 필자는 자연히 ‘삼각형이다! 안정과 평화로군! 가족이 주인공인 극으로는 행복한 결말이다!’ 라고 생각했지만 보라색 조명이 무대를 덮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흔히 보라색은 광인의 색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넥스트 투 노멀>속 가족의 정신상태는 제정신이 아니다.

안정된 ‘삼각형’ 구도와 광인의 ‘보랏빛’. 이 모든 것을 조합해보면 이 가족의 광기는 앞으로도 계속 -안정적으로- 될 거라는 얘기다. 홈 스윗 홈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가까운, 삼각형의 구도를 이룬 이 미친 가족들을 뒤로 하고 비 오는 종로를 걸었다. 오싹하다. 여름이니까 무서운 이야기로 끝을 내고 싶은 의도였으니 ‘아까는 괜찮은 도형이라며 왜 또 무섭대?’ 라고 반응하진 않길 바란다. 그래도 시험지에 비가 내리는 것 보다는 세모가 가득한 게 엄마한테는 떳떳하니까. 

 

 

김월

나의 글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예술과 친근한 세상을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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